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일시: 1999/07/20 오후 4:15
게시자: 돌베개
제목: `아사나루치` - 아라크노아 외전 : 1
☞ 제 1화 : 그림자
화성 식민지의 신천지(新天地)시 낙원구 평화동 1945번지. 지도에는 단지
그렇게만 나와있는 곳인 이 곳은 어둡고 퀴퀴하고 냄새나는 동네다. 군데군
데 벌겋게 녹이 슬고 주둥이가 일그러진 회색 쓰레기통은 바람이 불면 덜컹
덜컹 소리를 내며 바닥을 굴러가고, 길바닥에는 먹다 남은 생선 뼈나 닭뼈
다귀가 뒹굴고 있다. 언제 새로 칠을 했는지 모를 만큼 빛이 바랜 건물들
은 시멘트와 콘크리트가 군데군데 벗겨져 나와서 철골이 삐쭉삐쭉 드러나
있고, 칠만 벗겨진 벽에는 누군가가 페인트로 낙서를 `그려` 놓았다. 한두
군데가 깨진 유리창들은 뿌연 빛을 내뿜고 있고 꺼진 가로등들은 사람 없
는 골목길을 지키고 있다. 낡고 찌그러지고 빛깔이 벗겨진 채 버려진 자동
차 껍데기와 화면이 깨진 TV, 부품을 다 빼가고 껍데기만 남은 라디오 같
은 고물들을 쌓아놓은 무더기를 등지고 있는, 밤하늘을 보고 우는 개들이
이따금씩 조용함을 깨뜨리는 곳. 이 구역에 오늘밤 낮선 손님들이 들어왔
다.
"탁탁탁탁탁탁탁 ━━ ! "
별이 빛나는, 차가운 밤에 한 그림자가 구둣발 소리를 내면서 골목길을 달
려가고 있었다. 하얀 입김을 뿜으면서 헉헉거리는 그림자는 오른팔에 두툼
한 봉투를 끼고 왼손에는 물통을 들고 있었다. 두세 골목을 지나친 그림자
는 잠시 멈춰 섰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림자를 밤하늘의 별들이 비춰 주
고 있었다. 그림자는 고개를 돌려 왼쪽과 오른쪽 골목길을 훑어보았다. 빛
한줄기 비치지 않는 어두운 골목은 블랙홀마냥 어둠을 뿜어내고 있었다. 불
빛 하나 새어 나오지 않는 골목길에는 구겨진 종이나 일그러진 깡통이 바닥
에 뒹굴고 있었다. 그림자는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갖다 대고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숨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밤하늘의 별들이 그림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윽고 한숨 돌린 그림자는 오른손을 담벼락에 갖다 댄 다음, 고개
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가늘고 긴 눈매, 검은 눈, 길고 오뚝한 코,
조금 두터운 입술, 말처럼 비쩍 마르고 길쭉한 머리, 짙은 고동색인 피부,
짧게 깎은 검은 곱슬머리에 작고 동그란 안경을 쓴 젊은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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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시: 1999/07/23 오후 7:42
게시자: 돌베개
제목: `아사나루치` - 아라크노아 외전 : 2
그는 왼손과 오른손에 갈색 장갑을 끼고 있었고 빵모자를 썼으며 체크무
늬 조끼와 하얀 와이셔츠, 검은 바지를 입고 구두를 신고 있었다. 왼손에
는 작은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고 허리에는 두루마리를 차고 있었다. 그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얼굴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가 갑자기 고개를 왼
쪽으로 돌렸다. 왼쪽 골목길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어두운 골목길 입구에
서, 그 사람이 쓰고 있는 안경태만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고 왼손에 있는 물통을 꼭 쥐었다. 그의 얼굴이 달빛
을 받아 환하게 드러나 있었다.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
는 눈썹을 모으고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담담한 표정을 짓
고서 자기 앞에 있는 또 다른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봉투를 끼고 있는 오
른팔을 더욱 몸 쪽으로 갖다 붙이면서. `그림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림자`는 검은색 가죽 코트를 걸치고 검고 목이
긴 가죽장화를 신고 팔과 다리 부분에 옆으로 짙은 하늘색 줄이 난 짙은 남
색 경찰관 옷을 입고 검은 가죽 허리띠를 두르고 조금 큰 은테안경을 끼고
있었다. 왼손에는 보자기에 싼 작은 `상자`(?)를 들고 오른손에는 뭔가 뭉
툭한 것을 들고 있었는데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그림자`가
침묵을 깨뜨렸다.
그림자 : `홍차(紅茶)` 가져왔어?
