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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 달 하고도 23일 전에 올린 글인「▷◁서기 2014년 하반기 결산 - 늘어놓고 싶은 이야기들」의 ‘속편’입니다)
1. 몇 달 전부터, 하루에 한 번씩 식물성 기름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숟가락을 들고, 기름병의 마개를 연 뒤 기름을 숟가락에 따르고, 그러고 나서 그 숟가락을 그냥 입으로 가져가서 기름을 꿀꺽 삼킨단 말이지요. 참기름 한 숟갈, 들기름 한 숟갈, 올리브기름 한 숟갈을 먹습니다. 참기름은 몸이 늙는 걸 늦춰준다고 해서 먹고, 들기름은 성인병을 예방한다고 해서 먹고, 올리브기름은 간의 독을 없애주고 담석을 내보내며 변비를 물리친다고 해서(그리고 몸 안의 핏줄과 내장을 깨끗하게 청소한다고 해서) 먹죠. 기름으로 먹을거리를 튀기거나, 지지거나, 볶는 게 아니라 기름 그 자체를 불로 가공하지 않고 먹으면 안전할 거라고 판단해서 이런 식이요법을 실천하고 있어요. 부디 이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빌 뿐입니다(솔직히 말하라면, 아무리 몸에 좋은 식물성 기름이라도 많이 먹으면 느끼하고 구역질이 나요. 그래서 한 기름을 한 숟가락씩만 먹기로 한 겁니다).
2. ‘카툰 팝 만화학원’에서 스토리텔링 수업을 듣기 전까지는 그래도 이야기를 만드는 실력이 좋다고 자부했는데, 막상 그 수업을 듣고 이야기에 이것저것 신경써야 할 요소가 많다는 걸 알고 나니 그런 자부심이 싹 사라졌습니다. ‘과연 내가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는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고, 너무 부끄럽고, ‘나는 형편없는 이야기꾼이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래서 “무식하면(그러니까 모르면) 용감하다.”는 말이 나왔나 봅니다. 그래도 브라실(‘브라질’은 영어 발음이고 포르투갈어로는 ‘브라실’이 맞다네요) 시민들을 본받아서, ‘일단 저지르고 보는’/‘일단 실천하고, 행동하고 보는’/‘생각은 나중에 하는’ 태도로 밀고 나갈 생각입니다. 여러 번 깨지고 실패하고 지적받고 비판받다 보면 그걸 참고해서 더 나은 이야기꾼(작가)이 될 수 있겠죠.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을 달랩니다.
3. 올해 초부터 하루에 호두 살을 두세 조각씩 먹기 시작했습니다. 호두가 뇌세포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치매를 예방하고 머리가 좋아지는 데에는 그만한 먹을거리가 없다는 글을 읽은 뒤부터 그렇게 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제가 먹는 것은 설탕이나 소금에 절인 호두 살이 아니고, 튀기거나 볶은 호두 살도 아니고, 졸임으로 만든(따라서 달콤한 물엿을 씌운) 호두 살도 아닙니다. 그냥 호두 껍데기에서 꺼내 잘게 쪼개기만 한 호두 살이죠. 술을 멀리하고 호두 살을 꾸준히 먹는 이 일이 부디 제 두뇌에 좋은 작용을 하기를 빌 뿐입니다.
4. 이룬 것이 아무것도 없는 이 와중에도 책을 네 권 읽었습니다(뭐 300페이지밖에 안 되는 얇은 책들이었습니다만, 그 가운데에는 역사책도 있고 시집[詩集]도 있어요). 머릿속에 채워 넣는 것만 많고 아직 그것들을 정리해서 손끝으로(아니면 태블릿이나 펜으로) 드러내지는 못하고 있는데(그러니까 책을 읽고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시간을 때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언젠가는 제가 읽은 것들이 다 ‘거름’이 되고 ‘물’이 되고 ‘햇빛’이 되어서 언젠가는 만화라는 씨앗을 싹틔우고 기를 수 있겠죠? 그렇게 되어야 하는데 말이죠.
5. ‘만약 웹툰 작가가 되어 데뷔한다면, 어느 검색엔진(내지는 포털)에 가서 작품을 실어달라고 부탁해야 할까?’를 놓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싫어하거나, 독자(누리꾼)들의 수준이 낮거나, 독자들이 게시판에 욕이나 악담을 막 늘어놓는 포털이거나, 원고료를 낮게 주는 포털은 피해서 데뷔해야 할 텐데(그리고 포털에 모이는 독자들의 성향이나 수준도 고려해야 하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단 말이죠. 제 경우는 일단 역사물로 데뷔하기로 마음먹었으니, 그걸 바탕으로 포털을 찾아봐야 할 텐데 어떤 포털이 나을 지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습니다(“‘탑툰’에 가서 제 작품을 실어달라고 부탁할까?”라고 생각하는데 … 모르죠. 그 쪽에서 안 실어주면 레진코믹스로 갈 수도 있고요). “우물에 가서 숭늉 달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성급한 게 아니냐?”고 말씀하시겠지만,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어요. 이것도 제가 처한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에 그런 거죠(한숨).
6. 지난번에 제가 반한 한국 만화영화들을 소개할 때, <안녕? 자두야!>(1기/2기를 모두 포함함)를 빼먹었네요. 부끄럽습니다. 전 그 만화영화도 좋아하거든요. 노래(주제가/엔딩)도, 그림체도, 빛깔도, 캐릭터들의 움직임도, 내용도 다 좋아요. 물론 원작만화도요. 그 작품을 왜 소개하지 못하고 뺐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정신이 없어서 그랬겠죠. 부디 제 불찰을 용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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