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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서울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 민속박물관'(롯데월드 3층에 있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건 말씀드린 적이 있죠? 오늘은 거기서 일하면서 '경악'한 사실을 말씀드리려고 자판을 두드립니다.
몇 달 전, 제가 일하는 박물관을 돌아보다가 우연히 골등품들을 파는 코너(전통 민속 공예점)에 들렀는데요, 거기 보니 골등품들(가끔 문화재와 골등품의 차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둘 다 '옛날 물건'인데 말이죠)의 가격이 적혀 있더군요. 그걸 읽고 기절할 뻔했습니다. 왜냐고요? 제가 그 가격을 '있는 그대로' 적어서 보여드릴 테니 그걸 읽어보세요.
- 고려시대 세뉴문동경(가는 무늬가 새겨진 청동거울 : 돌베개) 1개 : 80만원(진품도 아니고 현대에서 고려시대의 방식으로 만들어낸 '재현품'임)
- 100년 전(서기 1908년? 그러니까 대한제국 시절)의 다식판(과자를 찍어내는 틀) 1개 : 15만원
- 12세기(900년 전)의 송나라 청자(남의 나라 물건을 이렇게 팔아도 되는 건지?) : 아예 가격이 안 적혔음
- 고려시대 토기(土器) : 25만원 (청자도 아닌 토기가 이렇게 비싸다니!)
- 조선시대 청화백자 석류문호 (그러니까 백자) 1개 : 100만원
- 100년 전(이것도 대한제국 시절의 것?)의 목제 신선상 : 29만원
- 150년 전(서기 1858년 : 조선시대 말기)의 토기병 : 45만원 (찌그러지고 일그러졌음)
- 19세기의 조선산 순 백자 주전자 : 아예 가격이 없음
- 12세기의 고려시대 순 청자유병(청자로 만든, 기름병) : 45만원
- 고려시대(12세기) 청자 철화 당초 문주병(겉에 쇳가루로 무늬를 그려서 구운 청자) : 450만원(!)
(그나마 이제는 그 물건들이 모조리 다 팔렸고, 더 이상은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마음놓고 값을 공개하는 것입니다)
.....이러니 제가 입을 쩍 벌리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아니, 이런 물건들을 팔아도 되나? 이것도 따지고 보면 문화재일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야, 역시 돈 많은 사람들만 옛 것을 즐길 수 있나 보구나. 골등품 값이 이렇게 비싼 걸 보니 말이야. 하기야 고고학 같은 학문은 돈 많고 여유 있는 사람들만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말들 하잖아?'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죠.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돈이 많건 적건 상관없이 옛 물건을 보고 즐길 수 있어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저를 우울하게 합니다. 제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걸까요? 어쩌면 그런지도 모르죠(한숨).
요즘 들어 '내가 뭐하러 역사학을 공부하는 일에 20년을 바쳤나? 제대로 이룬 건 하나도 없는데!'라는 회의가 일어나서 몇 자 적어 봤습니다.
- 가끔 가다 쓸쓸함과, 우울함에 시달리는 돌베개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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