사내 : 그래. 그쪽은? `간식` 가져 왔냐?
사내는 가슴에 오른손을 대고 안도의 한숨을 소리없이 내쉬었다. 사내의 얼
굴은 어느새 풀어져 있었다. 사내는 `그림자`에게 끼고 있던 봉투를 던져주
었다. `그림자`는 봉투를 찍 소리를 내며 거칠게 뜯었다. - 물론 보자기에
싼 것은 바닥에 잠시 내려놓고, 총은 입에 물고서 - 뜯은 봉투 안을 들여다
본 `그림자`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들었다. `그림자`의 얼굴
이 달빛을 받아서 반쯤 드러났다. 동그랗고 턱이 넓게 퍼진 얼굴, 뚜렷하
게 솟아나온 보통 크기의 코에 조금 살이 찐 뺨, 속눈썹이 짙은 크고 검은
눈, 넓적한 이마, 호랑이 눈썹에 보통 길이로 다듬은 검고 곧은 머리와 조
금 어두운 갈색 피부를 지닌 남자였다. 머리는 오른쪽으로 가지런히 빗어
넘겼다. `그림자`는 봉투를 반으로 접어서 오른쪽 옆구리에 끼고 이렇게 말
했다.
그림자 : 아주 잘 됐어. 이번에도 그냥 한방 먹여 주자고. 사모리.
사내 : 남 몫 가로채지 마, 임마. 이번엔 내 차례니까 넌 이 형님이
일 끝내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면 돼. 쓸데없이 나서지마. 내가 알
아서 할게. 잔말 말고 `도시락`이나 줘.
밤바타라고 불린 아프리카인 사내는 물통을 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파란
빛깔을 띄고 있는 그 물통은 언뜻 보면 세라믹으로 만든 보통 물통처럼 보
였다. 몸통에는 잿빛 띠까지 둘러져 있었다. 몸통에는 굵은 하얀색 글자로
이런 글이 쓰여져 있었다. - " 축하 선물." 물통, 아니 "특제폭탄"은 달빛
을 받아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 그림자, 아니 말레이인 남자는 오른손
에 쥐고 있던 권총과 왼손에 들고 있던 보자기에 싼 네모난 도시락통을 밤바타
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긴장을 푼 얼굴로 밤바타를 바라보았다.
밤바타는 입을 굳게 다문 채, 그러나 눈썹을 V자로 모으고 묘한 얼굴로 웃
음짓고 있었다. 누군가를 비웃는 듯했다. 이제 던지기만 하면 돼. 하고 사
모리는 생각했다. …늙은이, 내가 특별히 주는 `축하선물`이니까 고맙게 받
으라고. 그는 담벼락에 몸을 기댄 채 눈을 지그시 감았다. 잠시동안만 얼굴
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느끼고 싶었다. 바람은 언제나 시원했거든. 하고
그는 생각했다. 온갖 지저분한 허접쓰레기들을 바람이 다 먼나라로 날려보
내 주었다. 바람은 너무나 고마운 존재였다. 태풍만 빼고 말이야. 언제나
태풍이 불어오면 착한 사람이건 나쁜 놈이건 상관없이 모두 피해를 입었으
니까. 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갑자기 눈을 부릅떴다. 그는 재빨리 손목시계
를 들여다 보았다. 일곱시 십이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런, 시간이 없구
나. 그는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면서 동료에게 말했다.
밤바타 : 그럼 다녀올게, 오마르. 오늘밤엔 집에 못 들어가.
그렇게 전해줘.
말레이인: 알았어. 일 다 끝나면 삐삐쳐라. 번호는 알지?
밤바타는 응.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뒤돌아서면서 망설일 것 없어.
어차피 오늘 하기로 했는데 뭐. 하고 중얼거렸다. 오마르는 어느새 자기가
준 권총과 `도시락`을 두 손에 들고 멀어져가는 밤바타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밤바타가 어두운 골목길로 사라져 버리자 오마르는 바지주머니에
서 삐삐를 하나 꺼냈다. 말끔하고 깨끗한 삐삐는 옅은 풀빛으로 빛나고 있
었다. 오마르는 삐삐의 단추를 몇 번 눌렀다. 삐삐의 액정화면에는 이런 메
세지가 떠올라 있었다. : "도시락은 잘 갖다줬다. 01839 - 01963." 오마르는
삐삐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봉투를 오른쪽 옆구리에 낀 채 그의 동료가
사라진 골목길의 반대쪽으로 몸을 돌려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점
점 작아졌던 그는 아예 골목길이 그린 지평선에서 사라져 버렸다. 달빛과
별빛만이 두 사람이 사라져 버린 골목길을 조용히 비추어 주고 있었다.
