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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글 이름을「▷◁돌베개의 칠랑팔랑 2」로 붙이려고 했으나, 다른 분들이 글에 ‘생존신고’라는 이름을 붙이시는데 저 혼자만 튀어 보이면 어색해서 - 그리고 이 글이 말 그대로 ‘생존신고’를 하는 글이라서 -「▷◁돌베개의 생존신고」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1. 두 달 전부터 하기 시작한 생각인데요, 모든 먹을거리와 마실 것은 각자 어울리는 상대가 따로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가래떡이나 인절미를 먹었으면 녹차를 마셔야 하고, 비스킷을 먹었으면 꼭 홍차를 마셔야 하며, 리조또(이탈리아식 쌀밥)를 먹었으면 반드시 아메리카노를 마셔야 하죠.
전에는 그런 것을 잘 따지지 않았는데, 요즘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법칙’에 신경을 써서 이 법칙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잘못을 저지른 기분이 들더라고요. 제가 ‘까다로운 사람’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정말로 이 법칙이 ‘공인된 문화’인 건지 모르겠습니다.
2. 요즘 웃을 일이 없다 보니까, 24년 전에 유행했던 우스개(예를 들면 <최불암 씨리즈>)라든가 23년 전에 보았던 코미디 프로그램(예를 들면 <봉숭아 학당>)이라든가 10년 전 누리그물(인터넷을 일컫는 순우리말)에서 읽었던 농담을 떠올리면서 일부러 큰 소리로 웃는 버릇을 들였습니다.
요즘 코미디는 왜 안 보냐고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무리 보아도 그 코미디들이 도저히 웃기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을 보면 볼수록 더 화가 나서 그래요. 그것들이 저를 공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 이 순간, 제가 지금 겪고 있는 현실을 바탕으로 만든 코미디가 잊어버리고 싶은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만큼 참기 힘든 것이 어디 있을까요? 그래서 그것들을 외면합니다.
제가 이렇게 군다는 건, 제가 그만큼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지요. 씁쓸합니다.
3. 5년 동안 실업자로 지내고, 3년 동안 만화 그리는 법을 배우는 학원에 다니면서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텼는데, 어쩌면 이제 더 이상은 그러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그저께 어머니가 저한테 “네 아버지가 이젠 회사를 ‘정리’한단다. 외국 회사랑 거래하는 게 잘 안 되고, 그 회사(외국 회사)가 불황이라서 아버지 회사에 물품을 주문하는 규모가 줄고, 그래서 더 이상은 돈을 벌 수 없대. 줄어든 주문 갖고는 직원들한테 월급도 못 준단다. 그래서 회사 문을 닫고, 방글라데시에 있는 공장도 ‘정리’하고, 그 공장을 관리하는 네 형도 한국으로 다시 부르고, 다 그만두시기로 했어. 그럼 넌 어쩔래? 이제까진 (실업자로 살면서도) 네 아버지가 일해서 돈을 버시고 너한테 생활비를 주셔서 버티고 살 수 있었는데, 이제 더 이상 그러지 못하면 어쩔 거냐고?”하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좀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이래요. 아버지는 7년 전부터 ‘임금을 싸게 줘도 되는 곳’을 찾다가 방글라데시에 공장을 차리기로 마음먹으셨는데(그 전까지는 중국에 공장을 차리고 옷을 만들어 외국 회사에 납품한 뒤 돈을 버셨답니다), 본사는 한국에 있고, 지사는 중국에 있고, 공장은 방글라데시에 있다 보니 누군가는 방글라데시에 가서 공장을 ‘관리’해야 했죠. 그래서 우리 형이 방글라데시에 가서 공장장으로 일했던 겁니다. 아버지는 한국과 중국과 방글라데시를 오가면서 돈을 버셨고, 거기서 나온 돈으로 제 생활비를 주시고 제 학원비도 주신 거죠.
