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게시판

1. "불의 검"의 서사구조(나레이션)

  많은 이들이 "불의 검" 12편이 허무하게 끝났다고 한다. 그걸가지고 불평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더라!!!

  그 이유를 들어보자.

  "불의 검"은 상당히 중첩된 나레이션(서사구조- 이하 나레이션이라 통칭함)을 가지고 있다.
가라한 아사와 아라간의 사랑 노래가 그 하나요,
북대궁의 왕궁을 빼앗긴 아무르 인들의 도시 회복 이야기가 또 하나요,
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카라 이야기와 우리의 슬프지만 멋있는 신녀 소서노 이야기가 마지막 하나다.
(물론 그밖에 소소한 나레이션이 중첩되어 있는 건 사실이다. 여기선 큰 줄기만 보도록 하자...)

  소설의 5대 구성요소중 마지막 두가지, 즉 클라이맥스와 결말은 3가지 이상이 나온단 말이 된다.실제로 그러했으니...

  내가 생각하기로, 그들의 사랑노래는 9권이 클라이맥스이다.

가라한 아사가 잊혀진 기억을 되찾고, 본궁인 아라를 찾으러 가는 여정은 그들의 사랑의 절정을 보여준다.
"나에게서 꽃을 빼앗지 말라. 봄을 빼앗지 말라"
아사의 절절한 심정이 배어있는 말이다....
"오지말아요.... 그러나 오길 바랬던 것일까?"
아라의 애끓는 마음이 감정이입되는 말이다.

  결국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되고, 이후의 상황은 급전직하!
아시다시피 해조는 무타를 만나 떠나고, 아라는 본궁이 되고, 아사의 아이를 가진다. 이상의 잔잔한 결말은 이미 10권에서 끝난 것이다.

아마도 12권의 모습은 에필로그적 성격이 농후한 것인 듯...!

  한편, 빼앗긴 왕궁회복 이야기는 카라와 소서노 이야기와 함께 12권이 클라이맥스요 결말이다.

아무르 전쟁사는 고통의 연속이었던 듯 보인다.
적어도 10년을 끄는 이 전쟁은

아무르 왕궁 빼앗김- 전사부족 푸른 용부 수장의 죽음- 기나긴 망명생활의 시작- 온구트의 전제왕권화(? 이상하긴 함)의 시작- 새로운 피의 수혈(가라한 아사와 마리한 천궁 신녀 소서노의 발전)-  불의 검 제조 비법을 둘러싼 첩보전- 야장녀 아라의 불의 검 전수- 카라의 왕위 탈환- 마리한 천궁의 중국과의 연합전선- 가라한 아사의 뛰어난 전공-  카라의 폭주와 소서노의 활약- 카르마키와 아무르간의 전면전- 아무르 인의 왕궁 탈환- 중국을 몰아냄

의 순으로 되어 있다.
("일리아드"를 보는 느낌이다...^^;;)

  따라서 12권은 이들 전쟁사의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치열한 왕궁탈환전을 소재로 하고 있다. 만약 전쟁만 보이고 "나의 사랑 아사와 아라의 사랑이야기"가 안보인다고 불평한다면, 나레이션을 다시 확인하시라...

  마찬가지로 카라와 소서노간의 대결 역시 12권에서 막을 내린다.
하지만 이것역시 9권에서 배태되어 11권에선 이미 결말이 보였다. 자세한 것은 카라와 소서노의 페미니즘 편에서 다시 언급하련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의 클라이맥스와 결말은 매우 중첩되어 있으며, 10권~12권에 걸친 결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결말이 따로 있음을 찾아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지 않을까?

  2. "불의 검"에서 보이는 사상- 페미니즘에 대해

  우리의 소서노와 카라를 살펴보자.
소서노는 금욕적 페미니즘의 대표자이며,
카라는 분리주의 페미니즘의 대표자인듯 보인다.

  다시말해, 소서노의 모습에서 지난 100년간 여성이 뭔가를 이루기 위해선, 결혼을 포기하고, 커리어 전선에 나서야만 하고, 여성임을 애써 잊으려 하였던 선배 여성들의 면면이 보인다 할 수있다.

  카라의 폭주는 어찌보면 남성을 배척하고, 우리끼리만의 세상을 꿈꾸는 우먼리브의 최첨단을 걷는 모습으로 비췰 수 있겠다.

  그러나 난 꼭 그것만이 이 작품에서 보여주려는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서노는 12편, 오랫동안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면서 눈물을 흘린다.
"신은 사라지고 인간이..."
이 말은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삶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말이다. 뿐 만아니라 그렇게 현몽을 했다는 말이다.
살고 사랑하고 아이낳고, 키우고 또 걱정하고 죽어가는...
인간의 삶, 특히 인간여성의 삶의 위대성을 다시 깨달은 것은 아닐런지?

여성은 어머니가 되는 것을 부끄러워 해서는 안된다.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창조물중 가장 위대한 것이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하많은 직업이 있고, 그 엄청난 업적이 있건만, 아이를 낳고 키우는 그 단순한 작업이야 말로 우주의 신비가 배어있는 위대한 작업인 것이다.

  이번엔 카라를 살펴보자.

  그녀의 전투적 페미니즘(이른바 분리주의)는 이 작품에서는 약간 다른 측면으로 살펴야 할 것같다.
폭압을 당한 여성들의 뭉침.. 여인국의 완성... 뭐 다 좋다.
그렇지만, 그들의 정치체제를 살펴보면, 유목민족의 부족생활에서 전제왕권으로 넘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시말해, 전제주의화가 심화되면서 카라는 온구트의 뒤를 이어 정권을 잡았고, 그가 꿈꾸는 여인왕국 역시 전제주의의 또다른 이름이었을 뿐이라는 거다.
진정한 분리주의자는 아나키즘을 꿈꾼다. 카라와 같이 전제주의 왕권에 도전하진 않는다. 따라서 카라는 분리주의의 겉모습을 띠건만, 안타깝게도 남성 사회의 정치체제를 그대로 답습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소서노와 카라 둘다 뭔가 미진하지만 나름대로의 페미니즘을 꿈꿨던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을 미워할 수 없다.
오히려 멀리 사라져간 우리 언니들의, 궁극을 꿈꾸지만 불완전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면면을 깨닫게 해주는 나름의 삶이 아닐까?

  허접한 감상 이정도로 마치고 물러갑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