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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천무/劍氣가 천지를 가른다 (동아일보 2000.6.26)
 aiya  | 2001·03·07 23:22 | HIT : 482 | VOTE : 72 |
게시일시: 2000/06/27 오전 1:32
게시자: aiya
제목: 영화'비천무'평

[프리뷰]비천무/劍氣가 천지를 가른다
퍼온곳:동아일보(2000/06/26)


영화 ‘비천무’의 시사회가 있었던 22일 오후 서울 종로3가 서울극장
3관에는 짙은 긴장이 감돌았다. 영화관 1,2층은 영화제작자 배우 기자들
에 일반관객까지 뒤섞여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계단에 앉거나 서서 2시
간4분의 상영시간을 참아낸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역대 한국영화 사상 최대로 꼽히는 40억원의 제작비, 흥행에 대성공한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태원엔터테인먼트와 ‘쉬리’의 시네마서비스
가 공동전선을 구축한 올여름 한국영화의 유일한 블록버스터, 김혜린 원
작 만화의 탄탄한 구성에 예술적 경지에 도달한 홍콩무술 특수효과팀의
만남.

이미 전국 100만관객을 돌파한 ‘글레디에이터’와 개봉 이틀만에 19만
8000여명의 관객동원 신기록을 세운 ‘미션임파서블 2’에 맞서는 이 영
화에 거는 기대는 사뭇 비장하기까지 했다.

확실히 비천무는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든 액션장면들이 넘쳐났다. 1.75
㎜ 굵기의 크레인줄을 통해 밤하늘을 가르며 지붕위를 날아다니는 자객들
의 군무에 가까운 와이어액션이나 땅속에 묻은 파이프에서 가스를 일시에
내뿜는 방법으로 연출한 검기(劍氣)가 땅을 가르는 장면 등은 장관이었
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끝날 때쯤 시사회장의 열기는 많이 식어갔고 엔딩
타이틀이 올라갈 때 터져나온 박수도 힘이 빠져있었다. 그것은 한마디로
서사적 재미를 압축한 ‘동사서독’에 미치지 못한 채 SF액션에 그친 ‘
풍운’에 머물고 만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애절한 멜로드라마와 비장
미 넘치는 무협이라는 양날의 칼을 만들려다 액션위주의 ‘보여주기’에
만 치중하면서 ‘칼틀’ 자체가 휘어져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들숨과 날숨의 호흡을 놓친 연출이 영화의 밀도를 흩뜨려놓았다.

한국영화로는 기록적인 2000컷이 넘는 장면을 통해 원작을 절제된 영상으
로 나타내려한 김영준감독의 의도는 좋았지만 장면과 장면사이 여백속에
흘러들어 가야할 극적 재미마저 말라붙었다.

이는 극을 끌고갈 주인공 진하(신현준)와 설리(김희선)의 사랑이 싹트
는 부분부터 두드러진다. 낱낱의 에피소드만 있을 뿐 그 속을 관류해야할
애틋함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계절이 바뀌는 꽃밭을 배경으로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빙빙 돌면서 성
인으로 성장하는 장면에서 정서적 감흥보다는 생경한 컴퓨터그래픽만 눈
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신현준의 눈빛연기는 ‘크로우
’를 연상시키지만 발성의 무게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고 김희선의 연기
는 관객을 극속으로 몰입시키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테크노세대에게 서사가 무슨 상관이랴. ‘공포의 외인구단’에
서처럼 이 영화 역시 원작만화의 후광과 배역의 이미지만으로도 강호를
제패할지 모를 일이다. 12세 입장가. 7월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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