- 그럼 며칠 뒤에 계속 이어집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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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시: 1999/08/23 오후 9:40
게시자: 돌베개
제목: 아사나루치 - 아라크노아 외전 3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아, 늑장을 부린 자의 쪽팔림) 이제 3회가
올라갑니다. 다음 이시간에는 테러장면이 나오겠습니다. 기다리시라! 저를
너무 욕하지 말아주세요. 글이 잘 안 써져서 머리를 싸매고 써야 했습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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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시 로마구(區) 카이사르 거리 1492 - R 번지는 백화점과 호텔이 몰
려 있는 번화가다. 반짝이는 스테인레스 뼈대를 네모나게 짜 맞추고 그 안
에 네모꼴인 반투명 유리(: 안에서 밖을 볼 수는 있지만, 밖에서 안을 볼
수는 없는 유리)판을 끼워 넣어서 만든 백화점들은 19세기 영국 박람회장
건물처럼 가느다란 뼈대와 빛나는 유리벽을 뽐내며 서 있다. - 모두 유리벽
으로 만든 것은 아니고, 밑부분이나 윗부분은(또는 두 부분 모두) 하얀 세
라믹으로 만들어 놓았다.
어떤 건물은 정육면체 건물 네 귀퉁이에 옛 이집트의 오벨리스크 모양을
본뜬 미나렛(:첨탑)이 서 있고, 어떤 건물은 육각형 몸통에 황금으로 만든
뽀족한 육각지붕( :바닥이 정육각형이고 정삼각형인 면이 여섯개이다) - 입
구와 마주보고 있는 면에 라틴어로 `즐거운 집` 이라고 써 놓았다 - 을 씌
워 놓고 여섯 둘레에 네모낳고 위로 올라갈 수록 좁아지는 로마식 하얀 대
리석 기둥을 세워 놓았다.( 대리석 기둥 위에는 그리스와 로마의 장군들을
에메랄드나 사파이어, 루비 원석으로 만들어서 세워 놓았다. 이들은 모두
오른손에 창이나 칼을 쥐고 왼손에 방패를 들고 있다. 또 이들은 모두 날개
달린 신발을 신고 있으며, 조명을 받고 빛을 되쪼이면서 서 있다) 또 말에
박는 징처럼 생긴 어떤 건물은 둥그런 윗부분과 모두 유리벽으로 - 하얀 세
라믹을 쓰지 않고 - 만들었기 때문에 꼭 온실처럼 보인다. (이 건물은 낮에
도 밤에도 쉬지 않고 반짝인다)
이들은 모두 시내 가운데에 서 있는 뽀족한 탑을 에워싸고 있다. 옅은 잿
빛 화강암을 부드러운 사다리꼴 모양으로 다듬어서 세우고 그 뒤에 하얀 세
라믹과 빛나는 니켈, 티타늄, 스테인레스, 금, 은, 백금으로 만든 막대기들
을 - 길이나 크기는 각각 다르다 -뽀족한 피뢰침 모양으로 짜맟춘 탑. 맨
꼭대기에는 전류를 막아주는 진짜 피뢰침이 속이 환히 비치는 투명한 모습
으로 서 있다. 화강암에는 라틴어와 그리스어( : 옛 그리스어), 영어, 프랑
스어, 일본어, 독일어, 에스파냐어로 이렇게 쓰여 있다 :
━ 자유와 진보에 끊임없는 영광을! ━
이 탑에서 방사선 모양으로 뻗어 있는 길은 언제나 시원하게 뚫린다. 지
나가는 차들은 모두 황금빛이나 은빛, 붉은빛, 파란빛으로 화려하게 빛나
고 미끈한 곡선을 자랑하고 있다. 이곳에는 바퀴달린 차가 없다. 바퀴가 달
려 있어야 할 곳에는 옛 바퀴처럼 생긴 원반이 - 구멍이 뚫리지는 않았다
- ㄱ 자 모양으로 나와 있는 기계팔 끝에 달려 있다. 어떤 자동차는 지붕
위에 작고 모서리가 뭉툭한 네모꼴 위성안테나를 달고 있다.
