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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2박 3일로 여행을 가신 것을 틈타서 자판을 두드립니다. 뭐 심각한 얘기를 쓰려고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요즘 제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간단히 추슬러서 글을 쓰는 것이니, 부담 품지 말고 읽으세요.
1. 얼마 전(아니 사실은 두세 달 전이죠) 인터넷에서 우연히 '내가 몇 살 까지 살 수 있는가?'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발견하고 호기심이 생겨 제 나이와 성별, 생활습관, 키, 몸무게를 적어 넣었습니다. (물론 프로그램이 원하는 대로 제 부모님의 생존 여부와 조부모祖父母님의 연세까지 다 적어넣었죠) 그 프로그램이 모든 정보를 다 받아먹은 뒤 제게 "당신은 90세(!)까지 살 수 있습니다."라는 대답을 해 주더군요. 제가 지금 서른 살이니까, 앞으로 60년이 남았다는 말이죠. 지금은 그 60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제 인생의 '계획표'를 짜고 있습니다.
2. 제가 두 달 전에 제 몸무게가 85kg이 되었다는 걸 말씀드렸죠? 그런데 5월에 다시 몸무게를 재어봤더니 89kg이 되었고, 5월 말에 다시 재봤더니 무려 91kg이 되었지 뭡니까. 흑흑흑. 제가 가장 살쪘을 때의 몸무게가 91kg(고등학교 3학년 때의 몸무게)이었는데, 12년 만에 그 몸무게로 되돌아 온 거예요. 그걸 안 순간, 슬프고 절망스러워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더군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화를 낸다고 몸무게가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올해에는 6kg을 뺀 뒤 근육을 키우고, 다음 해(서기 2009년)에는 8kg을 빼고, 다다음 해(서기 2010년)에는 마지막으로 남은 2kg을 빼자는 계획을 세웠죠. 원하는 몸무게(75kg)가 될 때까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아, 그런데 그 계획이 잘 하면 이루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왜냐고요? 오늘 목욕탕에서 목욕을 한 뒤 몸무게를 다시 한 번 재봤더니, 1kg이 빠진 90kg이었거든요. '야, 잘 하면 나도 살 빼겠네!'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죠. 하지만 자만하거나 마음을 놓지 않고, 계속 운동할 겁니다.(좋아하던 감자튀김도 끊었고, 청량음료는 절대 입에 대지 않고 있음)
3. 글 쓰는 일 때문에 기분이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학교(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시킨 일(석사과정 논문이자 졸업논문)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안 되고 있고, 원래 같으면 논문의 '초안'을 다 써서 5월 말에는 그걸 들고 교수님을 찾아뵈었어야 하는데, 제 게으름 때문에(그리고 이미 남들이 다 연구해 버린 소재를 가지고 어디에서 '새로운 학설'을 만들어야 할지 그걸 알지 못해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어느새 6월 초가 다 되어버렸네요.
이제 전 초안을 만들어서 가져가도 비난을 받을 테고, 안 가져가도 비난을 받는 처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졸업논문이 통과되어야 대학원을 졸업할 수 있고, 취직도 시도할 수 있는데 논문을 쓰는 문제부터 이렇게 꼬이면 어떡하란 건지. 그래도 시작한 일이니만큼 '끝'은 볼 생각입니다. 아마 이 글을 다 쓴 뒤에는 다시 논문에 매달려야겠지요. 지금은 미로에서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고 '나가는 길'을 찾으려고 합니다.
4. 논문을 쓰는 일이 이렇게 사람 피를 말리는 일인 반면, 누가 시키지 않은(그리고 저한테 '땡전 한 푼' 주지 않는) 글쓰기는 이상하게도 아주(!) 재미있다지요.
제가 '네이버'에 있는 만화영화를 사랑하는 카페에 회원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서 제 얕은 지식을 바탕으로 만화영화에 숨겨진 '뜻'이나 그 작품이 지향하는 바를 분석한 글을 몇 편 썼어요. 그랬더니 '글을 아주 잘 쓴다.'거나 '보통 사람이 아니다. 당신 정말 대단하다.'라는 칭찬이 올라오더군요. 별로 잘 쓴 글도 아니고, 그냥 느낀 것을 그대로 썼을 뿐인데도 그런 반응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아, 내가 글 하나는 정말 잘 쓰는구나.'라는 착각(!)을 했죠.
또 네이버에 있는 제 블로그에 제가 좋아하는 만화영화(사정이 있어서, 작품의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를 바탕으로 쓴 팬픽(만화를 좋아하지 않는 우리 부모님의 눈을 피해 몰래 몰래 썼음)을 올리니까, 그 만화의 팬이 "행복한 소설이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글을 담아가도 될까요?"라고 말하고 진짜로 퍼가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야, 진짜 부업副業으로 시나리오 작가가 되어서 만화나 만화영화나 게임의 '이야기'를 만들어 봐?'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만약 제가 시나리오 작가가 된다면, 여러분에게도 제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그래도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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