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일시: 2000/12/15 오후 6:12
Email:
jick1412@hanmail.net 게시자: 노랑저고리
제목: 혜린님의 그림
몇달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영화 비천무를 보고 비탄(!!)에 젖어 혜린님의 비천무를 다시 보고 있었습니다. 이 명작을 그따위로 망쳐놓다니...하며 혼자 열심히 열을 내며 보고 있는데 친구가 오더니 뭘 보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비천무라고 했더니, 자기도 그거 안다고 하더군요. 그 가증스런 영화 땜에....(정말 슬픕니다. 혜린님의 작품이 그 영화 땜에 잘못 알려져 있는 게 많아요. 제 친구 한명은 진하를 고려인이라고 계속 생각했대요ㅜㅜ)
근데 이녀석이 하는 말이
"이 만화는 그림이 너무 추접해!!"
그러는 겁니다. 그순간 망치로 뒤통수 치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렸습니다. 엄청난 쇼크를 먹고 말았죠.
추접이라니.... 추접이라니~~~~~~~잇!!!!!!!!!!!!!!!!!!!!!!
그 자리에서 바로 열이 뻗치는 걸 참았습니다. 평소에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건 당연한 거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라 남한테 험한 소리 못하는 성격 탓이었죠..--;;
나중에 알고 보니 나쁜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습니다. 그 친구 취향이 아기자기하고 깜찍한 것을 좋아하는 '공주과'라서 혜린님 식의 그림은 별로 맘에 안들었던 겁니다.
그녀석, 자기가 안 좋아하는 건 무조건 다 '추접'이더라구요. 하핫;;;
어쨌든 나중엔 그런가 보다 했지만 혜린님의 추종자인 저로선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발언이었습니다.
분명 혜린님의 그림은 '예쁜' 그림체는 아닙니다. 그러나 어느 모로 보아도 부족함이 없는 아름다운 그림체임에 틀림없습니다.
일단 혜린님의 그림은 인물의 특징이 분명합니다. 불의 검 브로마이드를 보면 아시겠지만 십여명에 가까운 인물들 중 같은 얼굴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요즘 나오는 만화들... 그 친구가 좋아하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그림들이 나오는 만화들을 보면, 헤어스타일 정도로 겨우 사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전부 대머리로 만들어놓으면(;;) 누가 누군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라와 소서노와 카라를 대머리로 만들어놓고(--;;) 섞어놓는다고 헷갈릴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혜린님의 그림들은 움직이는 동작이 자연스럽고 어색함이 전혀 없습니다. 리얼하다고 하나요, 그런 걸? 동작이 진짜 사람이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비천무의 검투장면, 불의 검의 천신제에서의 검무장면 등은 정말 최고입니다. 특히 검무를 보면서 엄청난 감동을 먹고 몸을 떨었더랬습니다.
만약 요즘 만화가들한테 그거 그리라 그러면... 생각하기도 싫어집니다.(ㅡㅡ) '로맨스 파파'라는 만화에 DDR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렇게 팔과 다리가 따로 노는 DDR 첨봤습니다.(물론 그 만화를 꽤 재밌게 봤긴 합니다만....^^;;)
또 사실적인 배경그림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파양대전의 그 불지옥.. 정말 못 잊을 장면이지요. 이런 거 만화가라고 다 그리는 거 아닙니다.
음.. 그리고 이건 그림체 자체와는 별 상관이 없는 거지만... 혜린님 그림에는 인물을 미화하는 것이 적습니다. 주로 '꽃과 빤짝이'로 표현되는...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들입니다.(그러나 혜린님도 초기에는 이런 엄청난 미화를 하셨더군요. 북해의 별에서의 초기 베르사이유의 장미식 그림체.. 뒤로 갈수록 점점 나아지긴 했습니다만.... 특히 에델라이드와 유리핀의 첫 만남 때 한 장 전체를 가득 채우던 그 빤짝이들... 으음... 저는 무수한 빤짝이들과 함께 닭털이 날라다니는 것을 보았습니다.--;;)
굳이 이런 점을 들지 않더라도 혜린님의 그림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비천무 4권 표지 그림 아시죠? 곱게 단장한 설리... 너무너무 예쁘지 않나요? 그리고 요번 브로마이드도... 음... 생각할수록 손에 넣지 못한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다른 만화가들이랑 비교해서 말하느라 싸잡아서 욕한 것 같네요. 다른 만화가들이 그림을 못 그린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혜린님의 그림이 뛰어나다는 겁니다.