다른 차는 지붕 위에 잠자리 날개처럼 긴 사다리꼴 모양으로 펼쳐져 있는
태양전지판을 붙이고 달린다. 이들은 모두 포장된 길에서 30㎝ 정도는 붕
떠서 다닌다. 잿빛으로 포장된 길에는 밤에도 반짝이는 노란빛을 띄는 곧
은 선이 죽 그어져 있다. 차들은 단 한치도 어긋나지 않고 그 선 위에서 달
린다. 번쩍이는 차들이 내쏘는 빛은 가로등과 백화점, 호텔이 내뿜는 네온
사인 불빛과 입체영상 광고와 함께 이 거리의 `밤`을 밝히고 있다.
이곳에는 신천지 시에서 가장 훌륭한 호텔과 백화점들이 다 모여
있는데
특히 제 6 중앙도로 남쪽에 있는 「임페리움」 호텔은 이 거리에서 가장 이
름난 건물이다. 그리스·로마시대의 건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호텔은
입구를 - 하얀 대리석을 써서 - 파리에 있는 개선문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
다.
파라반 누님께 - 면목없습니다. 이제야 올려서. 그런데 1,2회에서 나온 주
인공들 이름을 바꿔주세요. 사모리는 밤바타로, 게르솜은 오마르로 바꿔 주
세요. 부탁드립니다. 꾸벅. (이제서야 고쳤습니다. --; -paraban)
되도록이면 빨리 4회를 올리겠습니다.
- 근데 지나나 크리슈나, 리안 박사, 세라, 케이, 제인, 맥스(맥라이언),
카림 캐시어스와는 어떻게 연결하나? 외전이지만 그들이 빠져서는 안돼는
데.
참고로, 밤바타라는 이름은 1904년 영국의 제국주의에 맞서 용감하게 싸웠
던 남아프리카 원주민 족장의 이름입니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그를 기려
서 손자에게 그의 이름을 붙였지요. 오마르는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중
동에서 볼 수 있는 남자이름 입니다. [임페리움]이라는 호텔 이름은 라틴어
로 [제국帝國]이라는 뜻입니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이름을 풀이할 생각입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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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시: 1999/10/22 오전 2:13
조회: 45
Email: 게시자: 돌베개
제목: 아사나루치 - 아라크노아 외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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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텔은 로마의 히드리아누스 장성처럼 하얀 대리석을 벽돌 모양으로 다
듬어서 쌓은 벽으로 담을 둘렀다. 담 위에는 뾰족한 쇠꼬챙이를 촘촘하게
박아넣었는데. 그것들은 모두 번쩍이는 금을 입혀 놓았다.
담 둘레에는 날씬하고 빛이 날 정도로 윤기가 흐르는 기관총 - 망원렌즈를
달고 총알의 빠르기를 조절하는 방아쇠가 몸통 옆에 달려 있으며 소음기까
지 달려 있는 - 을 들고 삐삐만한 크기인 냉각 액체 니트로 글리세린 폭탄
을 보란 듯이 드러내놓고 두르고 있는 경비원들이 우라늄으로 빛을 내는 전
등이 달려 있는 헬멧을 쓰고 순찰을 하고 있다.
담 안에는 미끈하게 만들어진 가로등이 은빛을 내면서 빨주노초파남보 무지
개빛을 가로등마다 하나씩 내뿜고 있다.
화성의 돌을 캐어서 만들었기 때문에 붉은 빛을 띄고 있는 이 호텔의 포장
도로는, 마치 로마의 포장도로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다른점이 있다
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잿빛 `원반`이 길 위에 일직선으로 박혀 있다는 정
도다.
직선으로 시원하게 쭉 뻗어있는 이 도로를 따라가 보면, 로마의 판테옹 신
전처럼 대리석 기둥위에 반구형 지붕을 덮은 건물이나 19세기 영국의 수정
궁처럼 유리와 수정, 철골로만 이루어진 건물,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
미드를 닮은 수정 피라미드, 18세기 오스트리아 군주들의 궁전처럼 하얗게
벽을 칠하고 황금과 은으로 기둥을 칠해놓은 건물들을 만난다.
건물과 건물 사이가 너무 떨어져 있어서, 이쪽 건물에서 저쪽 건물을 보면
꼭 콩알만하게 보인다. - 비록 호텔이 불도저와 포크레인으로 울퉁불퉁한
땅을 밀어버리고 편편하게 만든 벌판에 세워지기는 했어도 - 빈 공간에는
골프장의 잔디처럼 잘 가꿔진 키 낮은 잔디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덩
치 크고 날씬한 말들이 떼로 모여서 풀을 뜯고 있다. 말들과 좀 떨어진 곳
에서는 산양이나 염소, 소들이 노닐고 있다.
