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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시: 2000/06/29 오후 4:15
게시자: sun
제목: 남궁준광이 생각나는 하루
흠, 요즘 영화 비천무때문에 말들이 많다. 아까도 어떤 다른 만화 사이트
에 들렀다가 심장 약한 사람은 영화비천무를 봐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읽
었다... 기대는 안했지만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문득 다시 남궁준광이 떠올랐다.
그는 참 인간적이다. 완전히 탐욕적이지도 못하며, 그렇다고 모든것을 떨쳐
낼 수 있는 영웅적인 캐릭터도 되지 못한다. 그는 단 한순간의 망설임, 비
겁함때문에 참 많은 것들을 뼈아프게 되돌려받아야 했다. 자신의 아이가 이
닌지 알면서 아내가 버젓이 자신을 속이도록 놔두어야 했으며, 자신의 아이
가 아내에 의해 고의적으로 굶주리고(태어나기전... ^^) 죽임을 당하뻔하는
것도 당해야 했다. 진하에 의해 가족이 몰살하고, 제 나이또래보단 제대로
말도 못하는 어수룩한 자신의 아이(어미에 의해 버림받은, 의식적으로...)
가 군사들의 발자욱에 의해 짓밟히며 죽음을 당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
의 실수, 비겁함때문에 그는 그의 원수를, 아내를 미워하지 못했다. 아니
그러면서도 오히려 더욱 아내에게 매달렸다. 그에게는 아내만이 생의 의미
를 갖게 하는듯 하다. 그는 결국 진하의 목숨을 대신함으로써 그에게 죄갚
음을 하며, 죽으면서 자신은 꽤 행복한 죽음을 맞았다고 이야기한다. 아내
가 달려오고, 아이가 달려오므로... 그러나 아내도, 아이도 결코 그의 것
이 아니다...
나는 비천무를 중학생일때 읽었다. 나는 남궁준광이 자신이 행한 일보다 훨
씬 많은것을 진하와 설리에게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이 미웠다.
그들이 주인공이고, 그들도 참 불쌍한데 나는 왜 준광이 불쌍하게 느껴지
고 그들이 이기적으로 생각되어졌을까? 그래서 나는 다시는 비천무를 읽지
않았다. 주인공이 미운데, 어떻게 계속 읽을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다른 혜
린님의 작품은 수없이 읽으며 매번 색다른 감동에 젖었지만 비천무는 다시
는 읽지 않았다. 그곳에서 나는 주인공보다 불쌍한 많은 이들을 보았기 때
문이다. 준광과 더불어, 이제는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예진(?)인
지 하는 여인, 나는 그녀의 도움을 받고도 그녀의 불행에는 그토록 무감할
수 있는 진하라는 사내가 참 미웠다...
그런데 오늘 문득 준광을 떠올리며 참 오랜 세월이 지났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직도 준광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가 참 나의, 일반 사람들
의 모습을 닮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년이 흐른지금, 비천무를 다시 손에 든다면 나는 이번에도 남궁준광을 불
쌍하게 여길 수 있을까? 이제 더이상 중학생이 아닌 내가 주인공을 좀더 깊
은 연민으로 끌어안을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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