결론! 혜린님은 그림을 잘 그리신다! 더이상 말할 필요도 없는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죠.(이 말 할려고 그렇게 장황하게 주절거렸단 말이냐... 나가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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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시: 2000/12/16 오전 10:27
게시자: 아라...
제목: 후훗~!저도 한말씀...
님의 글을 읽다보니 제 친구가 생각나더군요...제친구놈도 혜린님 작품 싫어 하거든요....그친구 취향은 해피앤딩이예요...모든 작품의 해피앤딩화 이죠....
이정도 취향이니....혜린님 작품은 절대 먹히질 않죠...아시죠? 혜린님의 내용은 해피앤딩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슬프고 처절하쟎아요..
많이 싸우죠..읽어라...안읽는다...면서요..
그래도 이친구가 인정했던건 이분 그림이였나봐요...내용은 너무 취향에서 멀다보니....이친구가 이런말을 했어요...
혜린님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소름이끼친다나요? 그분의 작품을 보고있으면 피빛이 느껴진데요...
재밌는 느낌아닙니까?얼마나 잘 표현을 했으면 만화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을까요...전체 내용도 읽지않고 몇장면만 보구요...
사실 저도 그런 느낌을 받을때가 많답니다...그분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피빛은 공포만화,영화에서 느껴지는 피빛과는 다르죠...뭘랄까요...
처절함입니다. 전쟁장면이 유독 많아서 일까요.....그냥 처절하고 뭔가 가슴이 벅차오르고 그렇죠....
후훗~! 님은 파양대전에서 뽕가셨군요..
전요...비천무 마지막장면있죠...설리를 안고 싸우다가 마지막에 쓰러지는 장면...(오옷~! 지금도 그장면 생각하면서 소름이 돋고 있습니다...)그장면은 정말 피빛이예요....그리고 망향단이 피로 물들게 되고 진하가 울부짓는 장면 그장면에서도...느껴져요...
정말 예술이죠...
사실 명장면~!....하면 생각나는 장면이 너무많아서 고르기 힘든 작품중의 하나가 이분 작품들이죠...뭘 손꼽아야할지 정하질 못하겠어요...너무 주관적인 생각일까요? 그렇진 않다고 봅니다.
전요....만화를 많이 좋아하고,..그림에 대해 무지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데....곰곰히 생각했을때 객관적으로 봐도 이분은 정말 잘 그려요...
특히 전쟁신은...여느 남자, 여자, 일본,우리나라 많은 작품들을 통틀어서 당연 으뜸이죠...몰라요...다르게 생각하시는 분도 많을 터인데...이건 주관적인 생각이죠...제일 으뜸이라고 생각하게 되는건...
이렇게 주장하게 되는건 이유가 다있죠...님들..불의검 5권장면 기억하십니까...마라한이 위험에 처했을때...기마부대가 지원오죠...그 전쟁신... 3장 정도에 걸친 그장면은 ...정말...할말없었답니다...정말 잘그린다...그말밖엔...
혜린님의 전쟁신은...속도감,공간적느낌,장엄하고,전쟁의 그 처절함..그런게 느껴져요...이런 작품 못봤어요...
다른 잘그린 작품들은 단지 분위기만 줄뿐이죠....그림으로 승부하지 않은 내용상의 연출?잘 말씀을 못드리겠네요...단지 받아들이게, 평가하게 되는 감정,정도가 다르다고밖에는....
뭐...여기까지가...혹시라도 그분은 그림을 못그린다고 주장하는 불쌍한(?)사람들을 위한 조금의 가르침(?)의 주장글입니다....힘들군요....오늘 왜이리 바쁘답니까....에구....
활기차고 행복한 주말 되셔요...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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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아라..님 글이 묶였습니다... 삐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