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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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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거리며 청계천바닥을 타~박~타~박 걷다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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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여요.
아침 7시
"으악! 출근해야하는데 늦었다"라고 낭패감에 번쩍 눈을 떴다가
"아. 오늘 일요일이지.."라고 벅적벅적 머리긁으며 지극한 안온함속에 철푸덕 몸을 누이고 비로소 10시부터 하루를 시작한 세자르입니다.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더라구요. 움하하 오늘이 일요일이란 사실이 말여요.
어제 사온 권교정님의 '어색해도 괘않아~"를 읽고 허둥지둥 단장하여 길을 나섰어요^^
뜬금없는 지인의 문자에 "난 오늘 모험을 떠날거야."라고 답문을 보낸 후 담담히 걸음을 내딛은 곳은 바.로. 중고만화서점이 밀집한 청계천이었답니다.
에- 지금껏 청계천은 여자 혼자 다니기에는 위험한 동네라는 어머니의 말씀 덕에 은근히 꺼리게 되는 곳이었답니다. 때문에 ㅎ_ㅎ 혼자 청계천을 가는 것은 저로선 모험에 다름없었어요. 무하하
사실 27일부터 시작되는 도서정가제가 만화계에까지 미칠지(당연한 말이지만..) 알 수 없는 상태로 꽤나 불안해져서, 그 안에 사두고픈 장편들은 욕심껏 모아야 했거든요.
원수연님의 "풀하우스" " 김진님의 "바람의 나라" "모카커피 마시기"를 위시한 연작들(SOS 같은거 말여요. 표독이네 가족 시리즈^^)의 초판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아..그런데 이게 웬일..
공항버스를 타고 인터넷에서 뽑은 약도대로 제대로 내린 것 같은데
이노무 동네 -_-;; 가게셧터가 모조리 내려져 있는거에요.
열린 곳이라곤 약재상과 약국들, 화초가게, 모자가게가 전부.
만화의 만자라도 간판에 새겨진 곳이 있으면 부리나케 튀어갔지만 모두 헛수고.
망연해진 제가 정신을 차린 건 볼에 닿던 차가운 빗방울의 감촉을 느꼈을 즈음이랍니다.
앗! 비다. 비 때문인거다. 비 때문에 이들이 모두 좌판을 걷어버린거다!! 그래 만화책이 젖으면 안되니까. 비 때문인거야!!
어제부터 소근소근 귓바퀴를 간지럽히던 가랑비가 ㅠ_ㅠ 원망스러워졌습니다.
결국 소득없이 왔다갔다하다가 평화시장에서 과월호 잡지를 몇 권 사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오늘의 경험으로 절실히 느낀 것은 -_-; 날 흐리면 청계천에 가지 말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국내 중고시장이 너무나 열악하다는 것이지요.
요즈음은 인터넷으로 소비자가 좀 더 손쉽게 중고물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은 끈질기게 이집저집 발품을 팔아야만 만족스러운 구매를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해 갔던 일본의 Book off라는 중고매장이 생각나네요.
BookOff는 일본 전역에 지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는 대형 중고상점이랍니다. 이 곳의 취급물품은 CD, DVD, 일반도서, 만화책등인데 어느 한사람 게으름피우지 않고 일하고 있는 많은 수의 종업원에 일단 놀라고 각각의 구역을 나누어 행순으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진열대를 보고 더욱 놀랐어요.(Casher가 아닌 일반 점원들마저 쉴새없이 손을 놀리면서도 입으로는 "いらっさゃいませ"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를 연발해서 나중엔 환청이 들릴 지경이었어요. hehe)
--; 우리나라의 구질구질한 청계천 시장과 너무 비교가 된다고 할까요.
가격을 물으면 우물쭈물 선심쓰듯 "얼마만 줘~"라고 응수하는 아저씨들 대신
상품의 수급량 및 흠집정도를 분석한 후 변하는 가격에 따라 늘 새로운 가격표를 붙이는 점원들.
자유로운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쾌적한 실내환경
-.- 왕래가 편한 도심한복판에 자리한 입지조건까지 고객이 신뢰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진화된 중고시장의 좋은 예를 볼 수 있었어요.
혹자는 Book off는 넘 비싸서 이용하기 시려! 라고도 하였지만 어차피 일본은 동네 구석구석까지 중고물품점이 있으니 그런 말 하는거죠. 동네보단 확실히 Bookoff가 비싼긴 합니다.
이 말에는 그만큼 물자가 돌고 있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어요. 우리도 물자가 차고 넘치나 이 경우는 사고, 되팔고 하는 플리마켓의 형성을 의미합니다.
문화상품을 소비할 줄 그네들의 의식구조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단 적인 예로 너무 읽고 싶은 만화가 있는데 소장하고 싶은 마음은 없고 가격이 부담스러워 망설이게 되는 일이 종종 있을 거에요. 우리나라야 -_- 당장 대여점으로 달려가면 되지만 일본은 도서대여점이 없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계시죠?
그러므로 자연스레 중고시장이 활성화 될 수 밖에 없었지요.
활성화 된다는 것은 결국 그 분야의 발전을 가속하므로 지금의 전문화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죠.
곧 거슬러 올라가 보면 건전한 소비가 관건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하하 오늘 고생을 하긴 한 모양이네요. 제가 주저리주저리 잡소리가 많아지는 걸 보니.
^ㅁ^;
내일은 친구 병문안을 다녀오고, 주중에 다시 한번 가볼 생각이에요.
만약 그 곳에서 발견한 소중한 책들 표지에 바코드 택이 붙여진던 흔적이 남아있다면 다시 한번 실망할테지만..
그래도 이게 현실이니까.
더 나아질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을 받아들이는 수 밖에요.
으하하. 웬지 꿀꿀한 글이 되어버렸군요. 죄송합니다아~
편안한 밤 맞으셔요. 여러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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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wa |
[2003/0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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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르님 고생 많으셨네요. 일반적으로 큰시장은 일요일에 문을 닫는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청계천 고서적가는 일요일에 모두 문을 닫지요.종로5가 쪽으로 나가 보셨나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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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wa |
[2003/0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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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책사러 나가 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보통 인터넷으로 주문을해서...나이가 드니 게을러지고 편한 것만 찾네요. 저도 오랜만에 한번 나가보아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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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브낭 |
[2003/0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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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흠...그런 시장이 있었군요..제가 아는곳은 한양문고와 제 학교 주변의 도매점과 동대문밖에..ㅡㅡ;;중고는 그곳에서 구입하면 되는군요..색다른 정보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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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하랑 |
[2003/0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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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했는데, 책 구경을 거의 못해서 많이 허탈하셨겠네요. 그래도 혼자서 그렇게 다닐 수 있다니 용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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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리 |
[2003/0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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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만화 중고상들의 책은 대부분 개인독자의 소장품인 경우보다는 폐업하는 만화방이나 대여점의 물량을 떼어다가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랍니다.(최종적으로는 kg단위 거래로 가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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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樓蘭 |
[2003/0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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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중고책거래가 점차 활발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만, 대여점이 버팅기고 있는한 아직은 요원한 일이로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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