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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언록(雜言錄) : 말 그대로, ‘잡담을 모아서 적은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6년 전, 제 스승님이 책을 낼 때 책 끄트머리에 이 말을 제목으로 단 단락을 넣으셔서, 저도 그걸 흉내 제 글에 ‘잡언록’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1. 요즘『아프리카의 신화와 전설 - 서부 아프리카편』(도서출판 다사랑 펴냄)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한국인 교수들이 서(西)아프리카의 신화와 전설들을 모아서 펴낸 책인데, 제가 10대일 때부터 아프리카에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에 제 단골 서점에서 보자마자 돈을 내고 샀어요.
‘아난시(Anansi)’ 이야기처럼 예전에 접한 적이 있는 이야기도 있었고, ‘관대한 바오밥나무’ 이야기처럼 처음 접한 이야기도 있었죠. 너무 재미있어서 며칠째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 동네 옆에 있는 공원에 운동하러 갈 때도 이 책을 손에 들고 걷고, 성남시에 있는 학원에 갈 때에도 지하철 안에서 이 책을 읽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서아프리카에 사는 여러 민족이 ‘낯선 사람’이 아니라,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나처럼 고민도 하고, 나처럼 남과 다투기도 하는,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교훈이나 깨달음이나 웃음은 ‘덤’이죠.
이 책이 236쪽이고, 지금 188쪽까지 읽었는데, 만약 다 읽는다면 책에 있는 이야기들 가운데 한두 편을 여러분에게 소개해 드릴게요.
(솔직히 말하라면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동북부 아프리카나, [케냐를 비롯한] 동부 아프리카나,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을 비롯한] 중부 아프리카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비롯한] 남부 아프리카의 “신화와 전설”을 다룬 책도 나왔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그렇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2.『이슈』지에 실린 심리 테스트를 해 보았습니다. 먼저『이슈』3월호에 실린 <오리무중 상담소>에 나온 문제 두 개를 풀어보았지요.
첫 번째 문제는 답을 무엇으로 골랐는지 기억이 안 나고(풀기는 풀었는데 말이죠!), 두 번째 문제는 “절대로 빠져선 안 되는 요리가 있다면, 다음 중 무엇입니까?”하고 묻는 문제기에 별 생각 없이 “D. 떡/식혜”를 골랐더니(제가 떡을 좋아하거든요. 단술도 싫어하지는 않고요), “당신도 이 음식처럼 사람들에게 달콤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다만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나머지 상대에 따라 태도가 변하는 면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든 한결같은 성실한 태도를 보여준다면, 사랑뿐만 아니라 신뢰도 얻을 수 있습니다.”하는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뭐야, 그럼 내가 아첨을 하고 남들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하고 일관성이 없는 사람이란 말인가?’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그리고『이슈』4월호에 실린 심리 테스트를 풀어보았는데, 첫 번째 문제는 “현관도, 창문도 모두 잠긴 집이 있습니다. 문을 부숴서라도 집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면, 어느 쪽으로 들어가는 게 좋을까요?”였어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네 가지 답 가운데 맨 끝에 있는, “D. 뒷문으로 들어간다.”를 골랐습니다.
그랬더니 제가 “D. 사람과 사귀는 법을 모르는 타입”이라는 결과가 나왔어요. 제가 “다른 사람 눈에 어떻게 비칠까 하는 걱정에 망설임이 많습니다. 예의상 보이는 모습과 속마음이 다르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너무 신경을 쓰다 보니 되려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런 서툰 모습이 뜻밖에 신뢰를 주기도 합니다. 사람을 사귀는 일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고 하더군요.
순간, ‘그래, 내가 요즘 인간관계가 다 끊어지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지 못하는 걸 보니, 내가 “사람과 사귀는 법을 모르는 타입”인 건 맞나 보다.’하는 생각을 했고, 한편으로는 ‘내가 “다른 사람 눈에 어떻게 비칠까 하는 걱정에 망설임이 많”다고? 나는 “남들이 어떻게 보겠어?”라든지 “남의 눈과 귀가 얼마나 중요한데, 그걸 신경 쓰지 않겠다는 거야?”라든지 “망신이다. 남들이 이 일을 떠들어 대면 나는 어떻게 사냐?”하는 말을 들으면 반발하는 사람인데, 나는 남의 눈과 귀에는 신경쓰지 않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고? 이 평가를 믿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어 혼란스러웠죠.
두 번째 문제를 풀 땐 더 착잡했어요. 그건 더 정확했거든요. “늘 지나다니던 거리를 걸어가다, 갑자기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일까요?”하는 문제였죠. 전 'B. 아무도 보지 못하는 투명인간‘과 ’C. 과거에서 되살아난 고대인‘ 가운데 무엇을 답으로 골라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겨우겨우 B.를 답으로 골랐어요.
