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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피시방 간 거 빼고 하루종일 방안에서 책을 읽거나, 한자를 쓰거나 편하게 하루를 보내보았다.대문을 열면 밖이 황량하다. 주거환경 개선지구로 지정이 되고 재개발 얘기가 난 것이 4년여쯤 되고 두 차례의 실사를 거친 뒤, 보상절차가 이제 마무리가 되어 이웃들이 거의 이사를 다 나갔다. 골목안에 있는 우리집. 고철값도 아쉬운 사람들이 이사가가고 난 뒤의 빈 집 대문까지 뜯어가는 통에, 거의 비어 있는 집은 꼭 귀신이라도 나올거 같은 흉가가 되어 있다.
골목길 옆에는 잡초들이 무성히 자라 있다. 사람들이 골목에 있을 때에는 누가 풀베는 것도 아니었는데, 지금처럼 무성한 풀이 없었다. 사람의 힘이나 기 라는 것이 이렇게도 강한것이었을까?
우리도 이제 곧 이사를 가야한다. 늦어도 다음달 초순까지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좁은 골목을 옹기종기 모여 살던 그런 정취는 이제 없어지고, 깔끔하지만 삭막한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다. 큰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 편에서도 아파트가 올라오고 있다.
길지 않은 인생을 도시에서 나서 도시에서만 살아온 아스팔트의 여인인 내가 추상적이라도 이런 삭막함을 느끼는데, 짧게라도 자연안에서 산 사람들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사람의 힘이나 기를 좀 더 환하게 쓰고 싶다. "긍정의 힘을 믿습니다."라는 말이 나의 것이 될 수 있도록, 나도 환한 나의 힘과 기를 사람들과의 나눔에 쓰고 싶다. 아파트에 살아도 그 편리함과 규격화 안에 나를 적응시키며 녹색을 완전히 잊어버리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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