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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핫..제목을 뭐라 붙일지 모르겠어서 이렇게 이상한 제목으로 글을 올립니다..
막공을 보고, 만 이틀이 지났건만...
아직도 막공 mp3들으면서 혼자 웃고, 혼자 울고 있답니다..
심각한 후유증이에요. 아직도 일상 생활에 복귀하기가 힘들다니.
네...저도 제 통장의 잔고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태였기에, 불의 검 뮤지컬을 이리 보게 될 줄은 몰랐답니다. 저, 은근히 공연관람횟수 3위를 기록하더군요..(케이님-은산호님-저.^^ 맞지요? 뭐, 메디나언니도 저와 비슷한 횟수지만요.)
총 5번, 무대에서 살아 숨쉬는 산마로를, 아라를, 수하이를, 카라를, 소서노를, 바리를 만났더랬지요. 무대를 보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달라지는 면도 보이고, 이전엔 보지 못했던 것도 보이고...하더군요.
10월 1일의 그 공연. 제 느낌으로는 별로였습니다. 태경아사와 소정아라, 어쩜 이리 궁합이 안 맞을 수 있을까..하고 속으로 생각했었지요.
태경아사는 맑기만 한 목소리, 그래서 제가 생각했던 가라한의 이미지와는 틀린 목소리라 좀 아니다 싶었고,
소정아라는 지나치게 강인하다고 생각되었었구요. 대사를 치는 것에서도, 노래하는 것에서도. 특히 듀엣곡을 부를 때, 소정씨가 부른 다음 태경씨가 부를 때, 두 마디 정도는 지나야 태경씨 소리가 들리더군요. 음악을, 그리고 합창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이건 아니다..싶었습니다.
또, 아라님 말씀대로, 소정아라, 이 공연에서는 정말 '파닥파닥' 잘도 움직이더이다. 린월드 아라에서 이미지를 따온 듯한..^^;;
근데, 한 번 보고 나니 더블캐스팅의 다른 두 주연의 목소리가 궁금해지더군요.
마침 그 담주 수요일에 전직원 연수로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에 참여하라는데..
친구를 꼬셔서 국립극장으로 튀었지요. 수요일 낮공연은 30%할인이라고 꼬셔서요.
그 때 들은 민철아사 목소리..환상입디다. 제가 원체 낮고 울림있는 목소리를 좋아하거든요..제가 그렇다 했더니, 같이 갔던 친구 왈, "그건 네 취향 아냐?"라고 한 마디 하더이다. 그렇든 아니든, 암튼, 민철아사와 금단아라, 제가 1일날 태경아사와 소정아라에게서 느꼈던 뭔가 삐걱대는 느낌을 싸악 없애 주더이다. 금단아라 목소리도 맑고 청아한 느낌이, 1막의 아라와 딱이더군요. 2막에서는 조금 아라의 심경을 목소리에 담아내지 못한 것이 아쉽긴 했지만요. 그리고, 수요일 낮공연이라, 사람이 워낙 없어서 배우들이 공연하는데 힘이 실리지 않은 게 안타까웠지요. 금단아라는 이 때만 봤는데, 금단씨가 공연 끝내고 커튼콜할 때 울어버려서, 참 안타까웠습니다.
그 다음 주 금요일, 다시 한 번 같이 갔던 친구를 꼬드겨 갔더랬지요. 제가 공연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면서요.
사실, 친구는 수요일 낮공연을 보고 실망해서-만화의 긴장감, 박진감을 다 살리지 못한다고- 절대 비추천이라는 것을, 같이 갈 사람이 없는 척 꼬드겼습니다. 또다른 친구 한 명도 같이 간다는 걸 아는 순간 좀 많이 투덜거리는 걸 받아주긴 했지만요.
이 때가 2층으로 처음 올라가서 본 때였습니다. 1층에서 보는 것과 2층에서 보는 것이 참 다르더라고요. 뭐가 좋다, 나쁘다 말할 순 없겠지만, 1층에서는 배우들의 표정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고, 2층은 전체적인 무대의 흐름이 한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 장점이었습니다.
근데, 태경아사..그사이 많이도 변했더이다. 10월 1일의, 소정아라에게 계속 밀리던 태경아사를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더 무게감이 있어지고, 소리도 더 좋아지고, 동작들도 훨씬 자연스러워지고.......듀엣곡도 무리없이 조화를 이루더군요.
