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게시판

게시일시: 1999/06/21 오후 1:31
게시자: 써니
제목: 북해의 별

`북해의 별`이라는 작품을 처음으로 접한 것이 언제였는 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내 기억에 아마도 국민학교 5,6학년 때가 아니었나싶다
(여전히 국민학교 세대인 나는 아직도 초등학교란 말이 낯설다...)
어떤 경로로 이 책이 내 손에 쥐어졌었는지 역시 기억에 없지만 나는 그 때
이 책을 중간까지 밖에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십육년이 지난 지금에야 와서 나는 다시 이 책을 접할 수가 있게
되었다.
어릴 때 부터 유난히 만화책에 집착하던 나로서는 어찌보면 기회가 있었음
에도 상당히 늦게 이 책을 다시 잡게 된 것인데 이유는 아마도 어렸을 때
마음에 드는 그림체만 보고 책을 잡았다가 점점 갈수록 난해(?)해지고 어려
워지는 것이 내가 소화하기 힘든 책이라는-그것은 곧 잔재미 없는 책이라는
뜻이기도 하지.... -_-; - 선입견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얼마 전 우연히 이 홈에 들어왔고 운영자가 올려 놓은 `북해의 별`
을 보고 다시 이 책을 손에 넣게 되었다.(뭐..그래봐야 대여점에서 빌린 거
지만...)
그리고 여담이지만 이책을 보면서 나는 어떤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다.
유리핀, 유제니, 유진하....후훗...쓸 데 없는 발견일지도 모르지만 어째서
작가는 모두 "유"를 붙여 놓은 걸까...?

세월의 힘은 대단한 것이다...어릴 때 무작정 보았던 만화가 이제는 깊은
생각과 통찰력을 요구하면서 다른 만화와 비교까지 하게 만들었다.
우선 그림체를 보자면 처음 1,2권에 나오는 그림은 일본만화 `올훼스의 창`
이나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생각나게 만들만큼 일본만화의 그림체와 비슷
했다..하지만 개인적으론 이 때의 그림체도 좋다. 유리핀이 예쁘니까....
점점 뒤로 갈 수록 과연 같은 작가인가 의심하게 만들정도로 그림체가 바뀌
어 가기 시작하는데 이번엔 어쩐지 `황미나`의 영향을 엄청 받은 것처럼 느
껴지기도 했다.
특히 내용면에서는 국가는 `보드니아`인데 자꾸만 `프랑스 혁명`처럼 느껴
져서 읽고 받아들이기가 엄청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황미나의 `엘 세뇨르`와 `불새의 늪`을 오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
다.(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니 비난은 하지 마시길...)
특히 등장인물들의(특히 주인공들의)엄청난 카리스마는 두 작가를 동일 시
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아...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북해의 별을 좋아한다.
이게 저걸 모방했든 저게 그걸 닮아있든 황미나나 김혜린은 한국 만화계의
거성 임에는 틀림이 없고 나는 그녀들이 한국 만화가라는 사실이 즐겁다.
그리고 유리핀 멤피스...나는 이 남자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느낀다.
여느 만화의 주인공이 모두 그렇듯 이 남자 또한 의지와 용기와 카리스마로
똘똘 뭉친 어찌보면 순정만화의 틀에 딱 맞아 떨어지는 샘플같은 남자이지
만 그 카리스마를 무시할 수 없어서..라는 게 맞는 이유 일지도...
그리고 또 한 가지 북해의 별 모든 등장인물을 나는 다 사랑하게 되었다.
예전엔 비요른 누벨같은 남잔 꼴도 보기 싫었지만 그 역시 시대의 희생물
일 수 밖엔 없기에..나는 그를 동정하며..사랑한다.
끝으로 그 모든 것을 합해 이 책을 만들어 낸 김혜린..그녀에게 무한한 애
정과 존경심을 표한다.
계속되는 그녀의 작품들을 지켜보며 나는 계속 그녀가 만들어낸 인물들의
흡인력에 내 정신을 침식당할 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정말로 행복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