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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이... 당신
그래요. 싫어하지 않아요. 단지 내게는 산마로가 너무 소중했을 뿐.
그래서 그와의 사랑을 지키고 싶었을 뿐, 이제 당신을 싫어하지 않아요.
가여운 사람
처음에 당신이 나를 짓밟고, 내 소중한 사람, 산마로에게 상처를 입혀 그를 짐승처럼 묶어 끌고 갔을 때, 그 땐 당신이 싫었지요. 어쩌면 당신네 카르마키 모두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네요.
하지만 나, 당신의 상처를 알아버렸어요.
어머니를 빼앗긴 어린 아이,
아내를 빼앗긴 슬픔에 아들마저 외면하고 명줄을 놓아버린 아비를 가진 아이,
그런 아이가 곱게 자랄 수는 없었겠지요.
당신네 카르마키에게 어머니를 잃었어도 아라에게는 심지 굳은 아버지가 있었지만
수하이...당신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없었지요.
아무도 당신을 곱게 보살펴 주지 않았어요.
아픔을 가진, 시리도록 외로운 어린 아이의 상처를 아무도 어루만져 주지 않았어요.
강한 사람은 아픔 속에서 더 견고해진답니다. 자신을 추스르고 더 당당해지지요.
하지만 수하이...
강하지 못했던 당신은 아픔을 이겨내지 못했지요.
단지 뜨거운 불 앞에서 온 몸이 부서지도록 불칼을 만들면서 아픔에 자신을 내맡겼을 뿐,
그러면서 되는 대로, 그저 살아지는 대로 살았을 뿐,
달리 살아볼 생각을 하지는 못한 거군요...
그래서 다른 사람의 아픔 따위, 다른 사람의 사랑 따위 하나도 생각지 않고
다른 이를 짓밟고, 다른 이에게 고통을 주고 그런 거였어요.
강하지 못했던 사람, 가여운 당신
어쨌건 당신은 ...
그래요. 내 아이...내 소중한 다루에게 생명을 준 아비
어미가 버리려던 아이를 지켜주고 그 아이에게 이름을 주고
아비로서 그 아이를 보살펴 준 건
내 소중한 산마로래도
내 아이에게 생명을 준 건 어쨌건 수하이...
아픔에 무너졌던 어린 아이였던 당신이예요.
그런 당신을 미워할 수는 없지요.
조금 더 일찍,
한 번쯤 따뜻하게 당신의 상처를 돌아볼 것을...
어미 노릇을 했던 당신의 여신이 당신을 버릴 때조차도
산마로 한 사람 생각에도 힘겨운 작은 아라는
한 번도 당신의 아픔을 돌아봐 주지 못했는데...
당신은 그렇게 떠났군요.
다음 생엘랑 아프게 살지 말고,
상처 받지 말고, 상처 주지도 말고
고운 보살핌 받으면서,
아라보다 곱고 강한, 당신만 생각하는 사람 만나서
행복하기를...
불 같은 아픔을 다져 만들어 무엇이라도 끊는 무서운 불칼 같은 거 만들지 말고
부드러운 흙 속에, 물 속에, 나무 속에서
곱게 살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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