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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 관한 새소식거리들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판단아래 쓰기 시작했는데...개인적인 관심과 취향상 아무래도 김혜린 선생님의 작품이 대다수를 이르지 않을라나 하는 문제의식에 사로잡혀있는 지금입니다. 흑흑...ㅠ.ㅠ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에 사전제작지원공모에 [김혜린 작가론과 작품론]으로 지원하려고 하는데...잘될런지...하긴 지원을 못받아도 우리 나라의 만화를 위해서 이런 작가론과 작품론이 활성화되어 한다는 생각을 갖고 쓸 것이며 또, 써야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긴 하지만...^^;;;
이곳에 올리는 이유는, 그냥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넘이 있구나, 그리고 또 다른 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실까 궁금하기도 하여서...^^;;;
여기 작품 감상란이 다른 게시판에 비해 클릭수가 조금 적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래도 제 못난 글이 그리 많이 노출되진 않을테니...^^;;;
암튼...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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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 이 만화>를 쓰기에 앞서...
<강추! 이 만화>의 주인공이 되는 대상은 단언컨데 세상의 모든 만화이다.
이 코너를 만들어서 쓰게 된 동기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많은 만화를 낱낱이 파헤치고, 재해석, 분석하여 세상에 널리 알리는 홍익인간의 이념...이라기 보다는,
만화 기사의 부실함, 그리고 필자의 취재 능력의 한계로 인해 마임 통신의 딸리는 내용을 조금이라도 보충하고자 하는 얄팍한 마음이 백그라운드로 깔려 있음을 먼저 겸허히 밝히고자 한다.
그리고 그 첫타자를 김혜린 선생님의 작품 [아라크노아]로 선택하게 된 이유는,
순전히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 존경하는 작가이고,
그 분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고 볼때마다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감동을 느끼고야 책장을 덮고 마는 그런 작품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시작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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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혜린은 데뷔작 [북해의 별]부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작가이다.
1983년에 데뷔작으로 시작, 1987년에 완간된 16권의 대작 [북해의 별]은 다 알다시피 가상국가 보드니아를 배경으로, 유리핀 멤피스라는 걸출한 인물의 사상과 역사관,
그리고 그가 치룬 혹독한 혁명 과정과 성공, 사랑, 그리고 어느 시대에나 있게 마련인 다채로운 인간군상들에 대한 세심한 묘사로 이어지는 작품이다.
당시 무서울만큼의 열정이 흘러넘쳤던 한국의 민주화 열풍과 더불어 이 작품은 대학생이라면, 그리고 사회에 대해 문제 인식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봐야할 필독서였고, 더불어 희망을 안겨준 작품이었다.
[아라크노아]는 1992년, 단행본으로만 일관되던 한국 만화 시장에 있어 순정 만화의 새 기풍을 만들었다고 평가되는 잡지 르네상스에 연재,
르네상스가 소리소문없이 폐간되어버릴 때까지 계속 연재된 김혜린 선생의 작품이다.
김혜린 선생의 작품 중 가장 저평가되고 제대로 그 조명이 비추어지지 못한 작품이 바로 이 작품 [아라크노아]라는 것이 필자 개인의 생각이다.
김혜린 선생의 작품이 감히 어떻다 하는 것이 아니라,
김혜린 선생의 [북해의 별], 지난해 영화화되었지만 원작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비천무], 동인지 '아홉번째의 신화'에 실렸었던, 그리고 최근의 개성있고 섬세한 필치로 전환되는 분수령을 이뤘다고 판단되는 단편작 [우리들의 성모님], 그외 [테르미도르], [불의 검], [광야]등의 장편과 다른 단편들이 받았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팬들의 열광에 비교해보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아라크노아]는, 김혜린 선생의 다섯 번째 장편 만화로 독특하게도 SF장르이다.
내용은 화성에 거주하는 총 3명의 탐정 사무소 아라크노아에 지구 경찰 후보생 출신의 지나 박이 합류, 그 속에서 밝혀지는 아라크노아 멤버인 캡틴 아라크네, 크리슈나, 케이에 대한 과거, 그리고 그들의 과거와 현재 속에 살아있는 블라디미르, 제인에 대한 이야기들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작품이 갖는 의미와 의의를 한국 만화 역사까지 확장해서 설명하기는 필자의 지식이 좀 딸리고, 폭을 좀 좁혀서 한국만화 역사에 있어 그 자체로 큰 존재감을 지닌 작가 김혜린의 만화사만을 두고 볼 때,
[아라크노아]는 필자가 '낭만기'라고 부르는 제 1기 [북해의 별],
'낭만과 현실의 분수령과 고뇌기'로 분류하는 1차 과도기에 속한 작품 [비천무], [테르미도르]를 넘어
'현실과의 조우'라고 부르는 제 3기에 거론되는 작품들 [불의 검], [광야]등을 잇는 그 가운데에서
[11월의 초상], [우리들의 성모님]등의 단편작품과 함께 '현실에 대한 낭만적 감성의 재해석기'라고 부르는 제2기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분류도 순전히 필자가 우선 가칭으로 정한 것이다.)