하지만 솔직히 말하라면 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방글라데시의 임금이 너무 낮아 그 임금만으로는 사람다운 삶을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신문 기사(물론 우리 집에서 보는 신문이 아니라, 제가 돈 주고 사서 읽는 다른 신문의 기사입니다)에서 읽었고, 형편없는 작업환경과 너무 긴 일하는 시간,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공장주들의 착취가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을 괴롭힌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아버지와 형이 그 착취에 끼어들고 그 일로 이익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그들이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을 쥐어짠 돈으로 먹고 살고 있으니까, 공범이면 공범이지 결코 ‘깨끗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언젠가 아버지가 술자리에서 “‘노동 3권’이니 뭐니 하는 걸 들먹이는 건 어림도 없고”, 그건 자신의 공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라고 하신 것, 그리고 아버지가 형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형한테 “(공장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놈들한테) 인간적으로 잘 대해주니 뭐니 하지 마라.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어!”하고 말씀하신 것(옆에서 듣고 있던 저는 목에 생선가시가 아니라 커다랗고 뾰족한 뼈다귀가 걸린 기분이었습니다)을 보면 아버지의 공장에서도 신문기사에 나온 착취가 일상화된 것은 분명한데, 저는 ‘아랫것’이고 ‘자식’이라서, 그리고 실업자로서 아버지에게 생활비를 타서 구차하고 비굴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라서 ‘감히’ “그건 잘못된 거예요.”하고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또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형이 형수님과 이제 겨우 여덟 살/다섯 살인 조카들(여덟 살짜리는 딸이고, 다섯 살짜리는 아들이죠)과 떨어져 먼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래 가지고 어떻게 결혼생활이 유지될 수 있다는 건지, 그리고 자식이 어릴 때에는 부모가 함께 있어주어야 하는데 어떻게 걸핏하면 떨어져서 화상통화나 해야 하는 건지, 과연 가정이 유지될 수는 있는 건지 의문이었습니다. ‘이런 게 결혼생활이고 가정이라면 난 결혼하고 싶지 않고, 가정을 꾸리고 싶지도 않고, 자식을 만들고 싶지도 않아. 너무 끔찍해!’하고 생각하면서 치를 떨었죠. 그런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겉으로는 무덤덤한 척, 담담한 척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하는 거지?’하고 생각하며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살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끝나고 만 거예요. 아버지는 회사를 정리하고 공장 문을 닫겠다고 선언하셨고, 형은 더 이상 방글라데시로 날아가서 식구들과 떨어져 있을 필요가 없고, 공장에서 일하던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은 더 이상 아버지와 형한테 착취당하지 않아도 되고, 저는 더 이상 생활비를 받지 못하게 된 거죠.
그래서 - 비록 처음 이 소식을 들을 때는 큰 충격을 받았고, 모든 것이 흔들리는 기분이었지만 - 지금은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하고, 홀가분하게 여겨요.
이제 더 이상은 생활비를 못 받으니까, 제가 알아서 살 길을 찾아야 하고 하루빨리 작가가 되어서 제 힘으로 먹고 살아야 하죠. 학원비도 다음 해에는 못 받을 테니까(얼마 전, 어머니가 제게 “너, 다음 해부터는 만화가가 될 수 있지?”하고 물으며 압력을 넣으셨어요. 그건 아버지가 회사를 정리하겠다고 선언하시기 전에 일어난 일이었죠), 만약 ‘좀 더’ 만화를 그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면 학원에 제 사정을 설명하고 학원을 그만둔 뒤 지금까지 배운 것을 복습하고 또 복습하며 - 또는 돈을 안 내고 만화를 그리는 법을 배우는 누리집(사이트)을 찾아내 그곳에 회원으로 등록해서 - 작가로 데뷔할 준비를 해야겠어요. 더 이상 실업자로 살 수는 없으니, 이참에 종지부를 찍어야죠.
그리고 생활비를 못 받으니, 7~8년 동안 돈을 내며 도왔던 단체들(굿네이버스/세이브 더 칠드런/노인 급식 단체/버어마 어린이들을 위해 도서관을 세우는 시민단체)과의 관계도 끊을 생각입니다. 매정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요. 수입이 끊겼는데, 인정만 내세우면서 계속 돈을 낼 수는 없으니까요. 만약 제가 처한 상황이 나아져서, 다시 돈을 벌고 제 통장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일정한 액수가 들어온다면 그때 가서 다시 구호단체에 들어가든가 시민단체의 회원이 될 생각입니다. 씀씀이를 줄여서라도 버티고 살아남아야죠.
4. 제가 카툰 팝 만화학원(최근에 이름을 바꿨지만, 전 옛 이름이 더 좋습니다)에서 강사님들의 충고와 지적을 받으면서 만든 작품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가. <그 남자의 떡볶이> (단편/8쪽) :
안경 쓴 30대 남자가 “원룸”에서 조카인 여자아이에게 떡볶이를 만들어준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짐작하셨겠지만, 남자는 저를 모델로 삼았고 여자아이는 제 조카를 모델로 삼았습니다. 제가 떡볶이를 잘 만든다는 사실도 반영했습니다.
