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랑팔랑’이 무슨 뜻인지 알고 싶으신 분은 제가 이 게시판에 올린 글「▷◁돌베개의 칠랑팔랑」을 읽어보세요)
1. 그동안 공영방송과 YTN과 (JTBC를 뺀) 종편의 뉴스를 믿을 수가 없어서, 위성방송에서 틀어주는 채널인 시민방송(RTV)에서 <뉴스타파>와 <Go발뉴스>와 (‘뉴스타파’에서 만드는 뉴스 겸 다큐멘터리인) <목격자들>을 보았는데(부모님 몰래 보았습니다), 요즘은 보는 뉴스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Go발 뉴스>대신 다른 뉴스를 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죠.
시민방송에서 <The 아이 엠 피터>라는 뉴스를 틀어주기 시작해서, 처음에는 ‘이게 뭐야?’하고 생각하고 시큰둥하게 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재미있고 언론보도 뒤에 숨은 진실을 잘 파헤친 뉴스더라고요. 뉴스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그 뜻까지 가르쳐주는 뉴스였죠. 그래서 - 요즘 들어 더 이상 새로운 방영분이 안 나오는 <Go발 뉴스>는 안 보게 된 대신 - 이제는 <The 아이 엠 피터>를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시민방송이 “돈이 모자라서 그 ‘불빛’이 꺼져가고 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하는 광고를 자주 하는 걸 보니까, 왠지 불안해요. ‘이러다가 이 방송국이 문 닫는 거 아냐? 그나마 이 방송국에서 <뉴스타파>/<Go발뉴스>/<목격자들>/<The 아이 엠 피터>를 틀어주어서 답답한 현실 속에서도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는데!’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뉴스타파>랑 <목격자들>은 누리그물에서 동영상으로 올라온다는 건 이미 아니까, 만약 시민방송이 문 닫으면 동영상으로 챙겨보자.’고 다짐했고, ‘<The 아이 엠 피터>도 동영상이 따로 올라오면 좋을 텐데, 한번 찾아볼까?’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만약’을 대비할 겁니다. 물론 이런 저의 행동이 ‘괜한 것’이기를 빌고, 시민방송이 계속 살아남았으면 좋겠습니다.
2. 영화 <자백>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 무슨 내용인지는 이미 알았지만요 - , 어물어물하는 사이 제가 자주 가는 단골 영화관에서 상영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아 아주 아쉽습니다. 나중에 DVD가 나오면 그거라도 사야겠다고 벼르고 있어요. 이런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 ‘진실’을 알려주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3. 영화 <판도라>가 관객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놓치지 않을 겁니다. 원자력 발전소를 다룬 재난영화라니, 내용을 꼭 제 눈과 귀로 확인하고 싶어요. <자백>은 놓쳤지만, <판도라>는 놓치지 않을 겁니다.
4. 지난번 글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뒤 다시 병원에 가서 조사결과를 들었죠. 간호원은 제 위장이 제 나이 또래가 되면 유지되는 상태라고 말해주었고, 저는 용기를 내어서 “제가 녹차나 홍차나 커피를 마셔도 되나요? 만약 된다면, 얼마만큼, 어느 정도로 마셔야 하나요?”하고 물어보았어요.
다행히(!) “마셔도 된다.”고 대답하더군요. 단, 지금까지와는 달리 마시는 양과 횟수를 줄이라고 덧붙이셨습니다. 전 그러겠다고 대답했죠.
그래서 지금은 차와 커피를 마시는 방법을 바꾸었습니다. 오늘 커피를 마셨으면 그 대신 녹차와 홍차는 안 마시고, 내일은 홍차를 마시는 대신 커피와 녹차를 안 마시고, 모레는 녹차를 마시는 대신 커피와 홍차를 안 마시는 식으로 마실 것의 종류를 정해놓았어요. 그리고 하루에 차나 커피는 딱 두 잔(또는 세 잔)만 마시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무언가를 마시고 싶다는 충동이 들면, 카페인이 없는 루이보스 차(루이보스 티)나, 도라지청을 뜨거운 물에 우린 도라지 차(제가 기관지가 나빠서, 목에 툭하면 가래가 끼거든요. 그걸 없애려고 도라지 차를 마시기로 했죠)나, 뜨거운 물과 찬 물을 반반씩 섞은 뒤 레몬 한 조각을 띄운 것을 마셔요. 그런 식으로 충동을 조절하는 거죠.
사실 아직도 이 새로운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서 애를 먹어요. 하지만 제 위장을 망칠 순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버릇을 들이기로 했습니다.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나아지겠지요. 나중에는 마테차도 다시 사서 마시려고 합니다(카페인이 없는데다가, 살이 빠지는 효과가 있고, 비타민도 많고, 한국 회사에서 가공한 마테차 잎은 안전하거든요).
여러분은 저처럼 위염에 걸리지 마시고 미리미리 건강을 챙기세요.
