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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뒤늦은 정보로 부랴부랴 '불의 검' 완결편을 사서 읽다. '서사시, 혹은 대하(大河)소설'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불의검에서야 말로 '대하'라는 말이 어울린다. 10년이라는 기다림과 줄거리가 묘하게 어울려서 그러하다.
다른 김혜린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불의 검 또한 긴 호흡을 가지고 읽어야 한다. 그래도 책을 읽고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는 나도 김혜린의 작품을 읽을 때는 적어도 3-4번의 반복(복습)이 필요하다. 한 번으로는 그 대강(大綱)만을 잡을 수 있거나 흐릿한 거울을 보는듯 하기 때문이다. 내가 작품을 이해하는 머리가 아둔한 때문인지는 몰라도...
복습을 거듭할수록 나는 삶에 대한 진지함을 읽는다. 삶에 대한 기쁨과 희망의 한 빛을 본다. 그리고 그것이 김혜린이 가진 기본적인 마음이라는 것을 아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아마도 지금 김혜린 선생은 휴식을 취하고 있을것이다. 아니, 새롭게 태어난 자신의 분신'불의 검 뮤지컬을 보면서 깊은 생각을 하고 계실지도 모른다.
나는 개인적으로 될 수있는대로 뮤지컬을 보지 않으려고 한다. 장르가 다른만큼, 새로운 감동과 다른 무엇을 줄 수는 있을지라도,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늘 새로운 해석을 안고 직면해야 하는 것이라는데 대한 서운함이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작가도 가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원작에 대한 집착(?)?!!
나도 다른 린월드의 벗들과 한 가지로 기나긴 길을 걸어왔다. 가을빛살같은 감동을 한 줌 가슴에 안고 그 길의 마지막에 닿아보니 확실하지는 않아도 또다른 작품의 길을 떠나려하는 김혜린선생의 뒷모습에 직면하게 되는 것 같다.
긴 인생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충만감이 깊어지는 가을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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