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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린 작 '광야' (일간스포츠 99.2.2)
 baezzang2  | 2001·03·07 23:11 | HIT : 603 | VOTE : 60 |
게시일시: 2000/06/06 오후 1:15
게시자: baezzang2
제목: [일간스포츠] 김혜린의 "광야"

출처: 일간스포츠(1999/02/02)

[만화] 김혜린 작 '광야'

만화도, 음악도, 영화도 대중들에게서 가장 빠른 반응이 오는 트렌디물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대중음악의 주류인 댄스음악은 친숙한 멜로디와 간
주 부분 랩, 예쁘게 생긴 미소년들로, 영화의 주류인 멜로는 눈물 흘리는
남자로 요약할 수 있다.

만화의 주류는 학교다. 학교를 소재로 액션이나 로맨스, 판타지 등 여러 장
르가 혼합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학원물이 강력한 트렌디 파워를 발휘할수
록 다른 장르는 고사되어간다. 그런 점에서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광야
>를 창작하는 김혜린의 용기는 감탄할 만하다.

작가의 용기는 전작을 관통하는 ‘사람’ 중심의 작가정신에서 나온다. <북
해의 별>에서 가상 제국의 혁명기를, <테르미도르>에서 프랑스 혁명기를, <
비천무>에서 중국 원명교체기를, <불의 검>에서 초기 철기시대 동아시아
를, <겨울새 깃털하나>에서 80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작가는
<광야>에서 식민지를 살아가는 청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광야>에는 지금까지 아물지 못하고 있는 과거사의 상처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사복경찰, 고등계, 젊은 학생들의 독서회, 고문, 유학, 머슴살이, 기
모노를 입은 동생, 상권을 장악하는 일본인, 마름 그리고 식민지 청년으로
이루지 못하는 사랑까지.

세월은 변하고, 21세기를 바라보고 있지만 이 상처들은 오늘날까지 아물지
못하고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그래서 식민지 조선의 청춘 이강, 재우,
윤식, 정옥, 남선은 지나버린 과거의 인물을 넘어서는 생명을 지니고 있
다.

봄이면 산천을 붉게 물들이는 꽃잎, 날을 시퍼렇게 세운 죽창, 이 고을 저
고을로 날아 자유를 노래하는 새, 그리고 푸르게 펼쳐진 광야, 그곳에 서
있는 생명의 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박인하·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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