다 알다시피, [북해의 별]은 비록, 여주인공 아니타 에델라이드가 하반신 불구가 되고 몇 몇 사람들이 죽긴 하지만, 혁명이 성공하고 곧이어 주인공 유리핀은 아내와 함께 낙향, 바닷가 마을에서 축조를 하며 땀흘리고 행복하게 사는 아주 낭만적인 결말에 이른다.
이 낭만적인 결말이 김혜린 선생의 제 1기에서 표방되는 인간의 행복이다.
문제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에 있었다.
그것은 1차 과도기라고 필자가 칭한 현실적인 혁명을 그대로 묘사하고 혁명의 반작용에 의해 죽어가는 [테르미도르]의 유제니, 중국 황토 한 중심에서 목숨을 잃어버린 무명의 영웅 자하랑 유진하와 그의 연인 설리를 보면 알 수 있다.
이쯤에서 아마도 김혜린 선생은 치열한 고민을 했던거 같다.
아픈 현실과 삶, 그 한가운데를 이어주는 것이 과연 무엇이냐, 인간은 왜 살아야 하는것인가, 바로 그것에 대한 물음이었다.
너무나 폭이 넓어 대답하기조차 곤란한, 어설프게 묻고 어설프게 답변하면 할수록 더욱더 흠이 될 수 있는 그 화두에 대해 '그것은 바로 삶 그 자체, 사랑 그 자체, 사람 그 자체이라고 하는 작가 스스로의 답변이 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런 메시지가 실려있는 작품이 이어지니...
단편 [우리들의 성모님]과 [11월의 초상]과 이어 나온 장편 만화 [아라크노아]다.
[우리들의 성모님]에서, [북해의 별], [히스꽃 필때에]에서 보여주었던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예쁘장한 그림체에서 좀더 사실적인 그림체로 변화되는 분수령을 이루고-이 작품 이후 김혜린 선생의 그림체가 지금의 그림체로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었다고 생각된다- 더불어 외면하고 싶지만 그래선 안되는 뼈아픈 현실에 대해 작가로서의 시선을 잡아낸 김혜린 선생은, 이후 [11월의 초상]에서 시대의 아픔과 그 시대를 살아나가지만 '사랑은 있다, 희망은 있다'라고 외치는 사람들을 그리고 이어 [아라크노아]를 통해 오랜 기간 고민해온 것이 틀림없을 답변, '삶, 사랑, 사람'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비천무], [테르미도르]를 아우르는 암울한 분위기보다 더욱 더 처절한 상황이 재현되는 후속작이 더욱더 희망찬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아라크노아]를 통해 진통하듯 토해낸 작가의 답변은,
이후 계속해서 현실을 직시하되 결코 외면하거나 도망가지 않는, 시대와 삶을 함께 호흡하며 살아간 생생한 캐릭터들이 한데 모아진 작품 [불의 검], [광야]등의 장편을 포함하여 [샤만의 바위], [로포누르]등의 단편에 이우르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게 된다.
이후의 작품들에 대해 작가는 [북해의 별]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상황 속에 휩쓸려 결국 당위성을 가져야만했던 인간, 혹은 어떤 지배 계층에 서서 혈통의 권위를 뿌리치고 또 다른 삶을 선택한 영웅들의 군상을 보여주기보다는,
억울한 상황에 휩쓸리게 되고야 마는 하부 계층, 그러나 그들도 인간임을 잊지 않는 따뜻함, 그리고 그들이 인간으로서 하게 되는 선택과 그 행동, 그 속에 들어있는 진실과 갈등,
그리고 설령 그것이 잘못된 판단이라 할지라도 그 관찰을 결코 외면하지 않는 섬세한 심리 묘사에 더욱 치중하게 된다.