- 나. <마법사와 제자의 반지 찾기> (단편/12쪽) :
가.를 만들고 나서 도전한 작품. 두 번째 작품이죠. 이번에도 학원에서 “(8쪽 짜리 말고) 좀 더 긴 걸 만들어 봐라.”하고 주문해서, 즉석에서 생각해낸 것을 종이에 옮겼습니다.
중세 서유럽,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중세 독일을 기본 틀로 삼은 판타지인데요. 한 때는 백성들을 괴롭히는 용과 싸워 그것을 동굴에 가둘 정도로 실력이 있었던 마법사가 세월이 지나면서 술독에 빠져서 살다가, 어느 날 술에 취해 반지(마법사의 모든 마법이 담겼고, 이것을 잃어버리면 용이 동굴에서 빠져나올 수도 있는 반지)를 뽑아버린 뒤 깜짝 놀라 온 집안을 뒤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어요. 물론 나중에는 자기 방에서 반지를 찾고, 그 때문에 제자에게 “제발 술 좀 끊으시라고 말씀드렸죠!”하는 꾸지람을 들으면서 움츠러들죠. 결국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한 마법사 ‘유르겐’은 술을 끊습니다.
제가 한 때 술을 많이 마셨던 사실, 그리고 7년 전에 술을 끊은 사실을 바탕으로 그린 만화예요. 그리고 주인공인 유르겐의 게으르고, 일을 대충대충 처리하고,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남들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버릇은 저의 안 좋은 점을 반영한 겁니다.
(이 단편의 내용을 저를 치료하시는 병원의 강사님한테 말씀드렸더니, “그렇다면 그 만화에 나오는 용은 당신의 본능이나 잘못된 기질이나 나쁜 버릇 아니냐? 그것과 어떻게든 싸우고, 그것이 못 나오게 하는 것은 당신 자신의 싸움이기도 하지 않느냐?”고 물으시더군요. 만화를 구상할 때랑 그릴 때는 몰랐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정말 그래요)
- 다. <설흔 : 어느 창잡이의 이야기> (51회 또는 52회) :
지금 학원에서 ‘열심히/부지런히’ 0화(서장)와 1화를 다듬고 있는 첫 장편 만화입니다.
고대 동아시아와 북아시아의 역사/문화/종족을 짜깁기해서 만드는 이야기인데요, 전쟁이 끝난 뒤 제대하고 고향에 돌아갔다가, 폐허만 남은 고향에서 걸인이 되어 구걸을 하고, 그 뒤 처지가 같은 사람들과 함께 강도단을 만들어 이민족을 약탈/구타/폭행하고 다니던 젊은 남자를 주인공으로 삼았어요.
그 주인공이 감옥에서 세월만 헛되이 보내다가, 주인공이 속한 부(部)의 대공(大公)이 그를 빼내 이민족의 고을로 옮기고, 그는 병사와 관리와 옥졸의 감시를 받으면서 그 고을에 적응하고 일반인이 되는 - 그리고 이민족에 대한 선입견과 증오와 원망을 버리는 - 훈련을 받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잘 만들어야 할 텐데,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5. 몇 달 전부터 들기 시작한 버릇인데요, 저는 김혜린 선생님의 작품을 뺀 다른 만화들(그리고 만화영화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이런 작품은 이게 문제야.’/‘이건 설정 자체가 억지지 않아?’/‘너무 뻔해. 이런 소재는 예전에도 질릴 만큼 봤어.’하고 생각합니다. 주로 요즘 만화나 만화영화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하고요. 제 생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히자면 이런 거죠.