이 건물들을 지나치면 떡갈나무와 삼나무가 울창하게 자란 숲과, 수정처럼
차고 맑은, 숭어와 철갑상어, 연어가 뛰놀고 백조와 오리가 노는 호수를 만
난다. 나무에는 메추라기나 독수리, 올빼미가 둥지를 틀고 있고, 가끔 독수
리들이 호텔 주변을 빙 둘러서 날기도 한다. 숲은 호수 둘레를 둘러싸고 있
으며 호수는 언제나 맑은 물을 개울에 흘려보내 준다. 개울은 호수와 호수
를 이어주고 나중에는 호텔 바깥으로 - 담벼락 가운데 구석진 곳에 특별히
뚫어놓은 구멍으로 - 흘러간다.
이곳을 지나쳐서 계속 가면 마침내 온통 수정과 유리, 보석으로 만든 호텔
본관本館에 다다른다. 막히지 않고, 굽어지지 않고 죽 뻗은 길은 여기 본
관 앞에서 끝난다. 본관은 첨탑 모양으로 높이 솟아있는 잿빛 감시탑과 그
아래서 배 밑바닥을 엎어놓은 모양을 한 채 곡선미를 보여주는 - 그리고 반
半 투명인 방탄유리 장판들로 덮여있는 - 지붕, 기둥 하나 없이 세라믹 뼈
대만으로 조립되고 이어맞춰진 `몸통`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몸통은 곡
선을 그리면서 위로 갈수록 조금씩 좁아지기 때문에, 메소포타미아의 지구
라트를 곡선으로 그린 모양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떡갈나무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촘촘하게 심어져 있는데, 떡갈나
무 가지에는 성냥갑만한 물체가 박혀 있다. 나무껍질처럼 짙은 검은색인 물
체는 가운데에 있는 동그랗고 자그마한 렌즈를 360도 방향으로 돌리고 있
다. 이 물체는 사실 감시용 카메라이다.
본관 앞에도 경비원들이 잿빛 제복을 입고 머리를 박박 깎은채로 경비를 서
고 있다. 그들은 헤드기어가 달려있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으며 헤드기어에
는 작은 안테나가 달려 있다. 그들의 총은 뭉툭하고 미끈한 장갑으로 뒤덮
여 있으며 총신은 회색으로 빛나고 있다. 그들은 허리춤에 전기봉과 독가스
탄, 염산폭탄, 자동 소총을 차고 있으며 머리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안테
나가 달린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본관 허공에는 커다란 눈깔처럼 생긴 카메라들이 반중력 띠를 두르고 붕
떠 있다. 이들은 밤에는 공기의 빛깔처럼 검게 바뀌어서 모습을 감추고, 낮
에는 투명하게 바뀌어서 모습을 감추는 인공지능이 있다.
이렇게 삼엄하게 외부인의 드나듦을 통제하고 있는 호텔 본관 안에서, 무
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 5 회로 이어집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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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위에 달려있는 전등은 오색빛을 내며 빛나고 있었다. 어느 시간대에
는 밝은 붉은 빛이었다가 어느 시간대에는 은은한 푸른빛, 또 어느 시간대
에는 요염한 자줏빛을 내면서 사람들이 싫증이 안나도록 마음껏 변덕을 부
리고 있었다.
벽에는 푸른 초원이 끝간데를 모르고 펼쳐져 있었다. 적당한 크기로 짧게
자란 풀들은 들판 저 끝까지 자라고 있었다. 갑자기 우르릉 하는 소리가 나
면서 땅이 크게 흔들렸다.
`두두두 두두두 두두두 두두두~!` 소리는 점점 가까와지더니 마침내 자수
정 탁자 위에 놓여있는 단순하고 미끈한 모양인 은잔이 흔들리면서 잔에 들
어있는 내용물을 페르샤 양탄자 바닥에 흘려 버릴만큼 가까이 다가왔다.
말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라비아 말도 아니고 몽골 말도 아닌, 아마도
유럽 순종인 듯한 말들은 쉴 새 없이 발을 굴리면서 초원을 달려나갔다.
두 눈은 먼 곳을 보고 있었고, 온 몸에는 땀이 방울방울 맻혀 있었다. 그들
은 다른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동쪽을 향해서 달렸다. 화면은 그들이
내는 말발굽 소리에 묻혀 버렸다.
`팟!` 갑자기 초원과 말들이 벽에서 사라졌다. 벽은 20세기의 영화관 화면
처럼 잿빛 화면으로 돌아왔다. 누군가가 "화면을 꺼라."라고 말했기 때문이
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가슴을 쭉 펴고 목을 까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과
장되게 돌린 다음, 의자에서 일어났다.
