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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베개의 말 : 미리 말씀드리겠지만, 내용은 될 수 있으면 누설하지 않았습니다!
1.『광야』단행본에서 나오신 독립군 대장의 성씨가 ‘범(范)’씨라는 걸 보고 ‘왜 하필이면 범씨일까?’라는 생각을 했더랍니다. “김혜린 선생님께서 이 분을 ‘거칠고, 용감하고, 씩씩하고, 막 싸우는 인물’로 만드셨기 때문에, 고양이과 맹수(예컨대 호랑이나 표범)를 일컫는 순우리말인 ‘범’과 발음이 같은 성씨(범范씨)를 붙이신 게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었어요. “‘범 같은 대장’이라고 해서 성이 범씨인 건 아닐까?”라고 생각한 거죠. 만약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성을 잘 갖다 붙이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잘 어울려요.
2. 박남선과 범 대장의 사투리(함경도 사투리겠지요?)가 정말 정겹고, 반갑고, 듣기 좋습니다. 한국 안에서는 좀처럼 들을 기회가 없는 사투리라서 더 듣고 싶네요. 내 선조들이, 내 동족이 저 말을 쓰며 살았다고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언젠가는 함경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밥을 먹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한숨) 압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이루기 힘든 꿈’이죠. 그래도 그 꿈을 버리고 싶지는 않아요.
3. 세르게이(황이강/꽃네)의 지난날을 알게 된 뒤 눈물이 났습니다. 그렇게 슬프고 답답하고 숨 막히는 과거가 있다는 건 꿈에도 몰랐어요. 예전에는 김재우에게만 집중했는데, 이제는 세르게이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김혜린 선생님, 제 궁금증을 - 85%는 - 풀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4. 이 연재분을 읽은 뒤, 꼭두 영감이 불쌍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못된 조연’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사연을 알고 나니 - 그리고 지금 처한 상황을 보니 - 너무 불쌍해서 아무 말도 못 하겠더라고요. 제가 달리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5. 황경혜 여사(황이강의 이복 누나)가 하는 생각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제 가슴을 찔렀습니다. ‘난 처음부터 이랬어요. 그래요, 언제나 쌀쌀맞다는 소릴 들으며 자랐죠. 나쁜 걸 보며 자란 아이는 그렇게 돼요.’라는 지문이 제 가슴을 찌르고 후비더군요. 저 또한 집안에서 - 그리고 주변에서 - “나쁜 걸 보며 자란 아이”였고, “언제나” 부드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살았으니까요(지금도 여전히 그렇답니다). 만화 속의 인물을 보며 그 안에서 제 모습을 본다는 건, 때로는 큰 위로가 되고(저만 비참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으니까요), 때로는 큰 슬픔이 되고(제가 잊고 싶거나 외면하고 싶은 나쁜 현실을 만화 안에서도 보니까요), 때로는 감정을 확 풀어버리고 그 감정에서 풀려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요. 늘 말씀드리는 거지만, 김혜린 선생님의 만화는 그 때문에 계속해서 읽게 됩니다. 선생님, 좋은 만화를 그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보고』7호(올해 2월호)를 사서「광야」를 읽은 돌베개가 쓰다
(* 덧붙이는 글 : 만화 학원을 다니면서 만화를 ‘그리는’ 사람의 입장과 그 만화를 ‘보는’ 사람의 입장은 너무나도 다르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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