그랬더니 ‘B. 혼자만의 동굴에 들어가 있는 타입’이라는 평가가 나왔고, “다른 사람을 무서워합니다. 따라서 사람과 멀리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합니다. 주위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을수록 살기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 사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좀 더 자신의 시간을 써서 쓸데없는 잡담이라도 나누다 보면 내면이 더욱 풍부해집니다.”하는 보충설명이 나오더군요.
제가 “혼자만의 동굴에 들어가 있는 타입”인 건 맞지만, 그건 인간관계가 끊어졌기 때문이지 원래부터 “다른 사람”을 “무서워”해서는 아닌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저는 우리 집 식구들이라는 “주위 사람들이” 제게 “관심을 보이지 않을수록 살기 편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다면 이 심리 테스트 결과는 70%는 맞고 30%는 틀렸다고 봐야겠지요.
내친 김에 알고 싶은 건 다 알아내자고 생각하고, 제가 답으로 고를 뻔했던 ‘C. 과거에서 되살아난 고대인’을 다시 한 번 봤더니, C.는 “잔소리쟁이라는 걸 모르는 타입”이라는 결과가 나왔어요. “남이 하는 일에 꼭 한마디 하고 싶어 합니다. 남이 하는 잔소리는 듣기 싫지만, 자신은 늘 비판적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봅니다. 이런 자신의 모습을 눈치 챘다면 앞으로는 잔소리 대신 웃음으로 분위기를 바꿔보세요. 남은 물론 자신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라나요.
‘뭐야, 이게 더 정확하잖아?’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남이 하는 일에 꼭 한마디 하고 싶어”하고, “남이 하는 잔소리는 듣기 싫지만, 자신은 늘 비판적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보며, 제가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병원에서는 강사님한테 “자신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는 노력”을 해보라는 충고를 받았으니까요.
‘심리 테스트라고 해서 다 정확한 건 아니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래도 제 속마음을 어느 정도는 알았으니, 아주 헛고생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음에도 심리 테스트를 한다면 다시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3. 서점에서『이슈』4월호를 샀습니다. 그리고 그 잡지에서 <인월>을 읽었죠. 그런데 <무명기>는 … 으으 …, 그 앵무새(옥로)가 그런 잔인한(!) 짓을 저지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뒤통수를 쇠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이번 연재분을 보는 순간, 다음 연재분을 보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어요. 아마 앞으로도『무명기』단행본을 사서 읽지는 않을 겁니다.
대신 <Nabi>에서 좋은 대사들을 많이 보았는데, “후회란 결국 네게 남는 감정이지, 외부에서 보상받을 수 있는 게 아니겠지.”/“‘괜찮다’고 다정하게 위로받아도 네 안에 쌓인 그 감정이 쉬이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하는 말이 화살이 되어 날아와서는 제 머리와 가슴에 박히더군요. 만약 제가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게 무엇이야?”하고 묻는 사람을 만난다면, 저는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요? 떠오르는 게 서너 개는 있는데, 아직은 그것들을 이곳에 털어놓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4월호의 <Nabi> 연재분을 보고 그걸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4. 어제와 오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때문에 집 밖에 나가지 못하고 하루 종일 틀어박혀 있어야 했습니다. (뭐 며칠 전부터 왼발바닥에 갑자기[!] 100원짜리 동전의 3분의 1 크기인 물집이 돋아나서, 걸을 때마다 발이 아팠던 나머지, 그 때문에라도 밖에 나갈 수 없었지만 말이죠)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기분입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기에 내가 하루에도 여러 번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며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제가 어렸을 때, 아니 4년 전만 하더라도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라는 말 자체를 모르고 살았는데! 몇 해 전까지는 봄에 부는 황사만 조심하면 그만이었는데, 이제는 한 해 내내 바깥을 맴도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걱정해야 한다니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웃 나라(중국)를 잘못 둬서 이게 뭐야? 진짜 중국정부랑 중국 공장들이랑 중국에서 자동차/오토바이를 가진 작자들을 고소하고 싶네!’하고 투덜거립니다만, 그자들이 제 말을 귀담아 들을 리 없고, “증거 있어? 날 고발하고 싶으면 증거를 대!”하는 말이 돌아올 게 뻔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분을 삭이고 있습니다(그나마 얼마 전부터는 중국 정부가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을 철저하게 줄이고, 공기를 더럽히는 산업이나 교통기관을 단속하겠다고 발표했으니, 거기에 실날같은 희망을 걸 수밖에요. 물론 정말로 나아질 거라는 생각은 안 합니다).