꾹 다문 입술에 길고 튀어나온 코, 쑥 들어간 눈, 곱슬거리는 가는 머리칼
에 밝은 분홍빛 얼굴인 서른살 가량의 백인 남자였다. 눈매가 (백인치고는)
조금 가늘고 날카로운 편인 남자는 차가운 녹색 눈을 빛내면서 은색 머리칼
을 쓸어내렸다.
길쭉하고 비쩍 마른 얼굴에 뒷머리를 조금 길게 기른 이 사내는 잿빛 웃옷
에 잿빛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은 어깨와 팔, 다리 부분
에 은빛 선이 둘러져 있었고 옷감은 얇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특수재질 이
었다. 웃옷의 왼쪽 가슴 부분에는 외눈을 뜨고 있는 날개달린 원반이 금실
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는 잠시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쉰 뒤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아직
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멍한 얼굴로 벽에 눈을 `박고` 있었다.
이 사람이 누구냐구요? - 제 6 회를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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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소파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알록달록한 - 빨강, 주황,
노랑, 갈색, 황토빛인 - 빛깔로 칠해진 인조 가죽 소파에 걸터앉아 있던 사
람들은 숨도 크게 못 쉬고 방금전까지 화면이던 벽에 눈을 박고 있었다.
곱슬곱슬한 갈색머리가 반쯤 벗겨진 중년의 신사, 은발을 빛내고 있는 백
인 부인, 긴 금발에 황금빛 눈동자인 20대의 백인 아가씨, 머리를 짧게 깎
은 20대 청년 - 이들은 모두 방금전의 충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사내는 짝 하고 소리를 내면서 두 손바닥을 부딫혔다. 사람들은 소리가 나
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내는 차가운 얼굴로, 자기에게 쏟아지는 시선
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모두가 그를 보자 그는 입을 열었다.
사내 : 여러분, 마음에 드셨습니까? 저희 `쿼크소프트`에서 만든 영화가
어땠는지요?
그는 대답할 틈을 주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사내 : `쿼크소프트`는 지금까지 첨단 영상산업에 돈을 쏟아부어
왔습니다. 3차원 입체안경을 써야 제대로 볼 수 있는 영화
부터 한 사람 한 사람이 특별히 만든 헬멧을 쓰고 고글을
낀 채 전원을 올리면 바깥 세상은 잊어버리고 오로지 헬멧
의 기계가 보여주는 세상만을 즐길 수 있는 장치까지 말입니다.
사내 : 하지만, 거기에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너무
쉽게 싫증을 내고 우리가 만든 기계를 팔아치워
버렸습니다. 또, 헬멧은 너무 쉽게 부서지고 고장도 잘
났을 뿐더러 비싸기까지 했습니다.
입체영화는 이제 아이들까지도 안 보려고 할 정도로
외면당하고 있지요.
사내 : 그래서, 아시다시피 쿼크소프트의 주식은 계속
떨어졌고 회사는 빚을 져야 했습니다. 건물과
설비들을 팔아치웠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지요.
---- 제 7회에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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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가는 바닥을 기었고 종이신문과 종이잡지, 전자신문과 전자잡지,
텔레비전, 라디오는 "이제 쿼크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쿼크도 한물 갔다."고 떠들었습니다.
그 때를 떠올려 보십시오. 여러분은 정말 비참했습니다. 몇 푼도
아니고 수천만 달러를 쏟아부으면서, 피 같은 달러로 벽돌을
만들어서 쌓은 철옹성 쿼트 소프트를 그냥 내버려 둬야 한다니
말이나 되었습니까?
사람들은 침울한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남자, 여자, 젊은이, 늙은
이, 중년 할 것 없이 얼굴을 일그러 뜨리거나 눈썹을 찌푸리고 듣고 있었
다. 파란 연미복 차림인 날씬한 중년 부인은 고개를 돌린 채 입을 다물고
있었고 안경을 쓰고 긴 갈색 머리를 늘어뜨린 20대 여자는 먼 곳을 바라보
고 있었다. 머리를 박박 깎은 청년은 눈썹을 찌푸린 채 낮은 소리로 휴하
고 한숨을 쉬었다. 머리를 적당히 자른 중년 사내는 은발을 쓸어올리며 입
을 다문 채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 머리 위로 무엇인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길에 뿌려진 종이조각들. 그
종이조각에는 서투른 인쇄솜씨 - 물론 뿌연 흑백이었고 먹물이 채 마르지
않았었다 - 로 씌여진 글씨가 있었다.
