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게시판

게시일시: 1999/07/25 오전 11:31
게시자: 돌베개
제목: 새로 쓰는 `나뭇꾼과 선녀` 이야기 - 무타와 해조 이야기 : 1

자, 그럼 약속대로 시작합니다 - 엉터리 옛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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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꾼과 선녀` - 무타와 해조 이야기

옛날, 크고 곧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숲을 옆에 끼고 있는 강가에 에
벤키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푸른 이리의 자식으로 숲과 강물과 하늘
의 은혜를 받아 살고 있었지요.

그들은 먹고 살기위해 동물을 죽이고 식물을 뜯어가기는 했습니다만, 예로
부터 내려오는 가르침에 따라 스스로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남
겨 두었지요. 그들은 자기에게 베풀어준 만큼은 갚았는데 예를 들면 나무
를 하나 베면 - 이 때 너무 크거나 너무 작은 나무는 베지 않습니다 - 대
신 새로 어린나무 두 그루를 심어 주었지요. 그리고 그 나무들이 크게 자
랄 때까지 웬만해선 나무를 베지 않았답니다.

또 연어를 잡으면 연어 알은 꺼내서 수놈의 정액과 - 그들은 이것을 헛오줌
이라고 불렀습니다 - 섞은 뒤 연못에 넣고 깨어날 때까지 지켰습니다. 그리
고 새끼가 깨어나면 냇물 속에 흘려 보냈지요. 연못에서 살다가 처음부터
너무 센 물에 닿으면 안 되었으니까요.

벌꿀을 따건, 나무를 하건, 버섯을 따건, 물고기를 잡건 너무 많이 잡으면
안 되었습니다. 반드시 필요한 만큼만 잡아야 다시 은총이 돌아올 테니까
요. 그들은 함께 사는 법을 아는 사람들 이었습니다.

단, 그들도 스스로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무기를 갖고 다니기는 했는데 그
들은 활과 화살을 아주 잘 다루었습니다. 그래서 자기를 지킬 때에만 그 무
기들을 썼지요. 그들의 목소리는 꾸밈이 없고 아주 깊게 울렸습니다. 그리
고 그들은 쓸데없는 말을 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글을 읽지 않아도
아주 지혜로운 사람들이었지요.

이 에벤키 족에 무타라는 나뭇꾼이 살았습니다. 그는 태어날 때 아버지 쿠
이친이 이름모를 여인을 품고 나서 얻은 자식이죠. 원래 우두머리의 피를
이어받기는 했지만 쿠이친이 그의 어머니를 내쫓았기 때문에 그는 `하고 더
러운` 서자로 살아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족장의 아들이라면 하지 않아도
되는 궂은 일들을 다 맡아서 해야 했지요.

다섯 살 때부터 쿠이친의 부인들과 가짜 형들은 그를 못살게 굴었습니다.
어느 때에는 곰이 우글거리는 깊은 숲속에 혼자 들어가서 나무를 해오라고
시켰고, 어떤 때에는 형제들이 그가 청소를 더럽게 했다며 몽둥이로 마구
두들겨 패기까지 했습니다. 또 어떤 때는 밥을 많이 먹는다고 이틀을 굶긴
적도 있고, 그가 있는 앞에서 찾아온 손님에게 그를 `우리집 머슴놈`이라
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어느 날은 그가 쿠이친의 무기를 만지작 거렸다
고 `건방지게 천한 새끼가 아버지 무기를 만져?` 하면서 손을 잘라버리겠다
고 소리를 치기까지 했습니다.

언제나 툭하면 매질 - 그것도 굵은 참나무 몽둥이로! - 이었고 툭하면 채찍
질 이었습니다. 그는 가짜 어머니들이나 `형제들` 이 보는 앞에서는 활을
만져서도 안 되었고 말을 탈 수도 없었습니다. 그는 울음을 꾹 삼키며 자랐
습니다. 쿠이친의 종인 아골타를 빼고는 아무도 그를 이해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몰래몰래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가 책만 흘끔 보아도 형제들은 얼굴
을 찌푸리면서 그를 내쫓았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오기가 생겨서 더욱
몰래,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는 또 싸우는 방법이나 병법, 기마술, 궁술
도 몰래 공부했습니다. 가끔 형제들이 그가 어디 있느냐고 아골타에게 물
어 보면, 아골타는 "도련님은 지금 깊은 숲에 들어가서 나무를 하고 계시
는 중입죠."라고 둘러댔습니다. 그리고 무타도 공부가 끝나고 나면 적당히
나무짐을 해서 땀을 흘리며 돌아왔습니다. 형제들은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
죠.

그러던 어느 날, 에벤키에 귀한 손님이 오셨습니다. 하늘의 자식인 아무르
족이 악마와의 싸움에서 져서 인간세상으로 귀양을 왔죠. 이 때 하늘의 자
식들 중 하나인 절우부족이 하늘에서 에벤키 땅을 바라보았는데, 숲이 우거
지고 강물이 흘러서 잠시 몸을 피할 만한 곳으로는 좋은 곳이었습니다. 그
래서 그들은 평소 하늘의 은혜를 베풀었던 에벤키 족의 땅으로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하늘에서 내려오자, 평소에 하늘의 아무르족을 떠받들었
던 쿠이친은 몸소 나와 그들에게 절을 했습니다. 이 천족(天族)의 우두머리
인 아벌한은 쿠이친에게 우리가 잠시 피해 있어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쿠이
친은 당연히 좋다고 했지요.

- 잠시 후에 계속됩니다. 꾸벅.

* 그래 놓고선 아직까지 완결을 안하셨군요, 돌베개님. ^^ -parab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