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게시판

이 글은 어쩐지 쓰기가 어려운 글일 듯 하여
몇번 쓸까말까 고민을 하였습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하니 숨을 쉬기 어려울만큼 아파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이 좀 제멋대로 뻗쳐가는 놈이라서요^^;;)

요즘 불의 검을 다시 처음부터 읽고 있는데요,
아이들이 잘 때 몰래(?) 읽어야 하는지라 천천히 가고 있는 걸음이
곤지녀의 죽음에서 그만 딱 멈추어졌네요.
그리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네에.. 울었습니다. 가슴이 몹시 아파 울었습니다.

곤지녀는 조연에도 못 미치는 단역이지요.
"나는 너 같은 여자를 보면 짜증이 난다"
던 카라의 일갈처럼 예전엔 저도 그녀에게 짜증을 낸 적도 있었습니다.
그랬던 그녀의 죽음앞에서 눈물이 날 줄은 몰랐네요.

곤지녀.. 그녀에 대해 오래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아마도 사랑이, 님이 뭔지도 모를 소녀적에 적의 손에 잡혀 노예로 팔렸겠지요.
수려한 용모 덕에 야장 귀족의 눈에 들어 정실 부인이 되었을 테고,
하지만 사랑이 뭔지는 몰랐던 것 같아요.
그저, 수하이를 낳고 수하이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그냥 그런 어미였겠지요.
그랬던 그녀에게 다시 왕이 군침을 흘리네요. 말을 듣지 않으면
가족이고 자식이고 다 죽이겠다하면서요...
그녀가 살리고자 한 게 남편이었겠어요? 당연히 수하이였겠지요.

예쁘고 착한 수하이를 살리려고 왕에게 팔려갔지만, 역시나 팔려간 몸이
행복하면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그나마 바란이 있어 남은 날들을 어찌어찌 살아갈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 바란이 참으로 끔찍하게 죽었네요.
예쁘고 착했던 수하이는 천하의 난봉꾼이 되어 에미의 가슴에 칼을 꽂았네요..
저 같아도 더 이상 살고 싶지가 않을 것 같아요.
이리 채이고 저리 밟히고 해도 끝끝내 살아야 할 의미였던 아들들이 없는데
그녀가 살아야 할 이유가 더 이상 없죠..

전에는 그녀의 죽음에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그녀는 자식을 잃은 어미였네요.

저 또한 큰아이가 아직 돌이 되기 전에는
감기만 걸려도 발을 동동 구르며 노심초사하고 행여 잘못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 한번에
몸서리가 쳐지는 경험을 많이도 했었습니다...
내 아이가 죽는다면.. 차라리 죽고 말지 나는 못살아 하는 생각이 절로 들고,
아아 정말이지 생각만으로도 지옥이었더랬습니다.

곤지녀의 죽음을 보며 돌아가신 친정엄마를 생각했습니다.
위로 언니가 하나 있었는데, 어렸을 때 죽었거든요.
그 당시에는 나 자신의 충격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
그 때에 엄마가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생각하니 새삼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한동안 쓰러져 누우셨다가
"막내가 열다섯살 될 때까지만 살자 하는 마음으로 겨우 추스리고 일어났다"
나중에야 한참 세월이 지난 후에야 말씀하셨더랬어요..
엄마를 생각하니 다시 가슴이 미어지네요.. 글 쓰기 힘듭니다...

어미에게 자식이란 무엇일까요.

애엄마가 되기 전에는 전혀 생각도 안했던 것들에게서 눈물반응이 나오는 나날들이랍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보면서도
무혁이가 아파 신음하면서 엄마를 부르는 장면에서 울고,
오들희가 끓여주는 라면을 먹는 장면에서 울고,
참나, 스스로도 좀 어이가 없었더랬습니다. 남들은 무혁이가 죽는 장면이나
사랑고백하는 장면에서 울텐데? 나, 왜이러니??
사실은.. 내 아들이 저렇게 엄마 찾아다니면서 울면 어떡하나,
내 아들이 저렇게 아파서 울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엄마는 강하다더니, 자식 때문에 한없이 약해지는 것이 엄마인 것 같드라구요..

아아.. 곤지녀 이야기하다가 한참 샛길로.. ^^;;
불검은 읽을 때마다, 나이 한 살을 더 할 때마다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네요.
큰 아이를 낳고 나서는 "다루"가 그렇게도 눈에 들어오더니
이제는 자식을 잃은 어미, 곤지녀가 아프게 남네요.

전쟁의 시기에는 아라처럼 강하게 살아남아 성공하는 여성보다는
곤지녀와 같이 밟히고 실패하고 죽어가는 여성들이 훨씬 더 많았을 거에요.
곤지녀... 누구보다도 아프고 슬픈 이름이네요.

앞으로 린월드에 가입하시는 누군가가 곤지녀가 되셔서
바란이랑 수하이랑 행복하게 알콩달콩 사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요.
작품에서는 슬펐지만 린월드에서는 누구보다 행복하게, 저 닭살 단목일가 못지 않은
염장가족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좋겠는데 말에요..
(그 와중에 카르마키의 세력확장을 꾀하다니~~ ^^)
* paraban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01-15 1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