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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무> 왜 뜰까? (한국일보 2000.7.18)
 jodie  | 2001·03·08 00:11 | HIT : 614 | VOTE : 48 |
게시일시: 2000/07/21 오전 2:40
게시자: jodie
제목: <비천무> 왜 뜰까?

한국일보 ( 2000년 7월 18일)

<비천무> 왜 뜰까?
영화 비천무와 만화 비천무 7월 1일 개봉 이후 2주 만에 관객 100만 명을
기록하며, ‘쉬리’에 육박하는 대박을 예고하는 한국형 블럭버스터 ‘비천
무’. 그러나 개봉 다음날 ‘안티비천무(http://antib1000.inticity.com)’
사이트가 개설돼 연일 성토와 공박이 이어지는 등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
다.
와이어액션(피아노줄을 매고 하는 액션)의 화려함과 상하이 현지 촬영의 정
교한 세트 등, 이 영화는 볼거리로 충만하다. 전국 118개 극장 동시개봉
등 막강한 배급력도 큰 흥행요소다.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도 작품에 대한
논란을 후한 평가로 덮으며 ‘뒷얘기’를 만들어내는 데 열중했다. 무엇보
다 원작에 대한 기대감과 ‘안티사이트’개설 등 논란에 대한 호기심이 관
객 동원에 크게 일조했다.
일부 관객은 “만화와 영화는 엄연히 다르다”며, 만화의 잣대로 영화를 평
가절하하는 태도에 대해 우려를 보인다. 이런 우려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정보의 밀도가 높지 않은 ‘핫 미디어’인 만화는 그만큼 몰입을 요
구한다. 독자는 만화를 보며 각자 자기만의 진하, 설리를 만들어내고 상상
의 나래를 펼친다. 반면 ‘쿨 미디어’로, 모든 것을 보여주는 영화는 그만
큼 수용자가 개입할 폭이 좁다. 어느 작품이든, 만화적 상상력에 대한 영화
의 배신은 만화팬의 분노를 유발할 수 있다.

만화 vs 영화
김혜린의 ‘비천무’는 일찌기 1980년대 말 한국 순정만화의 새 길을 개척
한 역작이다. 신데렐라 컴플렉스와 할리퀸 소설의 정형성을 탈피했을 뿐 아
니라 원나라 말기 진우량과 주원장, 장사성이라는 세 건국 영웅의 정립(鼎
立)과 각축을 삼국지와 같은 장쾌한 서사시로 담아내고 있다. 남송인, 고려
인 등 천대받는 이민족의 한과 누가 승자가 되든 전쟁통에 피폐해지는 상민
들의 삶 등 뚜렷한 역사관까지 깃들인 작품이다.
주인공의 캐릭터도 단순하지 않다. 진하의 잔혹한 변신은 처참하게 몰락한
집안의 설원과 설리에 대한 애증 등 복잡한 감정을 무자비한 자객 ‘자하
랑’의 위악적인 모습으로 담아낸 것이다. 설리 또한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
을 찾고, 애인의 복수까지 감행하는 강인하고도 아름다운 여인이다. 영화
는 이 거대한 서사구조와 복잡다단하고 신산스런 삶의 모습을 모두 생략한
채 화려한 액션과 김희선의 예쁜 얼굴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단조로운
멜로만을 반복하고 있다.
한 만화평론가의 말대로 “이 작품은‘비천무’의 영화화라기보다는 그
‘액션’의 영화화”라고 볼 수 있다. 만화를 영화와 평행적으로 비교하면
당연히 혹평이 나올 수밖에. 무협과 스타 시스템에만 몰두하자. 절대 만화
를 먼저 보면 안된다. 그것은 엄청난 시간적·정신적 손해다
(양은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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