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 주었다면...
그것으로도 됐다, 설리.
험하고 외로운 인생 가닥에...
너도, 나도...
소중한 꽃가지 하나씩-
가슴에 품고 가는 거다.
안녕...
나의 누이...
나의... 사랑!
이제 나는
몽고의 아들로
돌아가야겠다.
허물어져 가는
빛 바랜 영광-.
어찌할 수 없는
그 핏줄의 길로...!!
약 200여년 전의 어느 날, 몽골 고원을 비롯, 중국 북방을 떠돌아 다니던 어느 유목민의 어린 소년은 힘을 키워 부족을 통합하고 민족을 강성하게 만들었다. 무장한 군대로 주변의 여러 나라들을 그 발 아래 정복시킨 그는, 후에 '칭기즈 칸'이라는 존칭과 함께 민족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람이 되었다. 그의 뒤를 이은 후대 왕들 또한 그의 업적을 계승하여 더욱 넓은 땅을 정복하고, 마침내는 중원까지도 완전히 장악하여 대륙 동서에 이르는 지상 최대의 제국을 건설했다.
생각해 보면 어깨가 으쓱해질 정도로 자랑스러운 민족의 후예이건만, 시대를 잘못 만난 덕에 야훌라이는 세상을 냉소적으로 대한다. 실력이 있어도 재물과 권세 앞에서는 땅에 떨어진 휴지 조각. 정당하게 실력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권력에 아첨하고 다른 이들을 음모의 수렁에 빠뜨려 출세를 하는 현실에 크게 실망하여 도리질를 쳤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아버지가 하는 일마다 냉소를 날리고, 누이인 설리와 결혼하려는 준광은 나라 최고의 권력가인 기황후와 자정원을 등에 업은 한족이라는 그 배경 때문에 그의 눈에 아니꼽게 비쳤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놈들이 제일 싫다! 권력에 빌붙어 제 민족 피를 빠는 기생충! 우리가 힘이 약해지면 제일 먼저 애국자인 양 우리 목에 칼을 들이대는 것도 그런 부류지. 차라리 홍적이 깨끗해!"
권력에 의해 모든 일이 좌지우지 되는 세상과, 나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관직에 나아갈 수 없다는 현실. 그것이 싫어서 꼬인 시선, 꼬인 언사로 세상을 향해 비난을 쏟아 붓던 그에게, 산매에서 처음 만난 그의 이복 누이 설리는 권력을 향해서도 자신의 말을 똑바로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권력에 당당히 맞서는 용기까지 지닌 사람이었고, 야훌라이는, 아마도 그래서 그녀에게 끌렸을 것이다.
실은, 야훌라이는 시스터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좋게 말하면 누구보다 누이를 끔찍이 아끼는 것이고, 그의 시선처럼 꼬아서 나쁘게 말하면 그렇다. 거기다가, 나보다 약한 남자에게는 내 누이를 줄 수 없다는 순진함도 갖춘 남자. 아마도 이 불같이 성정 과격하고 입심 거친 남자를 손에 넣고 주무를 수 있는 사람은 그의 이복 누이인 설리 하나 뿐일 것이다. 누이의 행복을 바라기에 진하를 아버지의 손에서 구해 그녀와 함께 보내려 했고, 그녀의 마음을 알기에 진우량 휘하에 있던 진하가 음모로 척살
"전쟁에 신경이 쓰이느냐?"
"......"
"놈은, 내가 인정한 유일한 내 매제다. 처남이 매제의 원수 갚기에 한 몫 하는 것... 이상할 것도 없겠지!"
"오라버니...!"
"들어와, 임마! 내 체면도 좀 봐 주라."
기왕에 시작한 병신춤!
까짓...
한 판만 더 추는 거야!!
