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기 모임에 가면서, 잠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좀 미친 거 아닐까?
아무래도 미친 사람들 모임인 거 같아.
모이는 사람들 면면을 보면 그런 생각을 아니할 수가 없는 것이......
1. 뭐 생기는 거 있다고, 이 그림 저그림 프린트 하고, 오리고, 끼우고,
심지어 깜짝 리퀘스트를 받아 핸드폰 줄 마련해 온다고 한 케이님,
분명히 제 정신 아니지요.
2. 부산에서 서울이 무슨 요 앞동네라고, 다른 볼일 아무것도 없는데,
일요일 아침 댓바람부터 서둘러 기차 타고 올라왔다 가겠다고 한 눈사람님,
분명히 이성이 제 자리에 있는 것 같지 않지요.
3. 지성이, 정성이 혈기 방장한 아들을 둘이나 한꺼번에 떼어 놓고,
안산에서 눈썹 휘날리며 달려 오겠다고, 게다가 호객 행위를 위해,
가지고 있던 혜린님의 만화책을 기꺼이 내놓겠다고 선언한 무스탕님,
분명히 물불 못가리는 것 맞지요.
4. 누가 식대 지불한다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먹을 것 싸오겠다고 공언하고
떡볶이, 김밥, 치즈말이?에 심지어 약밥을 바리바리 챙겨오고,
이쑤시개, 나무 젓가락까지 용의주도하게 챙겨온 무사파님,
절대 생산적이지 않지요.
5. 이번 주부터 시험이라면서, 청주에서 꾸역꾸역 올라와
저녁까지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던 어이쿨리여쿨리님,
교수님 아시면 황당해 하실 게 분명하지요.
6. 못온다 못온다 하더니만, 무스탕님이 주신다는 책에 녹아 나서
자존심도 없이 강아지 마냥 달려온 설리님,
확실히 체면 못 차리는 것 맞지요.
7. 퍼져 있어도 시원치 않을 일요일 오후에, 대학로까지 기어나와
오랜 친구도 아니고, 나이도 맞지 않는 사람들 얼굴 보러 나와서
저녁 7시도 성에 안 차하며, 늦게 올지도 모른다는 다른 회원님
계속 기다려 보자며 케이님과 함께 죽치고 앉아 있었던 크레몬님, 하리님,
사실 좀 웃기는 거지요.
이러고 보면 제 정신 박힌 사람 하나 없는 거 같은데,
만나면 시간은 왜 그리 잘 가는지,
왜 그리 유쾌하고, 즐거운지, 참 신기해요.
어제 정말 즐거웠어요.
다들 아무 생기는 거 없이도 사람들과 함께 함을 즐거워하고,
무언가 조금이라도 더 해 주고 싶어하고,
좋은 시간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는 그런 모습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그런 모습이어서, 기분이 썩 좋고,
정말정말 함께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원증도 받게 될 다음 정기 모임은 더욱 즐겁겠지요.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제발 갈 수 있는 여건이 되기를 기도도 하고요.
어제 못 오신분들 약오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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