저는 원래는 황사를 막으려고 만든 마스크를, 이제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막으려고 사서 쓰면서(약국에서 팔더라고요), 이 답답한 현실을 저주하고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환경을 저주합니다. 달리 무슨 말을 하겠어요?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남아야죠.
5. 이븐 할둔 선생의『역사서설』도 다 읽지 못했는데, 이제는 유지기(劉知幾) 선생의 책인『사통(史通)』을 읽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전자는 밤중에 밑줄을 그으면서 읽다가 도중에 멈췄고, 후자는 서점에서 사서 책꽂이에 꽂아놓고도 아직 읽지 못했죠.
책 한 권도 다 읽지 못했으면서 왜 다른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지. 제가 책 욕심이 너무 많은 걸까요, 아니면 그저 역사책이라면 사죽을 못 써서 그런 걸까요? 가끔은 저도 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만약 사람들이 이런 저를 본다면, ‘저 한심한 책벌레를 보았나? 만화가가 되려면 그림이나 그릴 것이지!’하고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전 책 읽는 것과 책 사는 것을 그만두고 싶지 않아요.
이것도 따지고 보면 ‘병’이죠.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병. 부디 언젠가는 이런 모든 행동이 저에게 이로운 결과를 낳기를 바랄 뿐입니다.
6. 일찍이 루쉰 선생이 “내가 일부러 사람을 속이려 하지 않음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내 속에 있는 모든 것을 밝히려 하지도 않는다. 내가 표현하는 것은 단지 몇 가지 생각들로서, 인쇄인에게 넘기기에 충분한 정도의 것일 뿐이다.
내가 종종 남들을 분해하려고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사실은 내 자신에 대해서 수술칼을 갖다 대는 것이다. 그것도 보다 냉정하게. 내가 자신을 가린 장막의 한 귀퉁이만을 들어 올리면 예민한 정신들이 쏟아져 나온다. 만일 내가 자신의 전부를, 내 모습 그대로를 들춘다면 어떤 것일까?
때때로 사람들을 쫓아 버리기 위하여 이 방법을 사용하고 싶은 생각이 나는데, 그렇게 해도 그때까지 나를 버리지 않는 사람들은 그들이 비록 “뱀과 괴물같은 놈”들일지라도 자신이 나의 친구임을 보여주는 것이며 결국은 나의 진정한 친구일 것이다.
그리고 만일 그런 와중에서 내 곁을 떠나간다면, 그건 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혼자 걸어가면 되니까. 그러나 당분간 나는 이 생각을 실행하는 것을 참을 용기가 없고 또 한편으로는 이 사회 속에서 계속 살아가기를 원한다.”고 쓰셨는데, 요즘 이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보니, 이 글이 꼭 지금 제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합니다.
저도 지금 제가 겪고 있는 모든 일을 털어놓는 게 아니고, 제 생각을 모조리 말한 게 아니거든요.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제가 쟁반 위에 - 어느 쪽 쟁반이건 가릴 것 없이 - 조금만 더 무거운 것이 올라와도 어느 한 쪽으로 확 기우는 약한 저울이라는 생각이 들어 우울합니다. 부디 괜한 걱정이기를 빕니다.
7. 지난해에, 신문에서 수리야(시리아의 정식 국호) 출신으로, 수리야 내전이 터진 뒤 고국을 떠나 이곳저곳으로 떠돌아다니는 극작가(劇作家. 연극의 각본을 쓰는 사람)인 ‘오마르 아부 사다’ 선생님의 말이 적힌 기사를 읽었습니다.
오마르 선생님은 기자에게 “배우는 같은 시공간에 관객과 함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은 창조 작업의 중요한 부분이다. 나는 지금 왜 다른 관객이 아닌 이들과 함께 있는가? 또 왜 여기인가? 그리고 왜 지금이어야 하는가?” 하고 말씀하셨죠.
저는 그 말씀을 만화가와 만화의 독자들에게도 써먹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오마르 선생님이 만화가였다면, 아마 이렇게 말씀 하셨겠지요. :
“만화가는 종이 위와 가상공간에서 독자와 함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그리고 그들의 반응)는 창조 작업의 중요한 부분이다. 나는 지금 왜 다른 독자가 아닌 이들과 함께 있는가? 또 왜 여기인가? 그리고 왜 지금이어야 하는가?”
그 분의 말씀은 앞으로 작가가 되려고 하는 저에게 던져진 물음이기도 합니다. 저는 제 “창조 작업의 중요한 부분”인 “독자(그리고 그들의 말과 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또” 그들과 만나는 공간이 “왜 여기”일까요? “그리고” 그들과 만나는 때가 “왜 지금이어야” 할까요? 대답하기가 쉽지 않은 물음입니다.
