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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보다 조연 및 엑스트라를 더 좋아하는 저의 나쁜 버릇이 또 발동됐습니다. ^^
오늘은 문득 우르판의 유가족 생각이 나네요. 그의 아내와 손주가 우르판의 부를 이끌고 초원으로 나갈 때 딱~ 한 컷 나왔었죠. 얼굴도 안 나왔지만 그래서 더더욱 궁금해집니다.
우르판의 아내는 나이가 꽤 됐을 텐데도 칼을 차고 있더군요. 떠나는 차라서 그런지는 몰라도요. 그리고 그녀가 초원으로 떠나면서 옹구트에게 올린 글은 분명 곧고 강직한 풍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카르마키 사회는 여성의 지위가 아무르 사회에서보다 더 낮은 것 같았는데, 우르판의 아내(이름을 알고싶닷!!!)의 이런 모습은 굉장히 신선하더군요.
그녀의 옆에 선 아직은 어리지만 당당해 보이는 손자가 그녀의 교육을 받고 어떤 성인으로 성장할지 벌써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분명 할아버지에 부끄럽지 않은 장수가 되겠죠.
돌 던지실지 몰라도, 저는 왠지 우르판의 손자와 아사에게 많은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르판이 아사의 아버지 대상견과 자신이 같은 점이 많다고 느꼈듯이요. 아사처럼 우르판의 손자(우르판이 성이던가요? 그렇다면 그 녀석 역시 우르판이지만..^^)도 부모를 잃고 할머니 밑에서 컸고, 둘다 자기 민족의 전사부 수장 또는 수장 후보, 그리고 둘 다 자기 민족의 일반적인 관행에서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 비슷한 것 같아요.
카르마키인 중 긍정적인 인물이 거의 없는 점을 생각하면(그들이 모두 악당이라기보다, 카르마키의 현실에선 그러한 모습이 필연적일 수도..), 우르판과 그의 가족, 그리고 초원으로 떠난 우르판 부는 불행하고 뒤틀린 정복자로서의 카르마키를 넘어서, 겉치레나 장식 없이 건강한 초원의 아들딸, 그 활달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카르마키는 아무르보다 못하거나 더 나쁜 민족이 아닙니다. 서로가 다를 뿐입니다. 어떤 집단이든 위급하고 힘든 때 최고의 모습을, 편안하고 배부를 때 가장 추한 모습을 보이는 법. 아무르 역시 만연한 부패와 안이한 마음가짐으로 카르마키에 결국 무너졌습니다. 역사가 더 짧고 아직 덜 다듬어진 카르마키이기에, 아무르보다 짧은 시간 안에 이제 하락기를 맞는 것입니다.
저의 카르마키에 대한 바램이 있다면 ....
금목걸이와 멋진 건축물은 덜 가졌을지 몰라도, 어쩌면 그런 것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는 너른 초원의 혼이 다시 카르마키의 것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자기네 문자는 없을지 몰라도, 수천 리를 이동해도 지치지 않는 기상 속에, 그리고 서로 목숨을 맡긴 동료들과 마유주 잔을 돌리고 함께하는 가식없는 웃음 속에 그 속마음이 전부 통하는 진실된 늑대의 자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자신들이 한때 약자였기에 자기보다 약한 존재를 아끼고 보호하는 진정한 강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약하다고 억누르고 괴롭히는 것은 비겁한 자만이 하는 짓이고, 카르마키는 한때 비겁했지만 다시는 그렇게 되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초원의 개망나니도 아닌, 썩은 정신의 정복자도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서 초원을 지키는, 어우러져 살아가고 사랑하고 그렇게 발전해 가는 카르마키가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제가 카르마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벅찬 것을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우르판의 아내처럼, 그리고 그녀가 이끄는 우르판부처럼 곧은 정신과 용기를 가지고 있다면 어쩌면 불가능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저의 바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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