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광야」연재분 10회에 나오는 김재우(아래 재우)의 생각이다.
재우는 박남선(아래 남선)에게 자기를 뒤쫓던 니시무라 쇼스케(『광야』단행본에 나온 니시무라의 남동생)가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란다.
그 때 남선이 “당신은 그 자 때문에 총을 맞고 죽을 뻔했는데, 그런데도 그 소식이 불편합니까?”라고 묻자,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예, 불편합니다! 하지만 -.”이라고 말한 뒤, 이렇게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상처들은 아물지 않는다. 잠시 붕대로 감아두고 아니아픈 척 미소로 가려둘 순 있겠지만, 영영 … 아물지는 않는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니시무라 패거리에게 강간당한 여동생 김재순과, 그 일 때문에 쥐약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린다)
이 생각이 꼭 내 생각 같아서, 그리고 나 또한 내 삶에서 - 그리고 나와 관련있는 사람들의 삶에서 - “상처”를 얻었고, 그 “상처”를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이 생각을 곱씹으며 ‘어떻게든 버티자.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그 상처 때문에 “아니아픈 척” 할 수는 있을 거야. 이 “상처”는, 이 “상처” 때문에 겪는 아픔은 정말로 믿을 수 있는 사람 앞에서만 드러내자.’라고 다짐하는 것이다.
한마디만 더하겠다. 사람이 살면서 얻는 육체적인 상처야 아물 수 있다 하더라도, 마음의 “상처”, 영혼의 “상처”를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아무도 그 일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단지 다른 일에 몰두하면서 그 “상처”를 ‘잊은 척’ 연기를 할 수 있을 뿐이지. 내 생각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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