그때문일까
김혜린 선생이 그려낸 최근작으로 올수록, 그 작품 속엔 상류층이 아닌 소위, 시대상에 비추어 평생 '아랫것'임을 면치 못했던 사람들에게도 삶이, 사랑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과 같은 묘사들과 캐릭터가 많고,
그네들은 '이것이 과연 작가 혼자 생각하고 그린 작품일까'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그 자체로 온전히 살아숨쉬는 인격체들로 태어난다.
그리고 태어난 그 자체로 존재감을 인식해달라는 듯,
[아라크노아] 서장에 있는 말처럼 "그것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우리 종(種)의 한 단면일 뿐이다. 아라크네들이 실을 잣는 것은 굴종의 표시가 아니라 생존과 항거의 몸짓이다."를 온 몸으로 표현하듯 작품 속에서 계속해서 살아가고 성장을 거듭하다 또 다시 역사 저편으로 아무런 억울함없이 조용히 사라진다.
죽어야 살아나는 역설 속에 파묻힌 블라디미르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다면서 흐느끼는 [아라크노아]의 케이,
"울면서 그저 자신을 미워하고 싶진 않단 말야! 최선을 다해 살라고 가르쳐 준 건 당신이잖아…!" 라고 흐느끼는 크리슈나와 지나 박, 캡틴 아라크네, 그리고 블라디미르는 시대에 휩쓸리다 신화적인 선택을 하는 영웅상이 아닌,
인간답게 고민하고 때론 약물에 스스로를 던질만큼 나약하지만,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끝까지 생을 살아가고, 후회도 많지만 후회한만큼 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리는 기초상이다.
여기서 출발, 이후 김혜린 선생의 작품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승자만이 기록된 역사의 뒤안길에서
눈을 잃으면서도 그림을 그리는 웨이로, 눈을 잃고 다리를 잃은 연인을 위해 몸을 팔기도 하는 리타라로, 적의 아이를 낳고도 끈질기게 살아가는 아라로, 이율배반적인 감정에 휩싸이지만 결국 왕일 수 밖에 없는 길을 선택하는 천궁으로, 결코 가벼이 넘길 수없는 [불의 검]의 청산녀로, 곰바우로... 그렇게 만화하고 낙화한다.
그 모든 캐릭터들은 김혜린 선생의 전작들에서 서서히 눈을 뜨고 [아라크노아]에서 기지개를 펴며 서서히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아직 완결되지 않고 또 언제 그 이야기가 다시 진행될지 아무도 예측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라크노아]가 김혜린 선생의 다른 여느 작품보다 뜻깊고 의미있는 작품인 이유, 그리고 삶이라는 화두에 대해 한번쯤 목숨걸고 생각해봤을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읽어야 할 작품인 이유는,
이 작품이 이전 어느 작품보다도 끝없는 희망으로의 분기점, 정형화되지 않은 인간 그 자체로서의 캐릭터로서의 정점을 이룬 작품이라는 것, 바로 그것이다.
*참고사이트 및 사진 출처: 파라반님의 '김혜린의 작품 세계
*** 글을 마치며...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太宰治)의 대표작 ‘사양’을 고 신동문 선생이 직접 번역한 후 '천재를 옮긴다는 무모를 통감할 수 밖에 없다'고 역자 후기를 썼다던가...?
필자 역시도 이 좁은 난에 우리 나라 만화 역사의 대들보라 할 수 있을 작가 김혜린 선생님의, 그것도 개인적으로 '명작중의 명작'이라 손꼽는 작품 [아라크노아]에 대한 소개를 펼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무식한 짓인가를 절감하고 통감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좋아하는 몇 몇 작가분들을 중심으로 작가와 작품에 대한 개별논문과 그리고 별다른 홍보없이 단행본 시장을 아우르고 있는 황미리, 나하나등의 작가들에 대한 담론을 쓰려고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그 출발은 아마도 김혜린 선생님이 이루어지게 될 듯 싶다. 울 나라에 영화평론만 쓰는 영화평론가들은 산재해있는데, 만화 평론만 쓰는 만화 평론가들은 박인하 선생님등을 제외하면 극히 드물고, 만화 기자와 만화 기획자가 거의 동일하게 거론되고, 만화라는 자체가 아동과 청소년의 전유물로 인정받고 있고, 시장에는 청소년을 기초로 한 만화만이 널려있는 지금...
만화의 폭이 좀 더 넓어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러한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인 작업과 탐구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과연 필자만의 것인지, 아닌지, 그리고 그것이 과연 쓸모없는 작업인지 아닌지 궁금하다.
그렇다고 해도 하긴 해볼테지만 말이다.
아뭏튼... 뭐 해보아야 겠다. 열심히...
written by musapa
wirtten on Apr. 21th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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