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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오랜만입니다. 넉 달 만에(!) 새 글을 올리네요. 제가 그만큼 바빴고, 여유가 없어서 그랬다는 것만 알아두시면 됩니다. 각설하고, 제가 어떻게 지냈는지 간단히(?) 말씀드리지요.
1. 지난해 12월 26일에 드디어(!) 대학원 졸업논문(석사학위 논문)을 다 끝냈습니다. 논문 제목은「신라 말 성주 ․ 장군의 성장 과정 연구」고 말 그대로 '후삼국 시대'에 활약했던 수많은 성주/장군(흔히 '호족'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왜 나타났는지를 연구한 … 허접한 글이죠(웃음).
이 논문 한 편을 쓰느라고 열 달 동안 컴퓨터와(그리고 도서관의 자료들과) 씨름해야 했고, 글을 열 번 정도 고쳐 써야 했고, 다른 모든 일들을 다 포기하면서까지 논문에 매달려야 했죠. '과연 통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 모든 걸 때려치우고 싶었고 논문 심사를 맡은 교수님들을 원망하기까지 했답니다. 무엇보다 논문을 쓸 때에는 기존 학계의 연구성과를 따라가면서도, 선학(先學)들이 미처 생각해내지 못한 학설을 주장하고 그 학설의 '증거'까지 제시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가장 힘들었어요. 결국은 로마와 고려, 조선의 역사에서 뽑아낸 사실을 '동원'해야 했답니다.
'다행히' 교수님들은 제 시각을 '참신한 견해'라고 평가해주셨고, 저를 지도하신 교수님은 저를 "논리적이고 아주 똑똑하며 재능 있는 친구"라고 평가해 주셨죠. 저는 <한글 2007>로 만든 논문을 CD에 담아 홍익대학교 곁에 있는 인쇄소에 맡겼고, 인쇄소 사람들은 12월 26일에 그 논문을 하드커버 양장본으로 제본해서 제게 넘겨주었어요. 제본한 논문이 무려 서른 부(!)나 되었기 때문에 저는 그것들을 낑낑거리면서 날라야 했죠. 학교에는 논문이 담긴 CD 1개와 논문 세 부를 냈고, 논문 심사위원인 교수님들(모두 세 분이었음)에게는 논문을 각각 한 부씩 드렸고, 나머지 논문은 집에 가져왔어요. 그런데 그 때 교수님들의 도장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며칠 후에 그분들을 다시 찾아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모든 논문에 도장을 받아왔답니다(물론 서명도 받았죠!).
이제는 속이 시원하고 한결 홀가분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네요. 왜냐고요? 논문을 쓰면서 두 가지를 절실하게 깨달았거든요. 하나는 앞으로 제가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고(즉 제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다른 하나는 제 외국어 실력이 형편없다(!)는 거였어요(대학교 논문과는 달리, 대학원 졸업 논문은 끝부분에 영어로 쓴 '요약본'을 달아야 하는데, 제가 그 요약본을 제대로 쓰지 못해 쩔쩔맸어요. 결국 네이버 영어사전을 일일이 뒤지고, 영어를 잘 하는 사람에게 제가 쓴 '요약본'을 보여주고 그걸 고쳐 쓴 다음에야 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죠). 정말 부끄러웠죠. '아,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외국어를 배우는 일에 온 힘을 쏟아 붇기로 했어요. 외국어를 배우면 취직에도 유리하고, 나중에 해외여행을 가면 외국어를 써야 할 테니까요. 영어 뿐만 아니라 다른 말도 닥치는 대로 배울 생각입니다. 물론 역사 공부도 열심히 하고요.
2. 몸무게가 무려 5kg이나 빠졌습니다. 한 때는 몸무게가 98kg이었는데, 얼마 전에 몸무게를 다시 재어 봤더니 이제는 93kg이더라고요. '아, 헬스클럽을 다니면서 운동하고, 먹을 것을 조심한 보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주 기뻤죠. 올해에는 살을 더 빼서 몸무게를 86kg으로 만들 생각입니다.(다음 해에는 80kg으로 만들 거예요) 새해 첫 달부터 이러니 시작이 좋군요.