하지만 태경아사는 그만큼 좋아진 반면에, 소정아라는 정말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소정씨가 몸이 많이 안 좋았던 때였는지, '난 살아가야 해'를 부르는 순간에도 무대에 누운 채로, 끊어질락말락, 들릴락말락 자그맣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가 너무도 애처로웠습니다. 그 이후로도 노래부를 때 음이 깨끗하게 나지 않아 소정씨 스스로도 조금은 아쉬운, 허탈한 웃음을 보이는 것이 정말 가슴아팠습니다. 그리고, 목상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노래부르는 소정씨가 참 안되어 보이면서도 참 예뻐 보이더이다.
또, 이 때가 제가 진복자 카라를 처음으로 본 날이었지요. 이수정 카라만 두 번 봤을 땐 이수정씨도 카라 역할을 참 잘 소화시킨다..했었는데, 역시, 복자님의 카리스마가 멋있더군요. 노래에서 소름이 돋는 거, 모처럼 느껴 봤습니다. 같이 갔던, 처음 본 친구는 커튼콜때도 고개숙이지 않는 카라의 모습에 반해버렸습니다.
어쩌다 보니 수하이는 계속 서범석씨가 하는 것만 봤는데, 커튼콜에서의 눈 부비부비..는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또 그 다음 주 목요일, 교수님의 갑작스런 휴강으로 거의 포기했던 민철씨 막공을 보게 되어 너무도 좋아하며 갔었지요.
근데, 자리에 앉아서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그 순간에, 낯익은 청모자가 눈에 띄더군요. 순간적으로, 우리 선생님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보다보니, 정말 선생님이시더군요. 순간 입이 헤벌쭉... 그치만 우리 선생님, 더 마르신 듯 하여 가슴이 아프더군요. 은산호님과 함께, 그 전까지는 살 생각도 안 했던 프로그램북까지 사서 싸인해달라고 내밀었습니다. 내심, 우리 선생님 귀찮으실 거라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역시 민철아사의 노래가 더 좋더군요..소정씨도 건강을 회복해 힘있게 노래부르는 것이 좋았고요. 그런데, 소정씨가 노래부르는 스타일이 바뀌었더군요. 좀더 부드럽게, 그리고 너무 억세지 않게..부드러운 듯, 강하게 노래부르시더라고요. 범석수하이는..여전했습니다. 무대 불이 꺼져서 어두워졌을 때도 배우들의 몸짓이 어렴풋이 보였는데, 범석수하이님, 수하이의 연기를 그대로 하고 계시더군요. 다음 장면이 시작되기 직전에서야 퇴장하시더이다.
그리고 일요일 막공. 화요일 발표를 앞두고서는 아무 것도 해놓지 않은 상태라 열심히 망설이다가, 이 공연을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 질러버렸습니다. -_-
숙제야...밤을 새서라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발표 한 번 땡땡이쳤습니다..담주에 해야지요..^^;;;)
정말, 한 달간 너무도 수고 많았을, 고생스러웠을 배우들의 노고도 노고려니와..
마지막이라서인지 정말 물이 오를대로 오른 연기들을 보여줘서, 정말 좋았습니다.
정말 공연 보면서 눈물은 흘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난 살아가야 해'에서, '내 눈물 바람에'에서...저도 모르게 눈물이 차오르더군요. '내 눈물 바람에'에서 노래부르던 소정씨도, 정말 눈물 섞인 목소리로 노래불러 주셨고요.
아, 그리고 수하이가 첨으로 아라를 끌고 나갈 때, 어깨에 들쳐메고 나가는 장면에서 눈을 못 떼겠더군요..^^
지금도 국립극장에 가면 그들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그렇지 못하다는 게, 너무도 아쉽네요.
p.s. 1 : 후유증이 심각합니다.. 저희 반에 성은 틀리지만 태경이란 이름을 가진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를 부르다말고 목이 메이는 느낌에 당혹스러워 하기도 했었다지요. 또, 우리 반 아이가 쓴 글 중에 언뜻, '수하이'라는 단어가 보이는 듯 하여 화들짝 놀라기도 했고요. 정작 그 아이가 쓴 글은 '수학이 어렵지만 재밌다..열심히 공부해보련다..'이런 글이었는데, '수학이'를 '수하이'로 읽다니요. ㅠ.ㅠ
p.s. 2 : 주로 출퇴근할 때 mp3를 듣는데, 아라와 산마로가 가시버시 맺을 때 혼자 흐뭇해서 웃음짓고, 아라가 '내 눈물 바람에' 부를 때 같이 슬퍼지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를 보고 있는 주위 사람들은, 대체 저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p.s. 3 : 은산호님이 말하신 대로, 수하이가 아라에게 하는 대사, "미쳤군!" .....아무래도 제게 하는 말 같더이다..제가 대학원 갔다 오는 길에, 같이 오는 언니에게 "불의 검 뮤지컬 5번 봤다.."했더니, 정말 미친 것 맞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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