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게시판

때는 21세기 말 경.

경찰학교 우등생인 지나 박이 화성으로 연수받으러 오면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 동료 연수생이 사망한다. 우여곡절 끝에 아라크노아들을 만났지만 후에 본인은 범죄조직 격파를 위한 실탄으로 쓰인 걸 알게 되고, 지구로 돌아가려다 그냥 화성에 눌러 앉아 아라크노아의 새 식구가 된다. 그리고 화성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

순정사극 만화가로 알려져 있는 김혜린님의 SF 만화다. 이제는 초 레어 만화가 되어 중고 책방, 혹은 폐점하는 만화방 같은 데에서나 운 좋으면 구할 수 있는 책이 되어버렸지만....[그래서, 선물로 이 책을 사 준 ㅇㅍ군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아라크노아'는 거미를 싫어하는 내가 유일하게 보는 거미 만화다. 왜 이게 거미만화인가 하면, '아라크노아'를 시작하면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과 경쟁을 하다가 거미가 되어버린 여인 '아라크네'에 관해 짧게 서술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라크노아'라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성격을 결정짓는다. 이제 곧 3편이 개봉된다는, 거미의 곤충적 습성을 강조한 '스파이더맨'과는 달리, 이 만화는 신화 속에 나오는 거미여인의 이야기를 주인공들에게 투영시켰다. 그래서, 이 만화는 거미 만화이면서도 거미가 없는 만화다.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매우 고전적인 고대 이야기를 소재로 정했으니 사극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라크노아'의 배경은 22세기를 앞둔 먼 미래다. 뭐, 물론 지금이야 21세기에 들어선 지 벌써 7년째니 뭐가 그리 새삼스럽겠느냐만, 이 만화가 처음 나온 1990년대 초를 생각한다면 그 당시만 해도 21세기 말도 꽤나 아득할 미래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아라크노아'라는 가상 미래에서는 두 가지의 권력층이 존재한다. 하나는 만화 내에서 UDA로 나타나는 지구 연맹 정부이고, 또 하나는 엄청난 재력을 자랑하는 범죄조직 유니버셜 신디케이트이다.[네오나찌도 있긴 있지만 그건 첫 화에 잠깐 등장하고 이후엔 가끔 언급되는 정도였으니 생략한다.] 전인류를 위해서.... 라는 명분으로 인간 개개인이 누릴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정부, 경영 그룹의 최고 위치에 서서 휘하 사람들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고 하나의 소유물처럼 여기며 탐욕스러운 손길을 뻗는 범죄 조직의 대부. 이 속에서 아라크노아들은 끊임없이 인간이 왜 인간인가를 알게 해 주는 그 인간미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아간다.

여기까지가 현재의 '아라크노아'에 대한 이야기이다. 좀 더 쓰고 싶지만, 아직 뒷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은 데다, 지금 있는 것만 갖고는 완전한 분석과 이해가 힘들어서 여기까지만 쓴다.

*상기 내용은 추후 수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