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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바람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나 봐요.
아침 댓바람부터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용건이 있어. 더 이상 못 기다리겠다. 너 생일선물 미리 줄래? 아니면 딴 걸로 할래?"
어이없다는 웃음을 날리며 '그래 미리 주마'라고 답하는 친구.
오늘 중으로 주문을 날려준다 합니다. 흐흐흐..
생일선물로 '불의검' 애장판을 받기로 했었거든요.
이리 쿵쾅대다 덜컥 내려앉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없는 살림에도 매달 '화이트'가 나오는 날을 꼽아가며 서점으로 달려가곤 했던 시절
늘 한 회 분량이 기대치엔 턱없이 모자라 감질맛이 나곤 했지만 그래도 마냥 행복했습니다.
어느날인가는 그 자리에 서서 불의 검을 후다닥 읽고 돌아서 나오는데 가슴이 너무 아려서, 차마 집으로는 발길이 닿질 않아서, 멍하니 거리를 배회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가 겨울이었는데..
그땐 이렇게 긴 기다림이 될 줄은 몰랐었지요.
그러다가 또 이대로도 좋다는 맘도 생겼던 것 같고..
간혹 친구에게 핀잔을 듣곤 합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느냐고, 남들 에저녁에 다 졸업한 걸로 아직도 호들갑이냐고.
그래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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