앞으로 원고 콘티와 원고 원본을 그리다 보면 대답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연재를 시작하면 대답할 수 있을까요? 부디 제가 오마르 선생님의 물음에 제대로 대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8. 요즘 시베리아 원주민(예 : 사하 족/에벤키 족)의 전통 음악이나, 대만 원주민(예 : 아미족/푸롱족)의 전통 음악이나, 안달루시아(중세시대부터 근세 초기까지 이베리아 반도의 남부와 중부에서 살던 무슬림들의 땅)의 음악을 듣는 재미로 삽니다.
누리그물의 가상공간에 음악이 담긴 동영상이 많아서, 검색 창에 음악의 이름을 적고 엔터(Enter) 키만 치면 돼요. 그런 음악을 듣다 보면 마음이 깨끗해지는 기분입니다. 음악으로 사람을 치료한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겠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음악이 담긴) 새 CD를 사지 못하는 자신을 달랩니다.
앞으로 어떤 음악이 저를 찾아올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좋은 음악이 올 거라고 믿고 이대로 쭉 가렵니다.
9. 열사흘 전(올해 3월 5일), 오후에, 우리 집에서, 위성방송 TV로 <달빛궁궐>을 봤습니다.
처음에는 '어? 이게 뭐야? 이런 만화영화도 있었나?'하고 생각하면서 시큰둥하게 봤는데, 경복궁이나 조선의 옛 그림에서 나오는 물건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오호, 이거 소재가 좋고 그림도 산뜻하고 특수효과도 좋고 음악도 깔끔하네!'하고 생각하면서 주목하기 시작했고, 극 중반에 주인공 소녀 '현주리'가 '규수'에게 하는 말을 듣고 '이것 봐라, 대사가 좋네?'하고 생각하며 몰두했고, 결국 끝까지 다 봤어요. 오랜만에 좋은 한국 만화영화를 봤다고 생각하며 만족했습니다.
앞으로도 이 작품 같은, 아니 이 작품보다 더 좋은 '한국형 판타지'를 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도 되겠지요?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덧붙이자면 저는 네이버에서 이 작품의 이름으로 정보를 찾기 전까지는 이 작품이 극장에 개봉되었다는 걸 모르고 있었습니다. 부끄럽네요. 나중에 CD/DVD를 파는 가게에 가면 이 작품을 담은 DVD나 이 작품의 음악을 담은 CD가 있는지 찾아봐야겠어요).
10. 사흘 전(3월 15일), '네이버'에 있는 제 블로그에서 글들을 뒤져보았습니다.13년 동안 모은 글이 무려 3899편이나 되었어요. 제 블로그가 '보물창고'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습니다(다음 넷에 있는 제 블로그에는 3982편이나 되는 글이 올라와 있더군요. 물론 그 블로그도 제 보물창고입니다).
11. 유용주 시인의 책인『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에 실린 시 구절(단, 유 시인이 직접 쓴 시 구절은 아닙니다! 유 시인이 인용한 시 구절이죠)을 읊습니다.
"나를 죽이는 것이/나를 자라게 한다./고통과 나의 힘겨운 키재기/오늘은 다만, 내가 아주 조금 모자랄 것이다."
저는 이 시구를 읊으며 자신을 달랩니다. 지금 저를 괴롭히고 있는 현실은 신께서 저라는 쇳덩어리가 더 단단해지라고 저를 모루에 올려놓고 망치질을 하고 계신 거라고 생각하지요. 언젠가는 '쇳덩어리'에서 '쓸모 있는 도구'나 '예술 작품'으로 탈바꿈하는 날이 오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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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고 나서 읽어보니, 생각보다는 글이 기네요. 더 이상 쓰면 읽는 분들이 지루해 하실까봐 여기서 그치기로 했습니다. 다른 소식은 다음에 쓰는 글에 실을게요. 부디 여러분이 봄날을 잘 보내시기를 빕니다.
- 학원에서 강사님께 “콘티의 첫 부분과 끝 부분은 괜찮은데, 가운데 부분이 문제다. 너무 설명이 많고 역사를 가르치는 글 같다. 그 부분에서는 캐릭터가 잘 살아나지 않는다. 고쳐서 그려라.”하는 지적을 받고, 다른 강사님한테는 그 콘티의 첫 부분조차도 문제가 많으니 삭제하거나 빼거나 고치라는 지적을 받아 풀이 죽은(그러나 지적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돌베개
(덧붙이자면 앞으로도 강사님과 독자들에게 많은 지적 - 또는 비판이나 비난 - 을 받아야 할 테고, 저는 그런 상황을 각오하고 있습니다. 작가로 살려면 심장이 튼튼해야겠지요. 남들이 쏘는 ‘화살’에 맞아도 살아 남아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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