- 충격! 신화도 이제는 막내리는가? -
- 이제 독재를 끝내야 할 때, 신자유주의 물러가라! -
- `정보화시대`의 봉건영주인 쿼크를 몰아내라! -
그들(:주주들)은 삐라를 주웠고 이내 얼굴을 일그러 뜨리며 구겨 버렸다.
하지만 그들이 등을 돌리고 떠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골목길에서 - 또는 버
젓이 큰 길가에서 - 누군가가 나와서 삐라를 신문 뿌리듯이 좍 뿌리거나 허
리를 구부리고 몰래 주워 갔다.
그러다가 로마 병정이나 20세기의 전투경찰처럼 갑옷을 차려입은 경찰들이
그들(:시민들)을 보고, 그들은 쫓기거나 전자 개목걸이를 달고 붙잡혀 가면
서도 오른손에서 삐라를 놓지 않았다. 이상한 사실은 그들은 화성의 뿌옇
고 먼지가 날리며 숨쉬기도 힘든, 산소는 얼마 안 되고 깨끗한 질소와 이산
화탄소도 모자라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악을 쓰고 외쳤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수탉이 하늘을 우러러 소리를 지르듯이, 그들은 경찰 탱크로 끌려 가
면서도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우러러 악을 썼다. 경찰의 전기봉이 지져도
상관없이 그대로 외쳤다. - 경찰이 섬유질로 짠 `강철구두`로 걷어차며 탱
크에 처넣을 때까지.
그때 거리는 축제 분위기였고 시민들은 흥겨워했다. 거리마다 현수막과 팻
말이 붙었고 사람들은 모였다 하면 이렇게 외쳤다.
"정의, 자주, 민주주의! - 우리에게 자유가 아닌 정의를!"
그때마다 모자를 깊숙히 눌러쓰고 바삐 걸음을 옮기거나 속으로는 벌벌 떨
면서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고 코트의 깃을 올리고 선글라스를 고쳐 쓰면
서 곁눈질로 그들을 노려 봐야 했다.
작년까지 그러지 않았던가. 바로 서기 2085년까지 말이다. 쿼크 본사는 꿀
먹은 벙어리였고 주주들의 아우성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저 `기다려
보시오, 우리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 8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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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무겁고 답답한 어떤 것 - 바다 위에 떠 있는 뿌연 기름띠나 대도시
하늘을 감싸고 있는 스모그같은 - 이 그들 머리 바로 위에 떠다녔는가!
갑자기 연설자의 목소리가 환상을 깨뜨렸다. - 카랑카랑한 사내의 목소리
가 날아들었다.
"하지만 보십시오. 드디어 쿼크소프트는 해냈습니다. 일단 화면을 켜고 들
여다보기만 하면 현실따윈 잊어버리고 푹 빠져들 수 있는 훌륭한 `영화
관`을 만들었습니다!
귀찮게 헬멧을 쓸 필요도 없고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이어폰을 끼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화면을 켜고 보기만 하면 화면이 알아서 보는 사람들
을 이끌어 줍니다. 얼마나 훌륭합니까! 생각할 필요도 없고 얼굴을 찌푸리
며 참고 볼 일도 없이 화면에 취해서 보면 된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욕하는 `것`들에게까지 구원을 베풀어 주는 관대함을 보일
수 있습니다. 바로 이 기계로 그것들에게 영화를 틀어주면 됩니다! 아주 신
기하게도 그것들은 영화를 보는 동안 우리에게 욕을 하는 일도, 우리가 하
는 일을 쓸데없이 따져 묻지도 않습니다. 영화속에 푹 빠져서 자기들의 일
을 깨끗이 잊어버립니다.
우리에게 따지지도 않고 쓸데없이 욕하거나 불평하지도 않습니다. 또 쓸데
없는 인간의 존엄성 어쩌구 하는 일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신문을
보거나 잡지를 읽으면서, 라디오를 들으면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인터넷
에 접속하면서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아도 됩니다. 아울러 그것들도 문제를
따지면서 생기는 쓸데없는 죄책감과 스트레스를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행복` 해집니다.
우리는 이 `영화관`을 퍼뜨려서 그것들과 다른 시민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정해진 의무` 이자 `계몽의 의무` 입니
다!"
박수가 터졌다. 주주들은 모두 만족한 웃음을 띠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방
금전까지 좌중을 억누르던 무거운 공기는 말끔히 사라졌다. 밝은 샹들리에
불빛은 더욱 요염하게 빨주노초 파남보 무지개 빛깔을 뿜어냈다. 대리석 벽
면에 박혀있는 산호와 진주조개, 전복 껍질은 무지개빛을 반사하며 빛났
다. 누군가가 즐거운 목소리로 사내에게 물어보았다.
