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게시판

혜린님의 동아시아 고대사에 기반을 둔 이야기는 제가 좋아하는 "불의검"과
비슷한 분위기가 풍깁니다. 한번 읽게 되면 도저히 마음에서 떠나가질
않는군요. 아무생각없이 끄적여 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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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아무것도 안 한 날이다 ㅋㅋ
열심히 일해야 하는데... 김혜린의 단편 "로프누르-잃어버린 호수"를
읽고 종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로프누르는 중앙 아시아 서쪽에 있는 타클라마칸 사막에 있는 호수이다.
옛날 로프누르 호수의 축복을 받았던 고대 왕국 누란왕국이 호수의
옆에 있었다. 누란왕국은 타클라마칸 사막의 남쪽으로 연결된 실크로드
남로의 중심지로서 동서 무역을 통해서 부를 쌓았다. 기원 전후를 해서
꽃을 피웠던 오아시스 국가이다. 하지만, 기원후 500년 경에 도시의 사막화가
진행되어서 서서히 쇠퇴하다가 모래바람에 뒤덮혀 역사 속에서 잊혀진
꿈같은 곳이다.

누란이나 로프누르라는 말같은 것은 이전에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인데,
김혜린의 단편을 보고 머리에 박혀버렸다. 하루 종일 누란과 로프누르에 관한
사이트를 찾아 다녔다. 김혜린의 단편은 사라진 무역국가인 누란에서 있음직한
서럽지만 고귀한 민초들의 이야기였다. 모래밭에 뭍혀버렸지만, 마음을 울려버린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실제로 로프누르 호수의 현재위치는 옛 누란왕국의 위치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고 한다. (800km 라고 하니...) 호수를 만드는 타림강의 줄기에 따라서
호수의 위치가 자꾸 변한다고 한다. 하지만, 로프누르 호수 자체도 사막화에서
벗어날수 없어서 현재는 호수 바닥을 거의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호수 근처에서 중국의 핵실험이 진행된다고 하니... 참 허탈하기 짝이없는
현실이다.

자연적인 현상으로 순식간에 역사의 뒷길로 사라진 도시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서늘해지면서 기묘한 기분이 든다. 누란왕국에 관한 웹을 뒤지면서
2년전 취한듯 걸어다녔던 기원후 70년에 화산재에 덮여 사라진
폼페이의 그 돌길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