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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쓴 참회록 ― 단목다루에게
이렇게 늦게 편지를 써서 미안하다. 하지만 그 동안 마음이 혼란스러워서 편지를 쓸 수 없었단다. 이제 겨우 마음을 다잡고 너에게 내 죄를 적은 편지를 보내니 이 죄인을 용서하지 말고 꾸짖고 돌로 치거라. 그래야 나 같은 죄인이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
사흘 전, 나는 너를 비롯한 혼혈인 들에게 죄를 지었단다. ― 비록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고 상상하는 데에서 그쳤지만 ― 혼혈인(人)들을 쇠몽둥이와 도끼로 잔인하게 죽이고, 온갖 욕을 퍼부으며 '너희들을 죽일 수 있어서 기쁘다.'고 외쳤거든. 더욱 소름끼치는 것은 그 상상 속에서 나는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는 점이지. 게다가 상상에 취한 나머지 실제로 그렇게 해 버릴까. 라고 생각하기까지 했단다.
나중에 환상에서 깨어난 뒤에야 그게 얼마나 더러운, 그리고 용서받을 수 없는 생각인지를 깨달았지. 잘못은 너희 어머니들을 강간한 자들에게 있지 너희들에게 있지는 않잖니? 너희 어머니들도 죄가 없고 말이야. 오히려 죄가 있다면 너희 어머니들이 강간당할 때는 숨어서 벌벌 떨고 있다가, 그놈들이 물러난 뒤에야 슬금슬금 나와서 '더러운 년'이라고 몰아붙이는 놈들, 그리고 그런 놈들을 '잘 한다. 계속해라.'고 부추기는 이 세상에 있지. 처벌하려면 그런 자들을 먼저 처벌해야 하는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단다.
나는 그런 세상에 맞서 싸운다고 자처했는데도 이렇게 ― 나 자신부터 ― 추악한 못된 마음을 버리지 못하였구나. 진심으로 용서를 비마. 그리고 ― 그런 마음을 품었다는 사실 자체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므로 ― 부디 나를 돌로 치고 매를(기왕이면 굵은 참나무 몽둥이로) 때리고 내게 침을 뱉어다오. 또 내 목에 '위선자 돌베개'라고 적은 팻말을 건 뒤 온 아무르에 끌고 다니며 모든 혼혈인과 소수민족들에게 내가 얼마나 못된 놈인지를 알려 주길 바래. 그래야 나 같은 위선자에게 그들이 속지 않고 당하질 않지.
하지만 부디 나를 죽이지 말아주렴. 이 보잘것없는 목숨이 아까워서 그러는 게 아니란다. 나는 너희들을 돕고 싶고, 이런 잘못을 저질렀으니 노예가 되어서라도 일해서 너희에게 속죄하고 싶어서다. 부디 내 부탁을 들어다오. 너희가 나를 어떻게 여기건 여전히 나는 너희를 아낀단다. 그것은 진심이다.
… 쓸데없는 말이 너무 길어졌구나. 오늘은 이만 줄이마. 다음에는 내 주인인 너희들에게 더 좋은 소식으로 편지를 쓸 수 있기를 바란다.
― 너희들의 종이며 죄 많은 아무르인인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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