저는 이미 남자친구가 있고 그 남자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는 여성이 자신의 언니한테서 미남처럼 생긴 로봇을 소개받았는데, 그 언니라는 사람이 동생한테 “너는 네 남자친구가 아니라 그 로봇을 더 좋아하게 될 거야.”하고 말하는 만화를 보고 ‘이건 설정 자체가 억지지 않아? 왜 언니라는 사람이 동생한테 이런 식으로 누구를 좋아해라, 말라고 강요하는 거지?’하고 생각하며 이맛살을 찌푸리고,
중세 서양 기사나 오크나 요정과 서양용이 나오는 판타지를 보며 ‘이런 건 예전부터 있던 건데, 이런 소재가 아직도 먹히나? 독자들이 물리지 않는다고 믿나 보지?’하고 생각하며 고개를 젓고,
아기나 어린이나 강아지가 아니라 다 큰 어른 남자나 10대 소녀나 20대 여성한테 “귀여워, 귀여워, 정말 귀여워!”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만화를 보며 ‘아니, 귀엽다는 말은 청소년이나 어른한테는 쓰지 말아야지, 왜 아무 때나, 누구한테나 쓰는 거야? 이건 어법 파괴고 관념 파괴야!’하고 생각하며 책장을 덮어버립니다.
그래서 제가 볼 때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작품들을 하나하나 거르다 보니, 볼 만한 게 많지 않네요(쓴웃음). 제가 너무 까다로운 건지, 그렇지 않으면 요즘 만화들이 수준 낮은 건지 … 어쩌면 둘 다인지도 모르지요.
(다행히 김혜린 선생님의 만화에는 이런 요소가 없고, 그래서 제가 김 선생님의 만화들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제가 만화를 그리거나 소설을 쓸 때에는(만약 만화가가 못 된다면 웹 소설 작가가 되려고 합니다) 이런 요소들은 싹 빼고 이야기를 만들려고 합니다. 독자들이 투덜거리거나 “왜 ‘재미없는’ 만화를 그려요? 왜 유행을 거스르는 이야기를 만들어요?”하고 따져도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겁니다.
6. 요즘 들어 자꾸 생각하는 것인데, ‘내가 애인과 헤어진 뒤 열한 해 동안 혼자 살았으니, 나이를 먹어도 혼자 살겠지. 이래도 되는 걸까? 나는 왜 여성을 사랑하지 못할까? 내가 사랑하는 여성은 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 나는 사랑받지 못할 운명을 타고난 걸까? 온 누리 여성들이 나를 싫어하는 걸까? 나한테 뭔가 심각한 결점이 있어서 혼자 사는 걸까? 내가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잘못된 것일까?’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어차피 한국에서는 젊은 남자의 수가 젊은 여성보다 많고 - 지난해에『시사 IN』이 조사한 통계를 봤더니, 젊은 남자가 “47만 명” 더 많다고 하더라고요 - , 해외에서는 ’한국인 남편(Korean Husband)'이라는 말로 정보를 찾으면 대부분 한국 남성을 욕하는 정보일 정도로 한국 남성은 평판이 좋지 않으니, 나는 연애도, 결혼도 할 수 없어. 절망스러워.‘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독사가 제 목을 서서히 조르고 있는 것처럼 숨이 막히고, 화가 나고, 슬픕니다. 안 그래도 얼마 전 우리 어머니가 제게 “너는 도대체 왜 그렇게 부드럽지 못하고 거칠어?”하고 따지셔서 기분이 안 좋았는데, 그것도 따지고 보면 열한 해 동안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지 못하고 거절당하거나 혼자 살아야 해서 그런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어요.
세상이 ‘38세인 한국인 독신 남성’인 저에게 어떤 기회도 주지 않는 것 같아 모든 것을 - 심지어는 삶까지도 - 포기하고 싶습니다. “짚신도 제 짝이 있다.”는 속담은 저한테는 적용되지 않아요.
7. 닷새 전(올해 11월 14일),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았습니다. 가벼운(?) 위염을 앓고 있고, ‘용종(위장이나 대장의 벽에 생기는 물질. 내버려 두면 위암이 되고 대장암이 됩니다)’이 네 개나 생겼다는 결과가 나왔지요. 지난해에도 용종이 나와서 그걸 레이저로 태워 없애는 수술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 겁니다. 그러니까 저는 지난해에 암에 걸릴 뻔했고, 이번 해에도 암에 걸릴 뻔했죠.
집에서는 제가 카페인(녹차/홍차/커피)을 너무 많이 마셔서 일이 이 지경이 된 거라고 주장하는데, 저는 그 말씀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7년 전 알콜이 나쁘다고 해서 술을 끊었고, 설탕을 너무 많이 집어넣었고 칼슘을 깎아먹는다고 해서 탄산음료도 끊었고, 그 대신 녹차와 홍차와 커피를 마신 건데, 이제 와서 그것들도 마시면 안 된다면 도대체 뭘 마시라는 거냐고 따지고 싶었죠.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병원에 가서 조사결과를 들어야 하는데, 그 때 의사 선생님한테 “제가 녹차나 홍차나 커피를 마셔도 되나요? 만약 된다면, 얼마만큼, 어느 정도로 마셔야 하나요?”하고 여쭤 보려고 해요.
