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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 ‘카페인 중독자’인 게 확실합니다. 술을 안 마시고도 살 수 있고 담배는 아예 안 피움에도 불구하고, 차(茶), - 녹차, 홍차, 보이차, 우롱차 - 와 커피(전 무조건 블랙커피만 마십니다. 설탕과 프림이 들어간 커피는 싫어요)는 하루에 8~9잔씩 마시거든요. 하지만 술처럼 취하지 않고, 담배처럼 폐암에 걸리지는 않으니, 나쁜 중독은 아닌 게 확실하죠.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료들은 머리를 맑게 해 주고 위장을 ‘청소’해 주며 몸에 있는 기름기를 없애주니 굳이 이것을 중독이라고 부르라면 ‘좋은 중독’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뭐 그냥 그렇다는 말입니다.
2. 얼마 전에 목욕탕에서 몸무게를 재 봤더니 무려 96kg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에는 몸무게가 93kg이었는데, 이제는 3kg이 더 늘어난 거죠. 순간, 너무 절망해서 (그리고 화가 치밀어올라서) 스스로를 ‘돼지’라고 부르면서 집으로 돌아왔고, 저녁밥을 먹고 있던 식구들 앞에서 자제력을 잃은 채 “96킬로그램이야, 96 킬로그램이라고! 내 몸무게가 이제는 96 킬로그램이야! 이게 사람이야? 돼지지!”라고 소리질렀습니다(지금은 그랬던 걸 후회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담담한 목소리로 “내가 예전에 너한테 사다 준 다이어트하는 방법을 적은 책 기억하지? 나중에 그거 한번 읽어 봐라.”라고 말씀하신 뒤 입을 다무셨지만, 어머니는 달랐어요. ‘혼자 사는 집도 아니고 여럿이서 함께 사는 단체 생활인데, 어린애도 아닌데, 살이 찐 건 다 네 잘못인데’ ‘어딜 감히 큰 소리를 지르느냐? 너 때문에 온 가족이 기분을 망쳐야겠어?’ 라면서 저를 비난하더군요.
그러면서 10년 전, 5년 전에 잘못한 것까지 막 들춰내고, 이 문제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효도와 불효’의 문제까지 들먹이고, 제가 마음속에(그리고 몸속에) ‘못된 독기’를 잔뜩 품고 있기 때문에 이 모양 이 꼴이라는 말을 하고, 종교/사상 문제까지 들먹이면서 저를 벼랑 끝까지 몰아가는 것이었습니다.
더 듣고 있다간 폭발해버릴 것 같아서 부엌으로 달아났죠. 그 뒤 식탁에 앉아 (불을 끈 채로) 차를 마시면서 제가 한 행동과 어머니의 반응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떤 항변을 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 진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죠. 그래서 화를 참고 ‘사죄’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이제 절대로(!) 어떤 문제가 생겨도 가족에게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진심도 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대학원 졸업한 뒤 취직하면 방 얻어서 나갈 거야.’라는, 예전부터 하던 생각도 덧붙이면서요.
다시 어머니한테 갔더니 어머니는 ‘솔직담백하게’ 화를 풀어서 속이 다 시원한지(네, 저는 영락없는 ‘화풀이 감’이었습니다) 아주 여유로운 표정으로 앉아 있더군요. 전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식구들 앞에서 화를 안 낼게요.”라고 말하고 반응을 살폈죠. 어머니는 화가 다 풀렸는지 더 이상은 따져 묻거나 비난하지 않더군요. 일이 그렇게 된 겁니다.
올해의 목표를 ‘살을 빼자’로 정했는데, 운동도 꾸준히 했고 먹는 것도 조심했는데, 왜 살이 빠지긴 커녕 더 찌기만 하는지. 정말 절망스럽습니다. 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아주 ‘담담’하고 살을 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내다 버렸죠. 나중에 몸무게를 잴 때는 체중계가 100kg을 가리키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3. 연애하지 않고,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기로 했습니다. (며칠 전「▩잡문(雜文)」에서 소개한 아가씨 이야기는 뭐냐고 물으시겠죠. 그게 … 종교적인 이유로 제가 그녀를 사랑할 수 없게 됐습니다. 말씀드리자면 꽤 복잡한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렇단 말이죠)
3년 전 첫사랑이 실패로 끝난 뒤(그리고 그 이후에 만난 여자들이 저를 ‘인간 남자’로 보지 않고 거부하는 일을 겪으면서) 아무도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마음을 굳히게 되었고, 어머니를 하녀 부리듯 부리면서 “밥 달라”고 투정하는 (그리고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집이 떠나가라 큰 소리를 지르는) 아버지와 “네가 돈이 없어봐라. 아무도 시집 안 오려고 해. 알아들어?”라고 말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제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버릴 수밖에 없더군요.
그리고 ‘연애와 결혼의 조건’으로 나이, 생김새, 종교, 본적(본관. 그러니까 부모의 출생 지역), 집안의 재산, 인종, 국적을 내세우며 “내가 제시한 조건에서 벗어나는 X은 어림도 없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어머니를 보니, 나중에는 어머니가 제가 어떤 여자를 사귀건 상관없이 온갖 트집을 잡아 그 여자와 헤어질 것을 강요하고 대신 자기 조건을 만족시키는(하지만 제가 전혀 사랑하지 않는!) 여자를 데려와 그 여자와 짝지우려고 할 게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잘못’이라는 건 알지만) 이렇게 완고한 부모가 살아있는 한, 저는 결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없고,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할 수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답니다.
게다가 이제 제 나이는 서른(30대)이고 뚱뚱하며, 못생겼고, 직장도, 모아둔 돈도 없고 집도 없으니, 이런 남자를 사랑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세상은 ‘88만원 세대’들이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세상인데(저도 30대가 되었으니, 88만원 세대에 들어가지요), 저 같은 사람이 돈을 모으면 얼마나 모으겠으며 집은 어떻게 장만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오랫동안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그래, 차라리 혼자 살자.’라고 결심한 거예요. 오랫동안 이 문제로 고민하다가 이제야 결단을 내리니, 속은 시원하네요(한숨). 이젠 남은 60년을 어떻게 ‘알차게’ 보낼 것인가, 그리고 완고한 어른들(부모, 친척 포함)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만 생각하렵니다. 뭐 그렇단 얘기죠.
.....가을이 다가오려고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제는 바람이 시원합니다. 여러분이 사는 곳은 어떠신가요? 그곳에서 시원한 바람이 부나요? 부디 그렇기를 빌게요. 다음에는 보다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것을 약속하오며 이만 줄입니다. 안녕히 계세요
- 희망을 포기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운.....돌베개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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