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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멤피스.
편지받고 놀라셨을 테지요. 당신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 주제넘지만 이렇게 펜을 듭니다.
전 오늘 당신께 한 여인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당신으로 인해 행복했었고, 그 행복 이상으로
아파했던 어느 멋진 부인의 이야기를 말이죠. 당신께 누가 될 일은 없을테니 이 편지를 끝까지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바다를 사랑했던 여인이 있었습니다. 한 없이 넓은 바다, 한 없이 깊은 바다.
붙잡을 수도, 품을 수도 없는 그 바다를 사랑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여인은 매일 바닷가에 서서 바다를 사랑한다 속삭였습니다. 그러나 바다는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 다. 여인은 다시 바다에게 사랑한다고 크게 외쳤습니다. 그러나 메아리조차 들려오지 않는 바다였습니다.
바다는 한 곳으로만 향하고 있었습니다. 저 머언 어딘가를 향해 그렇게 아득하게 멀어져 갔습니다.
지친 여인은 자신이 살던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바다만큼 무거운 걸음으로 그렇게 돌아서 한 걸 음 한 걸음 옮겨갔습니다. 그 때, 어디선가 작은 울음이 들려왔습니다.
'누구 없어요. 아무도 없나요..'
점점 잦아드는 목소리를 따라가던 여인은 한 아이를 만났습니다. 처음 보는 그 아이의 눈물 속에 여인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여인은 그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집에는 한 남자가 여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남자의 눈 속에서 여인은 바다를 부르던 자신 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여인이 떠나온 사람이었는데, 애써 멀리한 눈이었는데..
다시 바라본 그 눈엔 여인의 모습 이외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치고 허물어진 모습이 아닌, 너무나 찬란한 모습의 여인이 있었습니다. 서로 먼 곳을 바라보던 지친 세 사람은 그 이후 "가족" 이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어릴 적 어머니께서 들려주셨던 이야기입니다.
창 너머 아득한 곳을 바라보시며 아주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이며 들려주셨죠. 시간이 많이 흐르고나서
이 이야기를 떠올려보니 마음 한 구석이 아파옵니다. 이렇게 제 가슴이 아픈 것은 이 이야기 속에 지금의 저의 모습이 들어있기 때문인걸까요?
문득, 제가 아버지 어머니를 처음 만났던때가 떠오릅니다. 내게는 너무나 낯설었던 '가족'.
그러나 그 낯설음 만큼 그리웠던 존재.
제 부모님이 저를 처음 사람들 앞에서 소개하셨을 때, 그때 전 사실 많이 두려웠습니다.
날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부모님께 누가 되지는 않을까..이런 생각들이 저 자신을 자꾸 작아지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제 아들입니다" 라고 소개하시는 부모님을 보면 눈물이 날 만큼 감사하고, 이렇게 훌륭한 부모님과 만나게 된것이 신의 큰 축복임을 가슴에 새기고 또 새깁니다.
어머니께서 저를 당신에게 소개하셨을 때, 그 때 어머니의 표정을 저는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머니의 눈동자가 조금은 흔들렸던것도 같았지만, 너무나 환하게 웃으시며 당신께 인사하시던 그 모습. 그리고는 그 깊은 눈을 내게 돌리시며 다시 한번 환한 미소를 지으셨죠. 꽃잎처럼 가볍게, 너무나 우아한 자태로 아버지를 향해 가시던 그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사실 그때 전, 당신을 보며 조금은 통쾌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과는 하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부인과 함께 계실때 당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지요. 가만히 당신의 눈을 올려다 보았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때 당신의 표정이 우리 아버지를 닮은 것도 같았거든요.
그럴 리는 없었겠지만, 만약 당신이 나의 아버지가 되셨다면 우리 어머니는 지금처럼 환하게 웃으며 행복해 하실 수 없으셨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지금 내 아버지가 당신이 아님을 신께 감사드립니다.
이제야 내가 이 집안의 진짜 가족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소중한 아버지 어머니..
이제는 내가 자랑합니다. "이 분들은 저의 하나뿐인 부모님이십니다.." 라고.
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저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 눈에도 진짜 "가족" 으로 보여졌음 좋겠습니다. 당신과 당신의 부인, 그리고 당신의 자녀들 처럼 말이죠.
한 가지만 꼭 기억해 주십시오, 유리핀.
비록 하나가 될 수는 없었지만 당신의 건강과 행복한 삶이 우리 어머니의 살아가는 또 하나의 이유라는 것을. 품을 수 없는 바다를 지금도 기억하는 여인의 작은 소망이라는 것을.
행복하십시오.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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