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게시판

게시일시: 1999/12/03 오전 10:52
게시자: 김문희, 김원주
제목: <테르미도르>의 유제니는 도데체 뭐하는 사람이었을까?

먼저 이 글은 저(부산대 사학과)와 김원주(테르미도르, 경북대 사학과)님
의 공동연구임을 밝혀 둡니다.
원주님이 자료담당을, 제가 쓰기담당을 하였읍니다.
우리는 <테르미도르>란 멋진 작품 속에 보이는 프랑스 혁명을 규명해 보
기로 했죠.
결국 유제니란 사람의 신분이자 직업이었던 상퀼로트에 초점이 맞춰지고
전반적인 프랑스 혁명 속에서 상퀼로트의 시대적 성격을 유제니란 인물을
통해 규명해 보겠습니다.

<테르미도르>의 유제니는 도데체 뭐하는 사람이었을까?

원주님이 유제니에 반한터라 그에 대한 분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도데체 누구 일까? 뭐하는 사람일까? 어째서 그렇게 사람을 죽이고
도 멋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렇게 가난한 주인공은 처음 보았
다. 프랑스 혁명과 공포정치 속에서 왜 그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수 없었는가? 줄르 같이 행동할 수는 없었을까?

이런 의문점에서 이 글은 출발한다.

그것의 결론은 그가 상퀼로트였기 때문이라는 거다. 그의 시대적 상황과
그의 계급적 성향때문에 더이상 다른 길을 갈 수가 없었던 거다.
그럼 상퀼로트에 대해 한번 살펴보자....

프랑스 혁명의 의의와 의미에 대해서는 긴 말을 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안다. (다 아시니까~)
부르조아지 민주주의 혁명

이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물론 학자간의 논쟁과 이의가 있어 왔지만(그것
은 소불과 이후의 아날학파인 퓌레와 리세의 논쟁으로, 더이상 깊어지지 말
도록 하자...) 프랑스 혁명 이후로 부르조아지가 득세하였다는 것은 의심
할 여지가 없고, 이후 민주주의의 전통(자유, 평등, 박애)와 자본주의의 사
상이 서구인들의 뇌리에 뿌리깊게 박혀있으니까...

그 속에서 상퀼로트는 어떤 의미를 차지하고 있는가?
원래 상퀼로트는 반바지인 퀼로트를 입을 수 없는 평민들, 즉 긴바지 - 상
퀼로트를 입은 사람들을 의미하였다. 따라서 부르조아지도 포함되었을 거
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상퀼로트는 부르조아지와 성격을
달리하는 일종의 계층? 계급?으로 형성되었다. 유제니는 바로 그들 상퀼로
트의 일원인 것이다.

대체로 가난한 임금 노동자와 소규모 자영업자가 주를 이루었던 그들은
바스티유 감옥 습격 사건에 동참하면서 힘을 얻기 시작 하더니, 마침내 파
리 시내에서 몇십개의 코뮌을 형성하면서 상퀼로트들의 자치구를 건설하고
직접 정치에 관여하기에 이른다.
사실 그들의 대부분은 가난하고 무식한 대중들이었으므로, 빵의 가격이
얼마나 안정되는냐? 전쟁의 위협에서 얼마나 안정되나? 막연한 적대감을
가진 귀족들이 어떻게 처벌되느냐?... 에 관심을 가졌다.그들을 지도하고
계몽한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부르조아지에 속하는 법률가난 학자, 사상가들
이었다. 그들은 상퀼로트를 자처하면서 대중을 선도하면서 프랑스 혁명을
이끌어 갔던 거다.

이제 유제니의 신분에 관한 의문은 풀리셨을 거다. 그는 가난하고 교육
은 받았지만, 자신의 친부에 대한 원한과 어머니에 대한 고통으로 처절한
살육을 저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당시 상퀼로트의 일원이었다면 당
연히 해야 할 행동이엇을 것이다.

그럼 유제니가 마라와 로베스피에르,상쥬스트등에 휘둘린 까닭은 무엇일
까? 그리고 왜 그리 비참한 최후를 맞아야만 했을까?

일단 상퀼로트들이 부르조아지 사상가에 휘둘렸다는 사실을 인식해 주길
바란다. 그들은 사상적 지표가 필요했고, 그것 부르조아지 정치가와 사상가
에게 빌었던 것일 게다. 이들 사상가겸 정치가들은 자신의 계급적 이익,
즉 부르조아지의 이익을 위해 상퀼로트와 협력하지 않을 수 없었으나,차츰
혁명이 보수화 되고, 혁명의 이상을 잃어가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공포정
치를 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거기에 상퀼로트인 유제니가 동조한 거
고...
그러나 공포는 공포를 낳는 법!
상퀼로트 자체의 계급적 모순(임금노동자와 소규모 자영업자 간의 이해
의 상충),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많은 우수한 인재들이 상퀼로트를 빠져나
갔다는 점, 그리고 공포정치의 시행 와중에서 차츰 혁명의 이상이 시들어
졌다는 점이 결합하여 상퀼로트의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하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테르미도르 반동"은 일련의 보수파 정치가의 쿠데타였는데
도 불구하고, 상퀼로트들은 이를 환영하고(적어도 싫어하지는 않았음) 결과
적으로 민중운동으로서의 상퀼로트 운동을 실패로 돌아갔다고 할 수 있
다...

아마도 유제니는 이런 사실을 미리부터 깨달은 선각자였을까?(아마 혜린
님이 시대를 넘 앞서가는 경향이잇었던게 아닐까?)
그는 실패한 민중운동을 견디지 못하고, 거의 자살을 자초했다고도 할
수 있다. 아마도 그에겐 사랑보다 혁명의 이상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

이상으로 유제니의 신분과 그가 그렇게 혁명에 광분하고 공포정치의 실
무 담당자로 수행할 수 밖에 없었덩 이유를 상퀼로트를 중심으로 살펴보았
다. 그래도 유제니는 여전히 멋있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