만약 의사 선생님이 “마시지 말라.”고 하시면 - 이 검사를 받기 전에 산 녹차와 커피는 남아 있으므로 - 하루에 한두 잔만 녹차나 커피를 마시고 마침내 녹차와 커피가 다 떨어지면 그 때 녹차와 홍차와 커피를 끊을 것이고(그것들을 끊은 다음에는 카페인이 없는 마테차와 루이보스 차를 마실 겁니다), “마셔도 된다.”고 하시면 커피를 두 잔 마신 날에는 녹차와 홍차를 안 마시고, 홍차를 두 잔 마신 날에는 녹차와 커피를 안 마시고, 녹차를 두 잔 마신 날에는 커피와 홍차를 안 마시는 식으로 마시는 양과 횟수를 조절할 겁니다.
암에 걸리고 싶지 않고, 용종을 태워 없애는 치료비가 너무 비싸서 앞으로도 이런 검사를 계속 받을 엄두가 안 나서 그래요. 여러분도 저처럼 건강을 잃지 마시고, 위와 대장을 잘 돌보세요.
8. 좀 오래 전의 일입니다만, 교육부 관리라는 나향욱이 “민중은 개/돼지”고, “나는 신분제를 되살려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이고, 지하철을 고치다가 틈에 끼어서 비참하게 죽은 청년이 안타깝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아니, 그게 왜 안타깝냐? 왜 내 자식이 당한 것 같은 일이냐? 그렇게 생각하는 게 위선이지!”하고 미친개처럼 짖은(죄송합니다. 기억을 되살리다 보니 분노도 되살아났습니다) 일이 떠오릅니다.
그 자의 말대로라면 저 같은 보통 사람은 그야말로 ‘수캐/수퇘지’고, 위에서 던져주는 뼈다귀나 찌꺼기나 받아먹으면 되며, “신분제”에 깔려서 인간의 존엄성이고 뭐고 보장받지 못하고 살아야 한다는 이야긴데, 그 자가 솔직한 건지 아니면 뻔뻔한 건지 그걸 모르겠어요. 물론 저는 후자라고 봅니다만, 그래도 그게 전부는 아닐 테니까, 그 자의 속을 알 수 없어서 답답합니다.
그래도 이것 한 가지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요. 저는 봉건사회에서 사는 게 아니라 “민주공화국”에서 사는 “나라의 주인”이고, 나아가 “개/돼지”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 말이에요. 사람이 원래는 평등하다고 믿고, 현실이 그 명제를 충족하지 못하면 현실을 명제에 맞게 바꾸려고 애써야지, 그냥 내버려두면 결국은 많은 사람들이 “개/돼지”로 굴러 떨어져서 현대판 “신분제도”에 짓눌리게 될 거 아녜요? 그래서 저는 그의 말에 찬성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9. 유튜브에서 세계음악을 찾아서 듣는 재미에 푹 빠져서 삽니다. 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유튜브에는 없는 동영상이 없고 제가 찾기만 하면 뭐든지(!) 나오더라고요.
벵골 민속음악/이마지겐(베르베르족의 진짜 이름) 음악/네팔 민속음악/쿠바 음악/베냉 음악/아제르바이잔 음악/브라실(브라‘질’의 정식 국호) 음악/라가(파키스탄/바라트 전통 음악)/나이지리아의 요루바 족 음악 … 음악의 바다에 빠져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기분이 우울할 때나 모든 것이 싫을 때, 그리고 어떤 일을 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을 때나 대중문화가 강조하는 쓰레기 같은 요소들이 싫을 때, 제 마음이 ‘달아나서 숨을 곳’이 필요할 때 이 음악들을 찾아서 들어요. 그러면 기분이 나아지고, 일에 집중할 수 있고, 머릿속이 깨끗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이미 몇몇 동영상(세계 전통 음악이 들어있는 동영상)은 그 주소를 복사해서 제 블로그에 옮겨놓았어요. 음악이 ‘마음을 치료하는 약’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죄책감도 들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제가 ‘판도라'나 ’아프리카 TV'나 ‘네이버/다음 동영상’ 같은 한국의 동영상들을 내버려두고 유튜브에만 집중했으니까요. 안 그래도 한국의 동영상들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주목받지도 못해서 경영난을 겪고 있다던데, 제가 그런 일을 부추긴 사람들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면 고개를 들지 못하겠어요)
10. 요즘 다음(Daum) 넷에서 ‘스토리펀딩’이라는 걸 보며, 글 읽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어떤 특별한 사안이나 설득을 요하는 사안을 글로 정리해서 한 회씩 한 회씩 올리는 건데요.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봤는데 이제는 스토리펀딩을 보지 못하면 다음 회가 궁금하고 ‘이 스토리펀딩은 어떻게 끝날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스토리펀딩에 푹 빠졌어요.
