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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정체성 돋보이는 순정만화 (여성신문)
 baezzang2  | 2001·03·07 23:15 | HIT : 607 | VOTE : 76 |
게시일시: 2000/06/06
게시자: baezzang2
출처: 여성신문(http://www.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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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만화세상] 여성정체성 돋보이는 순정만화 '비천무'  

영화 '비천무'의 개봉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잘 나가는 멜로 스타인
김희선과 '은행나무침대'의 황장군으로 어필됐던 신현준이 캐스팅된
만큼 영화는 ‘절절한 사랑’에 비중을 둘 것 같다. 만약 그렇다면 원
작 '비천무'(김혜린, 도서출판 대원)의 애독자로서 무척이나 안타
까운 일이다.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넘은 ‘고전’을 가지고 다시 글
을 쓰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비천무'는 작가의 데뷔작이자 전작인 '북해의 별', 후작 '불의 검
'과 함께 역사순정물 혹은 대하로맨스라고 불리며 순정만화(이제는
감성만화로 불려야 할 장르)사를 고찰할 때마다 언급되어 왔다.

'비천무' 이전에도 격동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순정물은 많이 있었
다. 하지만 말 그대로 ‘배경’으로 역사를 끌어다 붙이거나 뻔한 사
랑에 색다른 시련을 부여하는 경우가 태반으로, 역사적인 시각이 돋보
이는 작품성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반면 김혜린의 만화는 역사를 다
루는 무게나 시각이 진지하다. ‘사내들이 끝없이 싸우고 부수어대는
뒤편’에 있는 여인들을 소재로 삼고도 남자와 여자를 나누지 않으면
서 역사 속의 ‘인간’으로 함께 다루었고, ‘백성을 누르는 세도가’
밑에서 꿈틀거리던 민초들의 삶을 서정적 대사와 한시로 풀어냈다. 게
다가 역사순정물로 데뷔하여 동일한 화두를 꾸준히 심화시키는 작가의
행보는 순정만화가 ‘여성’의 정체성을 부각시키는 장르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나는 옛날, 당신의 한을 알면서도 당신의 적들과 타협했었네. 복수의
아기도 어쩌면 명분, 마음을 다잡고 다잡아도 남편의 품은 따뜻했어.
행복하면 어떠냐,고 자위했지. 못난 어미- 못된 아내- ”

작품속의 여주인공 설리를 봐도, 어쩔 수 없는 운명(집안을 몰락시킨
원수를 사랑한)의 고리로 얽힌 진하와 애증관계 속에서 사랑하고 고뇌
하며 그를 대신해 살인까지 감행할 수 있는 ‘살아있는 여성’임을 알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죽음을 맞으려는 그녀의 마지막 선택
도 아내와 어머니의 입장에 얽매이는 전통적인 여성상이 아닌 사랑하
는 사람에게 닿으려는 ‘여성 자신’의 욕망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
다.
“차갑도록 아름다운 무사의 사랑”이라는 카피를 달고 개봉되는 영화
가 화려한 무술과 애틋한 사랑 외에도 원작의 고고한 향기까지 살려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미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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