목소리 : 축하드립니다. 베버 사장님. 그런데 이 제품은 언제 시판
되나요? 그리고 얼마에 팔리리라고 생각하십니까?
베버라고 불린 사내는 눈을 가늘게 뜨고 턱 끝을 오른손으로 만지작 거리더
니 뜻모를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베버 : 대답은 저 대신 회장님이 하실 겁니다. 주주 여러분, 파머스턴
회장님이 나오십니다. 박수로 맞아 주십시오!
방 한구석에 있는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들어왔다. 그는 가늘고 곧은 금발
을 적당히 잘랐고 머리가 말처럼 길쭉했으며 오뚝 솟은 코에 쑥 들어가고
쌍꺼풀이 진 하늘색 눈을 갖고 있었다. 너무 하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는 사
실상 연분홍색 이었고 수염은 말끔히 깎았지만 뺨에는 노란 털이 짧게 남
아 있었다.
그는 이마와 눈가에 주름이 있었고 뺨은 살이 빠진 나머지 쑥 들어가 있었
다. 그는 베버와 비슷한 옷을 입었으나. 그 위에 빨간 로마식 토우거를 둘
렀다는 점이 달랐다. 파머스턴 회장은 깨끗하게 번쩍이는 금으로 만든 지팡
이를 왼손에 쥐고 있었는데 지팡이 머리에는 그리핀 머리를 새겨놓았고 그
리핀의 눈에는 에메랄드를 박아 놓았다.
파머스턴은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뭔가 못마땅한 일이 있는 사람처럼 가볍
게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왼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로 파란 돌을 깔아놓은
바닥을 쿵 소리가 나게 치고는 입을 열었다.
============= 9회쯤에 테러장면이 나옵니다. 기대하시라! ^_^;::
* 파머스턴이라는 이름은 19세기 아편전쟁이 일어났을 때 영국의 외상(外
相)을 맡았던 영국인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파머스턴 외상은 제국주의
자, 인종차별주의자였고 자유무역이라는 이름으로 침략과 자본주의의 착취
를 옹호했습니다.
그는 아편전쟁은 `문명(영국)과 야만(청)의 전쟁`이라고 불렀고 이렇게 말
했습니다 :
"아편은 술보다 해독이 덜하다. 그러므로 중국인의 도덕심을
회복시켜(?) 주기 위해서라도 영국이 군대를 파견해야 한다."
또 아편전쟁 때 영국의 아편상인들을 원조하고 뒤에서 밀어준 정치인이죠.
그래서 악역의 이름으로 골랐습니다.
: 작품에서의 파머스턴은 정식 이름이 아더 - 메이슨 - 파머스턴 입니다.
아더라는 이름은 영국의 수상이고 제국주의자. 인종차별 주의자로 이집트
의 독립을 반대했던 영국인 아더 벨푸어에서 따왔고 메이슨은 석공이라는
뜻이면서 동시에 사람의 성(姓) 이기도 합니다. 석공이 돌을 다듬듯이 사람
을 다듬는다는 뜻이죠.
*베버라는 이름은 독일의 학자인 막스 베버에서 따왔습니다.
막스 베버는 [기독교 윤리와 자본주의 원리]라는 책에서, 서양은 종교개혁
과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잘 닦았으나 다른
사회는 그것을 이루지 못했으므로 열등하며, 언제까지나 서양의 2류로 머
물 것이라고 주장한 백인우월주의자 였습니다. 또 철저히 19세기식 자본주
의가 옳다고 주장했던 학자였습니다.
그래서 악역의 이름으로 골랐습니다. 작품에 나오는 베버의 정식 이름은 하
랄드 - 로이트만 - 베버 입니다. 하랄드는 바이킹 왕의 이름에서 따왔고(별
명이 `잔인왕`인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로이트만은 1905년 경 동아프리카
의 독일 식민지를 맡았던 총독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또 있습니다. 7회에서 2164년이 아니라 2085년 입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의 원전이나 다를 바 없는 아라크노아 첫머리에서 지나 박이 "22세
기가 내일모레 하는데"라고 말하는 구절이 있는데. 이 사실로 보아 22세기
가 아니라 21세기를 무대로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
라서 베버와 파머스턴이 주주들을 상대로 연설을 하고 밤바타가 폭탄 테러
를 하는 시기는 (바로 1년전까지라는 말이 있으므로) 2086년 입니다. 부디
문서 정리할때는 고쳐주세요.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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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김혜린의 작품세계 & 공식 팬클럽 홈페이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