다루는 주제도 다양해서 택견을 다룬 스토리펀딩이나, <올 어바웃 아프리카>처럼 한국인이 잘못 알고 있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여러 민족을 다룬 스토리펀딩이나, <하나도 거룩하지 않은 파산 변호사>처럼 억울한 누명을 쓴 힘 없는 보통사람들을 의뢰인으로 삼아 그들의 누명을 벗기고 그들이 법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싸우는 변호사를 다룬 스토리펀딩도 있어요. 그런 것들을 읽다 보면 제가 미처 몰랐던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고, ‘눈’이 열리고 ‘귀’가 트이는 것을 느낀단 말이지요.
이미 몇몇 스토리펀딩은 글 주소를 복사해서 제 블로그에 옮겨놓고 저장했습니다. 시간 있을 때마다 다시 읽어보려고요. 여러분도 스토리펀딩에 한번들어가 보세요. 정말 재미있어요. 충격을 받으실 겁니다.
11.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격언을 거스르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니까요. 요즘은 새벽 1시에 자는 건 보통이고, 그 대신 오전 10시나 오전 11시에 일어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네, 이러는 것도 제가 실업자니까 있을 수 있는 일이지요.
원래는 밤 10시나 밤 11시에 자고 아침 7시나 8시에 일어나는 삶이 정상적인 삶인데(그리고 그렇게 자야 제 몸이 몸 안의 독소를 말끔히 청소하고, 저도 살이 빠지는데), 그러지 못해서 신경 쓰입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밤 10시나 11시에 자는 버릇을 들이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눈을 뜨면 오전 10시라서 자신에게 실망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저처럼 늦잠 자는 사람은 안 되시길 바랄게요.
12. 얼마 전부터 실천하는 건강요법이 셋 있습니다. 하나는 일어나자마자 수돗물로 입을 헹군 뒤, 빈속에 물(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반씩 섞은 물)을 마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전, 과일을 칼로 깎아먹는 것이며, 마지막 하나는 물을 마실 때 그냥 마시지 않고, 레몬 한 조각을 칼로 썰어서 그것을 물에 띄워서 마신다는 겁니다.
첫 번째 방법은 몸 안에 있는 더러운 균들을 싹 쓸어버리고, 두 번째 방법은 밥을 먹은 뒤 과일을 후식으로 먹는 것보다 과일 안의 영양소를 더 빠르게, 더 확실하게 흡수하는 효과가 있으며[빈속에 과일을 먹으면 과일 안의 비타민이 30분 안에 몸속으로 흡수되지만, 밥 먹고 과일을 먹으면 비타민이 몇 시간 이상 흘러도 흡수되지 않는다네요], 세 번째 방법은 - 물에 설탕이나 다른 것을 안 넣고 레몬 조각만 넣기 때문에 - 레몬 조각을 넣은 물을 마시면 마실수록 살이 빠지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거, 건강에 되게 신경쓰네!’하고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오래 살아서 이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지켜보겠다고 다짐했고, 한 번 사는 인생 건강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해서 이런 요법이라도 쓰지 않으면 마음이 안 놓여요. 혹시 저처럼 건강에 신경을 쓰시는 분이 계신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몇 자 적은 겁니다. 이상이 제 ‘생존신고’인데요, 부디 여러분의 궁금증이 풀렸기를 바랄게요. 다른 소식은 다음에 전하겠습니다.
-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 드는(하지만 글을 쓸 때만큼은 기분이 좋고 속이 시원한) 돌베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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