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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물일곱살짜리 글쟁이가 열한 살짜리 ‘공자(公子)’한테 늘어놓는 잡담
단목다루 … 공자.
그대를 오랫동안 지켜본 풋내기 글쟁이가 다시 편지를 보내려고 붓을 듭니다(이제는 공자님이시니, 제가 예의를 갖춰야죠).
우선, 소년이 된 것을 축하합니다. 솔직히 말하라면 몇 해 전, 공자한테 처음 편지를 쓸 때에는 공자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거든요. 그런데 소년이 된 공자의 모습을 보니 저절로 콧등이 시큰하다 못해 울고 싶어져요(너무 기뻐서 그러는 것이니 이해해 주시기를!). 부디 더 잘 자라서 앞으로는 천하에서 가장 훌륭한 청년이 되기를 빌게요.
그리고 두 번째로, 가라한의, 아니 산마로 형의 맏아들이 된 것을 축하합니다. 산마로 형은 남들이 뭐라고 수근대건 상관 않고 공자를 거두어 길렀고, 1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살았으니 공자는 산마로 형의 맏아들이고 산마로 형은 공자의 아버지죠. 그런 인연을 받아들이는 것이나 끊는 것은 오직 공자만이 결정할 수 있는 일입니다(말이야 바른 말이지, 주위에서 “침”을 튀기며 떠드는 ‘것’들이 공자나 산마로 형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고, 그것들은 공자의 ‘짐’을 덜어주지도 않잖아요?).
그러니 “네가 무슨 장자냐?”라며 거친 말을 퍼붓고 공자가 하는 일에 훼방을 놓는 ‘파리 떼’의 울음소리에 넘어가지 마세요(정 혼자서 파리 떼를 물리치기가 힘드시다면 저를 부르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한마디만 더 할게요. ― 이건 ‘축하’가 아니라 ‘당부’입니다 ― 공자가 공자를 놀리고, 골려준 놈들에게 ‘주먹’맛을 보여준 건 아주 잘한 일입니다. 만약 공자가 그런 놈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비굴하게 굴었다면, 놈들은 기고만장해서 공자를 모욕했을 거예요. 어떤 사람들은 ‘착하고 싸우기 싫어하는 사람’을 ‘멍청하고 나약한 사람’으로 여기고, 그 사람의 성질을 돋우죠.
그런 놈들하고 마주칠 때에는 한 치도 물러서지 말되, 공자와 친한 사람이나 친하지도, 사이가 나쁘지도 않은 사람에게는 친절하게 구세요. 고슴도치는 자신을 지킬 때에만 가시를 세우지 결코 다른 짐승을 사냥할 때 그러진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지금은 날씨가 아침에는 추웠다가, 낮에는 덥고 밤에는 다시 추운 나머지 많은 사람들이 ‘지금이 초여름인지, 가을인지’를 몰라 혼란에 빠진지 오랩니다(?). 부디 몸과 마음을 잘 다스려 병에 걸리지 않게 하십시오. 오늘은 이만 쓰고, 때가 되면 또 한통 부쳐드리겠습니다.
― 고집 센 글쟁이 돌베개가 드림
*덧붙임(추신) : 이 편지를 보내기 전에, 6년 전에 처음 보냈던 편지를 다시 읽어보았어요. ... 참 많은 세월이 흘렀네요. 제발 살아남으라고 빌면서, 순혈주의를 떠받드는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담으면서 편지를 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공자는 소년이 되고 나는 잘 하는 짓이라곤 낙서와 글쓰기밖에 없는 ‘바보’가 되어버렸으니... 이 다음에 편지를 보낼 때는 공자와 내가 어떻게 바뀌어져 있을지 알 수가 없어서 - 마치 안 알려진 곳을 탐험하는 탐험가처럼 - 괜히 설레입니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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