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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11호에서「광야」8회를 보다가 찾아낸 범 대장의 명대사를 소개한다.
“하기사 그만두다 보면 X같은 인생이라도 버릴 게 많구나 싶어지지.”
→ 이것은 범 대장이 세르게이(황이강)에게 한 말이다.
정말 명언이다. 새로운 정체성을 찾으려면 옛 이름, 옛 신분, 옛 버릇, 옛 문화, 옛 관행을 버려야 하고, 10년 전, 또는 5년 전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 그건 어떤 사람이건 마찬가지지만, 세르게이처럼 거칠고 잔인한 시대를 사는 사람에게는 더욱 더 강조되는 사실이다.
나는 세르게이와 얼마나 다를까? 그가 겪은 괴로움을 100분의 1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미래로 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과거를 버려야 할까? 만화를 읽는다는 것은 결국 만화에 나오는 사람들이 내게 던지는 수많은 물음에 대답하는(아니 ‘대답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만화를 통해 늘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시는 김혜린 선생님께 감사한다.
- ‘요즘 세계가 돌아가는 걸 보면, “(이 세상에서) 산다는 건 좋은 거지.”라고 노래 부른 가수의 얼굴에 “침”을 뱉고 싶어.’라고 생각하는, 삐딱한 글쟁이 돌베개
* 덧붙이는 글 :
범 대장이 세르게이와 헤어진 뒤에 ‘정말, 그만두어도 두어도 기억이란 놈은 징그럽게 질기다니까.’라고 생각하는 장면을 보며,
‘맞아요. 정말 그렇죠. 나도 10년 전에 헤어진 - 그리고 나와 헤어지자마자 “헤어져서 속시원해!”라고 떠들고 다녔던[내가 이 사실을 아는 까닭은 제 3자에게서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 애인에 대한 “기억”은 다 내다 버리고 싶은데, 그 “기억”이 “징그럽게” 내게 달라붙네요. 평소에는 담담하다가도 그 “기억”이 떠오를 만한 소식을 듣거나 이야기를 접하면 “기억”과 관련된 분노와 절망이 되살아나요.’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100% 공감했다는 이야기다.
그 생각도「광야」의 명대사에 집어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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