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일시: 2000/11/02 오후 5:29
Email: jick1412@hanmail.net 게시자: 노랑저고리
제목: 어머니와 여자
'마요네즈'라는 영화 아시나요? 최진실이랑 겨운(...)혜자 아줌마가 나오는 영화죠...
'어머니도 여자다!' 뭐 이런 메시지를 말하고 싶었던 영화였어요. 영화는 재미가 없어서 보다가 말았어요.
근데 문득 '어머니'와 '여자'라는 말에 설리가 떠오르더군요. 과연 설리는 '여자'였을까, '어머니'였을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설리는 '여자'입니다.
몇 군데 예를 들어 보면... 남궁세가가 철기십조에게 점령당했을 때, 설리는 성만을 탈출시켰습니다. 물론 다쳐서 둘 다 도망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만 성을 내보내고 나서 설리가 그랬죠. 진하를 만나는 것은 죽을지언정 12년만이라고...
성이는 아직 11살밖에 안된 어린아이입니다. 탈출한 것을 알면 추격해서 죽일 게 뻔한데 11살짜리 어린애 혼자서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죠.
설리가 성이는 진하의 아들이란 걸 밝혀서 결국 살기는 했지만, 그래도 진하를 만나고자 어린 아들을 혼자서 보낸 것은 어머니로서는 상당히 무책임한 행동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것 말고도 또 있습니다. 설리는 성을 낳고서 남궁준광의 모두 스스로 유산시켜 버렸습니다. 뱃속의 아이를 스스로 죽인다는 것은 보통 독한 마음을 먹고는 안되는 일이죠.
그런데 설리는 진하의 복수를 위해 그 일을 했습니다. 그만큼 진하를 사랑했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설리는 어머니보다는 여자에 가깝다고 말하는 겁니다.
또 있습니다. 마지막에 남궁준광의 시신을 앞에 두고 성에게 진하와 자신의 일을 모두 말해 준 설리는 진하를 따라갑니다. 함께 죽기 위해서 말이죠.
성이 다 자라서 모든 것을 이해할 만한 나이가 되긴 했어도, 10여 년만에 만난 아들을 두고 그 아버지(친아버지는 아니었지만)의 장례도 치르지 않고 달려가 버렸습니다.
앞에 쭉 말한 부분보다는 바로 여기서 설리는 여자라는 생각을 강하게 했습니다. 설리는 한 아들을 둔 어머니보다는 한 남자를 사랑한 여자라는 것을 말입니다.
또 모르죠. 제가 설리를 잘못 보았을지도... 그러나 분명 설리는 사랑을 이루기 위해 아들을 남겨 두고 죽음의 길을 떠났습니다.
아들을 사랑하긴 했지만 어머니보다는 여자로서 살아가기를 원했던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써 놓고 보니, 상당히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네요. 제가 받은 느낌을 장면에 맞춰서 이야기하려다 보니 솔직히 말이 안되는 부분도 있고... 제가 잘 표현을 못해서 받아들이시든 받아들이지 못하시든 '설리가 여자'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지금 막 생각난 건데 설리는 성에게 상당히 미안한 마음을 느꼈을 것 같네요. 자신 안에 있는 '여자'를 따르다 보니 '어머니'에는 충실하지 못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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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시: 2000/11/03 오후 12:17
Email: paraban@channeli.net 게시자: paraban
제목: 여자로 산다는 것
노랑저고리님의 글을 보고 저도 한마디하고 싶어서.. 호호. ^^
설리가 '어머니'보다 '여자'를 선택했다는 님의 견해는 정확하다고 봅니다. 어거지가 아니라구요. 특히 남궁준광의 사이에서 아이를 갖지 않으려고 무지 노력했다는 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나지요.
아무리 원수(남군준광도 원수라면 원수!)의 아이라고 해도, 게다가 어느정도 마음을 허락한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이를 낙태시키는 행위는 보편적인 '어머니'의 이미지와는 까마득하게 멉니다.
그러나 전 그런 부분에서 설리가 강하고 멋진 여성이라고 생각해요. 주위의 환경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삶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삶, 그것이 온갖 찬양어구로 칭송하곤 하는 '어머니'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여자'로 살아가는 것, 말입니다. ^^
마지막까지 설리는 '여자'로서의 삶을 선택하지요. 남궁준광의 아내, 남궁성의 어머니..(현모양처라고 하는 겉멋든 이름들을 버리고!)가 아니라, '유진하를 사랑하는 여인'으로 말입니다.
그런 설리를 누가 욕할 수 있겠어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우리네 삶에서 얼마나 선택하기 힘든 일인지, 다들 아실 겁니다. (아, 여성의 경우..입니다만.)
사실 '내 어머니가 어머니의 이름보다 여성을 택할 때 느끼는 분노'란 대단한 것이어서 최근에 파출소장이었던 어머니를 인터넷에 고발한 딸의 사건만 예로 들어 보아도 알 수 있지요.
그러나 제 생각엔 '어머니'이기 이전에 '여성'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봐요. "마요네즈"에서 표현하려 했던 것도 그것일 거라고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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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제 글이 같이 묶였습니다. (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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