5. 얼마 전,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앉지 마라. 그 대신 의자에 앉은 뒤, 등을 등받이에서 떼고 일정한 간격을 둬라. 그렇게 앉으면 뱃살이 쑥 들어간다.”는 신문기사를 읽었습니다. 그 뒤 지금까지 제 등을 등받이에서 떼고 일정한 간격을 두면서 의자에 앉는 방법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사실 아직도 익숙하지 않아요. 오랫동안 이렇게 앉아 있으면 등과 허리가 아프기도 하고요. 그래도 살이 빠진다는 말을 믿고 계속 자신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효과가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6. 지난해부터 느끼기 시작한 겁니다만, 같은 사람이라도 다른 옷을 입으면 다르게 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라는 사람이 잠옷을 입으면 나른하고, 나사가 풀린 사람처럼 굴고, 멍해지고, 게으르게 굴고 싶은데, 츄리닝이나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으면 정신이 번쩍 들고, 나사를 꽉 조인 기계처럼 되고, 긴장하고, 무엇인가에 집중할 수 있단 말이죠. “옷이 날개”라는 속담과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합쳐서 “옷이 사람의 태도를 만든다.”는 말을 만들고 싶습니다.
7. 저는 열나흘(14일) 전, 이 누리집의 ‘감상 게시판’에「▷◁[단편]부부의 결심 - 해조와 무타의 뒷이야기」(이하「▷◁부부의 결심」. 전편과 후편으로 나누어서 올렸습니다)라는 팬 소설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것 말고도 예전부터 구상한『불의 검』팬 소설과『비천무』팬 소설이 있고,「▷◁부부의 결심」말고도 쓰다가 멈춘『불의 검』팬 소설(「▷◁박달나무와 소나무」)이 있어서, 저의 불타는 창작열을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 여러분이 허락해주시건 말건 상관없이 - ‘감상 게시판’에 제 팬 소설들을 꾸준히 써서 올리기로 했습니다. 비록 제 실력이 김혜린 선생님의 실력보다 형편없지만, 그래도 너무 타박하지 말고 읽어 주세요.
(참고로「▷◁박달나무와 소나무」는 단목다루의 뒷이야기를 다룬 소설이고, 단편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쓸 예정인 팬 소설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비천무』팬 소설 : 남궁 성과 아리수의 뒷이야기
-「▷◁[단편]두 번째 혼인 - 해조와 무타의 뒷이야기 2」 : 『불의 검』팬 소설
-『불의 검』팬 소설 : 단목다루의 뒷이야기 2 (단목다루의 여행)
-『불의 검』팬 소설 : 무타와 천궁의 이야기(단편))
(『광야』의 팬 소설도 쓰고 싶었지만, 아직 완결이 안 되었으므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8. '나는 "배우는 사람"이자, "듣는 사람"일 뿐이지, "가르치는 사람"이나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을 끝없이 되뇝니다. 올해에 많은 글을 읽으면서, 저는 제가 모르는 분야에서는 겸손해져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저는 누군가를 가르칠 자격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조심스럽게 '물어볼'(또는 자신이 아는 것만 말할) 자격이 있을 뿐이죠.
9. 나흘 전인가 닷새 전, 남아프리카 소설가들의 단편소설을 모은 책인『나를 인간이라고 부르지 말라』(이석호 아프리카 문화연구소 소장 옮김, 도서출판 동인 펴냄, 서기 2001년)를 다 읽었습니다. 그 책을 읽는 동안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근현대사가 저에게 친근하게 다가왔죠.
그 책은 몇 해 전에 샀지만, 제목이 너무 무겁고 진지해서 선뜻 읽을 마음이 안 들더군요. ‘너무 우울한 내용이면 어쩌지?’하고 생각해서 내버려두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이대로 있다가는 천년이 지나도 못 읽어. 지금 당장 읽어봐야겠어!’하고 마음먹고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죠.
남아프리카의 반투인인 ‘코사’족의 우화를 빌려서 고쳐 쓴 단편소설도 있고(재칼과 두루미와 비둘기가 나오는데도 꼭 사람이 나와서 활동하는 이야기 같더군요), 백인인 아프리카너의 앞잡이로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밀고 나가면서 흑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흑인 남성들의 이야기도 있고, 보어 전쟁에서 영국군과 싸운 아프리카너의 이야기도 있고, ‘검둥이는 생각하는 머리가 없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국민당 정권(아프리카너의 정당.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만들고 밀고 나갔다)에 짓눌려 비굴하게 구는 흑인 남성 지식인의 이야기도 있고, 아프리카너 정부의 강제 철거를 피하려고 줄루족이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가짜 이름과 가짜 신분으로 살아가는 흑인 남성(술집 주인)의 이야기도 있고, 국민당 정권을 피해 미국으로 달아나서 고향을 잃은 슬픔으로 괴로워하는 흑인의 이야기도 있었어요. 넬슨 만델라 대통령 이전에 펼쳐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근현대사가 저절로 머릿속에 들어왔죠.
우울하고 슬프고 화가 나는 내용도 있었지만, 즐거운 일상이나 교훈을 강조하는 내용도 있었어요. 생각보다는 덜 부담스럽더군요. 만약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알려고 하는 한국인이 있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이 책을 권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참고로 이 책은 단편집으로서도 훌륭했어요. 소설 자체가 재미있고 색달랐거든요).
이 책을 다 읽었으니, 이제는 ‘치누아 아체베’ 선생의 소설들과 ‘응구기 와 씨옹오’ 선생의 소설을 읽어볼 생각입니다. 그 책들을 다 읽으면 나이지리아와 케냐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겠지요. 이것이 문학을 읽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이나 시를 읽음으로써 그것들이 나온 나라나 민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 말이에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최근에 문학으로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셨는지? 부디 그러셨기를 바랄게요.
- ‘내가 내 짐을 스스로 덜 수는 없지만, 대신 남이 짊어진 짐은 나눠 질 수 있어. 아니면 남이 진 짐을 덜어주던가.’하고 생각하는 돌베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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