3. 바둑과 체스를 배우려고 합니다. 평소부터 늘 '머리를 쓰는 게임'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미 지난해에 서점에서『초보자를 위한 어린이 바둑교실』,『입문편 바둑 교과서』,『기본에서 실전까지 초급 바둑백과』를 사서 모셔두고 있고, '접고 펼 수 있는 휴대용자석게임'인 <명인바둑>과 <명인체스>를 각각 하나씩 샀어요. 그 때는 '졸업논문이 끝나고 대학원을 졸업하면, 본격적으로 바둑과 체스를 배울 거야.'라고 생각하고 산 거지요. 이제 졸업논문도 통과되었겠다, 2월 20일이면 졸업하는 일만 남았으니,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바둑은 바둑 학원을 다니면서 배울 계획이고, 체스는 제가 체스를 두는 회원들이 모인 '네이버'의 카페에 회원으로 들어왔으니, 거기서 배울 생각이예요. 제가 별나다고 생각하진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4. 지금 기분이 좀 안 좋습니다. 이틀 전에, 제가 갖고 있던 책이 물에 젖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죠. 헬라스(영어 이름 '그리스') 신화를 담은『아르고호의 모험』(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 엮음, 김원익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서기 2005년)이라는 책인데, 어머니가 식물이 담긴 화분을 그 책 위에 놔두신 나머지, 화분의 밑구멍에서 나온 물이 책을 적시고 말았지 뭐예요? 아시다시피 제가 책을 너무 귀중하게 여기는지라, 그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불쾌함을 감출 수가 없었어요. 비록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제가 무시당한 기분이라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5.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은 일도 있는데, 제가 회원으로 있는 어느 인터넷 카페에서 회원들에게 제 글 솜씨를 인정받았다는 거죠. 그 카페는 만화영화(애니매이션)의 팬들이 모여서 만든 카펜데, 제가 그곳에 원작만화의 내용을 바탕으로 팬픽(팬 픽션. 팬이 만화나 만화영화나 영화의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꾸며내서 쓴 소설)을 몇 편 올렸는데, 반응이 아주 좋더군요. 어떤 회원은 제게 "제발 새 소설 좀 써서 올려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부탁했고, 다른 회원은 제가 "개념이 제대로 박힌 소설가"라고 평가했으니까요. 저는 제 글을 볼 때마다 부끄럽기 그지없는데, 그들은 그런 평가를 해 주니 제가 과분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짜로 '시나리오 작가'를 부업으로 삼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드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상입니다. 다른 것들도 말씀드릴까 생각했으나, 그랬다가는 글이 너무 길어질 게 뻔하므로, 여기서 마무리짓기로 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전 이만 물러갑니다.
- 용산에서 일어난 대참사 때문에 정부를 '갈가리 찢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하는.....돌베개가 올림
*추신 1 :『광야』3권은 도대체 언제 나오는 겁니까? 저는 기린처럼 목을 길게 빼고 김혜린 선생님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데, 선생님은 너무 조용히 지내시는 것 같아서 슬퍼요. 흑흑흑! (아참, 『아라크노아』의 후속편은 또 언제 나오나....)
*추신 2 : 그동안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대학살 때문에 미쳐버리기 직전까지 갔습니다. 시온주의자(시오니스트)들을 돌팔매로 마구 치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일어나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대사관에 가서 "학살을 중단하라!"는 1인 시위에 참여하고, 가자지구에 돈을 보내고, 주위 사람들에게 이 학살의 본질을 알리는 글을 소개하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 저를 절망케 합니다.
*추신 3 : 어제도 어머니가 제게 "너 장가를 가야 하지 않겠어? 네 친구들은 이미 장가를 다 갔고, 아기도 낳았고, 집도 있는데 너만 이럴 순 없잖아? 넌 너무 늦었어. 다음 해에는 장가를 가야 해."라고 하셨습니다. 속으로 '장가 못 가고, 연애 못 한 사람들이 더 많아요.'라고 생각하고 화를 참았습니다. 취직하고 난 다음에는 "전 혼자 살 거예요."라고 딱 잘라 말할 생각입니다. 욕을 얻어먹고, 매를 맞고, '나쁜 자식'으로 낙인찍힌다 해도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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