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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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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 남기네요...

흠, 항상 오랜만에, 사실은 정말 가끔씩만 글을 남기는 하리입니다. 안녕하세요~ ♡

평일엔 괜히 바쁜 듯 정신없어 하다가, 오랜만에 연휴가 되니 마음이 정말 여유롭네요.
오랜만의 휴일, 어린이대공원에 꽃구경 하러 갔답니다.
휴일은 휴일이었는지 정말 사람이 많았어요.
그런데 꽃보다도, 배고픈 게 우선이더군요,
친구들이랑 먹을 거 미리미리 분담해갖고 싸들고 갔었는데, 들어가기 전에도 김밥 먹어치우고,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샌드위치 먹고, 음료수 마시고.... 그러고 나서야 옆에 있는 꽃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흐드러지게 핀 벚꽃, 노오란 개나리...
그 개나릴 보면서 뜬금없이 이강이가 떠올랐습니다. 왜, 광야에 그 부분이요... 석이가 옛날 생각하는 장면..이강이가 머엉하니 개나리를 보고 있으니까, 석이가 '에구 징그러..황이강 개나리 좋아하냐?'라고 묻고 이강이가 '아니...불쌍타..'라고 대답하는 그 부분 말예요.
학교에 있는 개나리 보면서는 이런 생각 안 났었는뎅..ㅋㅋ

또, 며칠 지난 이야기긴 한데요...(자랑해야지...)
4월 1일날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있었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다녀왔답니다~ ^^V
재미있었어요. 웬만큼은 클래식을 즐긴다고 생각하는 저에게도, 클래식 공연이 그렇게도 재미있었던 적은, 그리고 활기가 넘쳤던 적은 처음이었어요.
처음엔 애국가랑 오스트리아 국가를 연주하는데, 애국가 첫소절이 들리자마자 자리에서 벌떡벌떡 일어나는 사람들..(물론 저도 포함됩니다만.) 결국 오스트리아 국가가 끝날 때까지, 거기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서있었어요.
그리고 장영주의 협연으로 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을 연주할 때, 장영주의 화려한 붉은 드레스에 먼저 웃음이 나왔다가, 바이올린이라는 작은 악기로 온 청중을 휘어잡는, 그리고 그 자신도 몰입되어 현란하고 정교한 기교를 부리며 음악에 빠져있는 장영주가 정말 크게 느껴졌어요.
물론, 빈필 단원들도 마찬가지였지만.
트럼펫이 그리도 맑은 소리가 나는 줄은 몰랐어요. 거기에 감탄하며 듣다가, 3악장에서 장학퀴즈의 시그널 음악이 나오는 통에 웃음을 참질 못했답니다~ ㅋㅋㅋ..
그리고 조수미의 챔피언스를 연주할 때, 갑자기 붉은 티를 입고 뛰쳐나온 주빈 메타가 지휘석에 서자마자 단원들이 다들 'KOREA FIGHTING'이라고 써 있는 붉은 띠를 어깨에 걸치던 것도 재미있었구요.

주빈 메타를 보면서,  마에스트로를 괜히 마에스트로라고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스레 느꼈답니다.  가느다란 지휘봉을 그처럼 크게 느끼게 하는 그의 힘있는 지휘에 넋을 잃고 보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잠깐잠깐 빈필 단원들의 연주모습을 보았으니까요.
제가 공연에 갈 때,  연주 모습을 더 보고 싶어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빈 메타에게 넋을 잃고 보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결국, 끝나갈 때에 장영주에게도 나오지 않았던 기립박수가, 그것도 일부가 아닌 모든 청중들에게서 나올 정도였으니 말예요.

공연이 다 끝나고 빈필이 호텔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타던 것까지 봤어요. 단원들 하나하나, 그들의 얼굴에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어요. 주빈 메타에게서 사인을 받고도 싶었지만...ㅜ.ㅠ 못받았어요.. 어떤 고딩이 방석을 치켜들며(입장객들에게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이라고 쓰여진 노란 방석을 나눠줬거든요.. 그 방석이요..)  "여기다 사인받았어~~'라고 자랑을 하는데, 보고서 입이 딱 벌어졌답니다. 쟤는 정말 길이길이 간직할 기념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되고요.

또......경기장도 구경 잘 하고 왔어요. 월드컵 경기장에 가볼 거라곤 생각도 안했었는데.
그 공연을 보고 난 지 며칠이 지난 지금에도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니는데, 결국엔 여기에두..^ㅠ^

樓蘭

[2003/04/06]

그 넓은 곳에서도 연주가 잘 들리나요? 아니, 경기장 안에 객석이 마련되었으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