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해 볼까
비를 노래해 볼까
해가 뜨고 해가 지고
혹은 비가 오고
이 당연한 질서가
대체 얼마만일까
노래도 잊고 세월도 잊고
다만 곰팡이에 얼굴을 박고
때려오는 햇빛에 문득 눈물 흘렸지
하얀 손의 애인은
벌써 먼지가 되었을 텐데
별들의 한 모퉁이를 돌 때마다
시간의 터널을 뚫고, 안녕?
마알갛게 웃으면서,
또 ... 안녕?
슬퍼할 아무런 것도 없는 것이 또 슬퍼서
나는 술기운을 빌어 다시 또, 헤이- 헤이!
내일이면 잊혀질
젖은 리듬을 오늘만은
나 노래해 볼까...
노래해 볼까
비를 노래해 볼까
내일이면 다시 잊혀지겠지만
아무리 멋없이
떨어지는 물이라도
그 리듬은 울음소리와 비슷해
하지만 이것은 잠시 지나가는 비
길바닥에 나뒹구는 흔한 멜랑콜리에
그대여 행여 울지는 마라
그대도 나도
짧은 꿈의 일부
깨어난 후에는
모르는 사람들처럼
그저 헤어져야 해
시간이 없어
춤을 추자- 아만다!
손뼉치고 발구르며 아만다!
흠뻑 젖어 하늘 보며 아만다!
오-!
짧은 비 짧은 꿈 (아라크노아 1권 190-191쪽)
인공강우 소리를 들으며
무드에 잠겨있는 블라디와, 케이, 크리슈나, 지나..
아만다가 아는 소녀였냐는 지나의 질문에
블라디는 마지막 순간에 대답하기를
"아만다"는, 아프리카어로 "사람들의 힘"이라는 뜻이다.. 라는 말을 남겼구요..
블라디라는 인물은
'희망을 노래하는 절망' 정도로 각인되어 있었어요..
그에게 있어서 유일한 자유는 '스스로 죽을 자유'밖엔 없는 상태였으니까요..
그러나 그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 그토록 열정적인 무대를 남길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요..
안제로가 여윈 가슴을 쥐어뜯으며 부른 노래는
대체 무엇때문이었을까요..
세자르 시락이, 반드시 죽임당할 것임을 알면서도
꽃 같고 칼 같은 글을.. 노래를 해야만 했던 까닭
붉은 꽃 바리가, 아무르의 노래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아무르의 첩자가 되고,
병들어 죽어가는 동안에도 아무르의 노래를 후대에 남기고자 했던 까닭..
얼마 전 자유게시판에 올렸었던, 칠레의 '혁명가수' 빅토르 하라의 노래를 듣고
그러한 인간의 갈망과 아름다움을 노래했고,
그 때문에 사라져갔다는 사연 때문인지 블라디와, 안제로와, 시락과, 바리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그들과 함께 살아갔었던 많은 사람들의 슬픔과 아름다움에 대해서두요..
노래들이 다들 좋아서 어떤 것을 올려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하라가 자신이 노래해야 하고 노래할 수밖에 없는,
그 노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노래했던
선언(Manifiesto)이란 노래를 올려봅니다.
(CD에 비해 음질이 떨어져서 가슴아프지만.. T.T)
선언(Manifiesto)
Yo no canto por cantar
ni por tener buena voz
canto porque la guitarra
tiene sentido y razon,
tiene corazon de tierra
y alas de palomita,
es como el agua bendita
santigua alorias y penas,
aqui se encajo mi canto
como dijera Violeta
guitarra trabajadora
con olor a primavera
내가 노래하는 건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나
좋은 목소리를 갖고 있어서가 아니지
기타도 감정과 이성을 갖고 있기에
난 노래부르네
내 기타는 대지의 심장과
비둘기의 날개를 갖고 있지
마치 聖水와 같아
기쁨과 슬픔을 축복하지
여기서 내 노래는 고귀해지네
비올레따가 말한 것처럼*
봄의 향기를 품고
열심히 노동하는 기타
Que no es guitarra de ricos
ni cosa que se parezca
mi canto es de los andamios
para alcanzar las estrellas,
que el canto tiene sentido
cuando palpita en las venas
del que morira cantando
las verdades verdaderas,
no las lisonjas fugaces
ni las famas extranjeras
sino el canto de una alondra
hasta el fondo de la tierra.
내 기타는 돈 많은 자들의 기타도 아니고
그것과는 하나도 닮지 않았지
내 노래는 저 별에 닿는
발판이 되고 싶어
의미를 지닌 노래는
고동치는 핏줄 속에 흐르지
노래 부르며 죽기로 한 사람의
참된 진실들
내 노래에는 덧없는 칭찬이나
국제적인 명성이 필요 없어
내 노래는 한 마리 종달새의 노래
이 땅 저 깊은 곳에서 들려오지
Ahi donde llega todo
y donde todo comienza
canto que ha sido valiente
siempre sera cancion nueva
여기 모든 것이 스러지고
모든 것들이 시작되네
용감했던 노래는
언제나 새로운 노래일 것이네.**
*표시한 비올레따란, 간단히 말한다면 칠레의 "새로운 노래운동" 의 어머니 격으로 불리고 있는 비올레따 빠라를 말합니다. ** "새로운 노래운동"이란,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의 주류음악계와 미디어자본을 장악한 소비지향적인 노래를 거부하고, 토속어와 민속양식 속에서 생산한 음악으로 민중에게 힘이 되고 그 힘으로써 "참 세상"으로 이끄는 것을 지향한다는 정도로 이해되구요.. 이들은 사회비판과 반전, 저항의 메시지를 담은 미국 포크음악이 오히려 상업화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자신의 음악을 단순한 "저항가요"가 아닌 "혁명가요"라고 규정했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