실제로, 작품 속에서 그의 마음 속에는 설리 뿐이었고, 누이가 결혼하자 그는 고향을 떠나 이국의 전장을 떠돌아 다니며 세월을 보낸다. 아무리 사랑해도 현실에선 나의 누이. 왜 내 아버지의 딸로 태어났냐고, 매일 밤 침상에 누워 회답 없는 질문을 수도 없이 했을 것이고
그러나, 그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사랑해도 그녀에게 있어 여전히 나는 배 다른 오라비일 뿐이며, 이미 그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는 사람은 오로지 단 한 사람. 그 사람을 잊었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후ㅡ그래서 누이를 구출하기 위해 강주 지도와 정보를 모았을 때 알게 된, 살부지수(아비를 죽인 원수) 자하랑이 10여년 전에 죽은 줄 알았던 진하라는 사실은 그에게 있어서도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로 들렸을 것이다.ㅡ다른 남자와 결혼했고, 혹여 누이가 결혼한 후 여전히 마음 속의 그를 잊지 않았더라도 누이와 결혼한 사람이 그녀에게 근심 없는 맑고 행복한 웃음 웃을 수 있게 해 준다면, 나는 그걸로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주원장의 승리로 파양대전이 끝난 후, 사례를 위해 온 창룡에게서 진하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은 설리. 야훌라이는, 오누이 관계도 좋으니 아마도 설리가 그 사실을 모른 채 그와 파양호
장사성 측이 무너지기 시작함과 동시에 주원장은 북벌 진군을 개시하고, 야훌라이가 수비하기 위해 맡은 원나라 황실 경계선을 깨뜨리기 위해 진하가 말을 달려 왔다. 수비진들이 연이어 깨지는 통에 알게 된 진하의 참전 소식. 누이가 사랑하는 사람, 그래서 내가 인정한 매제라도 그는 내 아버지를 죽인 원수.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둘은 서로 마지막 칼가름을 하고, 마침내 그는 진하의 칼에 맞아 죽는다. 죽는 순간에도 눈 앞에 떠오르는 사람은 사랑하는 누이. 내가 죽어서도 누이는 건강한 모습으로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 스스로 인정한 매제에게 누이의 안부를 물어보고, 그 답에 안심하며 땅 위에 뜨거운 민족의 피를 쏟았다.
설리와 진하, 두 사람들과의 마지막 순간에 야훌라이는 그 두 사람들로부터 자신들의 사랑에 대한 이해와 지지에 감사를 받는다. 설리는 지난 시간 동안 그의 누이에 대한 사랑을 알아 주고, 진하는 서로의 민족적, 가족적 원수 관계를 떠나서 자신의 설리를 향한 사랑을 알고 그녀를 자신에게 맡겨 준 데에 대한 감사였다.
"야훌라이 오라버니! 저는요.... 산매에서 오라버니를 처음 만났을 땐.... 제멋대로고 안하무인의 사람인 줄만 알았어요."
"제대로 봤네! 지금도 그런 걸."
"....... 좋아해요.......................... 오라버니도 어서 좋은 분 만나 결혼하시어요."
"나같은 놈이 결혼했다간 여편네 속 다 썩여, 임마!"
"훌륭하다!"
"......"
"본의 아니게 약속을 어기게 됐군. 하지만- 몽고 사나이는 결코 비겁하지 않아! 저 어린 놈이 날 지나치게 걱정한 때문일 뿐, 알겠나!"
"알고 있소.... 난 당신에게 감사하고 있소."
누이에 대한 그의 사랑은, 어찌 보면 아까 얘기한 대로 시스터 컴플렉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사랑을 그런 단어로 폄하하기엔, 그는 입심은 거칠어도
한 때 찬란히 빛났던 제국의 영광도, 운도 다한 지금, 그는 그의 단 하나뿐인 사랑, 누이를 위해 하늘 어딘가에서 그만의 아름답고도 행복한 춤을 추고 있겠지...
사족)이렇게 써 놓고 보니까, 이 남자....................... 정말 가슴 아프군.[...] 물 건너 누구[...]와 정말 대비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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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 종일 매달려서, 오늘 새-_-벽을 넘겨 완성한 야훌라이 리뷰입니다. 원래 따지자면 주인공인 저 비극염장 커플[...]이 먼저 올라와야 하지만, 그건 지금은 여기 올릴 수 없을 정도로 창피한 글빨이어서, 지금까지 쓴 것 중에 그나마 제일 잘 썼다고[...] 생각하는 야훌라이를 먼저 올립니다. 부디 타박 말아 주셔요.[...]
플스)3월 19일 오후 1시 36분 추가. 뭔가 빠뜨린 것이 있는 듯 하여 고치려 했는데, 다시 보니 그걸 넣으면 문맥들이 영 안 맞을 것 같아서 그냥 두고 이곳 저곳 약간 손만 조금 더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