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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雜文) : 말 그대로, '잡스러운 글'이라는 뜻임.
너무 오랫동안 입을 다물고 지낸 것 같아서, 오늘은 오랜만에 글 한편 올립니다.
1. 요즘 - 아니 사실은 3년 전부터 - 현대 아랍 시에 취해서 지내고 있습니다.
"내 길들은 내가 걷기 시작했을 때 길이 되어 돌아왔다(바드르 샤키르 알 사이얍/이라크 시인)."는 시 구절이나,
" '새벽은 - 죽은 이들의 부적들에도 불구하고 - 가깝다.'(압둘 와합 알 바야티/이라크 시인)"는 구절,
"시대가 나에게 솔직하게 말한다./'넌 내 것이 아니야.'/나는 솔직히 대답한다./'난 네 것이 아니야. 난 너를 이해하려 애쓰고 있어."(아도니스/본명 '알리 아흐마드 사이드'/시리아 시인)라는 구절,
"침묵은 도끼가 될 수도 있고/혹은 별들의 액자가/혹은 그 한 그루 나무의 산고를 위한 터전이 되기도 합니다."(마흐무드 다르위시/팔레스타인 시인)는 구절을 읽다 보면, 마치 진하고 독하고 쓰지만, 향기롭고 머릿속과 뱃속의 기름기를 싹 씻어내 주는 블랙커피를 마시는 기분이 들어요.
이 시들은『걸프만의 이방인』(임병필 옮김, 화남 펴냄)이라는 시집과『팔레스타인에서 온 연인』(송경숙 옮김, '도서출판 아시아' 펴냄)에 실려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시집을 직접 구해서 읽어보세요. 특히『팔레스타인에서 온 연인』을 읽어보실 것을 권장합니다.
(제가 소개한 시인들의 시를 읽고 싶으신 분은 제 글에 소개한 제 블로그 주소로 들어와서 '시와 산문'을 눌러보세요)
2. 며칠 전, 만화책을 질렀습니다. 미국 만화인『배트맨 - 허쉬』(이하『배트맨』. 전 2권)와 한국 만화인 『삼봉 이발소』(전 3권인데, 불행하게도 우리 동네 서점에 1권과 2권밖에 없더군요)를 샀어요. 제가 프랑스 만화와 미국 만화의 사실적인(!) 그림체와 세세한 묘사, 굵고 거친 선, 그리고 화려한 색깔을 좋아하는지라,『배트맨』을 산 것을 후회하지 않았죠. 다행히 내용도 재미있어서 사길 잘 했다고 생각한답니다. 게다가 만화의 분위기도 어둡고 칙칙해서(!) 마음에 들더군요. 주위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었습니다.『삼봉 이발소』는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그 책이 꼭 저한테 말을 거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습니다('재미있는 만화'는 아니었죠). 하지만 두 책 모두 제가 직접 고른 것이고, 만화를 읽다 보면 제 생각도 조금씩 바뀔 테니, 내용에 상관없이 두 만화는 고이 모셔둘 생각입니다.
(아, 홍승우 화백의 만화인『비빔툰』7권도 오래 전에 샀습니다. 그건 정말 재미있고 감동적이더라고요. 아기였던 주인공이 자라서 초등학생이 되다니, 세월이 정말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다행히도, 논문의 '물꼬'를 틀 수 있었습니다. 요 두 달 동안 논문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끙끙거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실마리가 잡히면서 글을 쓸 방향과 글의 기본구조가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논문을 다 쓰겠다고 다짐했죠. 지금으로서는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바랄 뿐입니다.
4. 요즘은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 그게 만화건 소설이건 아니면 시나리오건 간에 - 내놓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이런 제 꿈은 과연 '허황된 과대망상'일까요, 아니면 '이룰 수 있는 꿈'일까요? 여러분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제 '실력'을 알고 싶으시다면, '감상 게시판'에 있는 제『불의 검』'팬픽'인「▩불의 검 - 그 다음세대 : 1. 숲속의 바람」을 읽어보세요).
5. 8월 14일에 영화관에서 <다크 나이트>를 보고 왔습니다. 배트맨보다 악역인 조커가 더 끌리더군요. 그의 소름끼치는 웃음소리에, 인간의 본성 속에 들어있는 사악한 마음을 끄집어내는 말과 행동(범죄)까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잘 만든 영웅물(이자 범죄물)이었습니다. 꼭 보세요. 회원 여러분에게도 권장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6. 이제는 '인생 상담' 좀 해야겠네요. (한숨)
제가 롯데월드 민속박물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건 말씀드렸죠? 그런데 얼마 전에 그곳에서 일하는 제 또래의 여자분이 제게 자주 말을 걸더군요. 저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가 3년 전까지 만화(라고 쓰고 '낙서'라고 읽음)를 그린 적이 있다는 걸 알고는 저한테 그걸 보여 달라고 해서, 집 한구석에 고이 '모셔둔' 스크랩북('낙서'들을 모아둔 스크랩북)을 가져다가 보여 주었더니 "정말 잘 그리네요!"라고 말하면서 저한테 "만화가를 해도 되겠다."고 칭찬해 주었고, 제 형편없는 그림 솜씨로 둘리랑 도우너, 그리고 몽골로이드 남성인 사람의 얼굴과 삽을 든 여성을 그려서 주었더니(물론 그쪽이 먼저 그려달라고 부탁해서 그렇게 한 것임) 그 그림을 가져도 되느냐고 물었죠(물론 저는 그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지 않더군요. 지난 주에는 제가 '부업'으로 시나리오 작가를 꿈꾼다고 하니까, 어떤 글을 쓰느냐고 물어봐서 "팬픽(팬 픽션)을 쓴 적이 있다."고 대답했죠. 그러니까 그걸 보고 싶다고, 하지 뭡니까. 그래서 제가 지난해에 쓴 디즈니 채널에서 하는 만화영화인 <아메리칸 드래곤 : 제이크 롱>의 팬픽을 한데 모아다가 프린터로 인쇄한 뒤 그녀에게 갖다주었어요. 제 글 쓰는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받고 싶어서 그녀에게 "만약 다 읽은 뒤에는 어떤지 느낌을 말해 주세요."라고 했고, 그녀는 그러겠다고 했죠.
오늘, 그러니까 글을 건네준 지 1 주일만에 그녀와 다시 마주쳤는데, 그녀에게 제 글이 어땠냐고 물어보니까 "(시나리오) 작가를 하세요! 글을 정말, 아주 잘 쓰셨어요! 재미있어요!"라고 하더군요. (순간,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답니다) 그녀는 제게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이 다 실존하는 인물들 같고, 인물의 생김새라던가 주변 환경을 아주 잘 묘사했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과분한 평가를 받아서 황홀했죠.
그런데 거기서 끝내기에는 왠지 아쉬운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르바이트가 끝난 뒤 그녀가 일하는 곳에 가서 "뭐 도와드릴 거 없어요?"라고 말하면서 말을 걸었죠. 그녀는 제게 "네. 그래 주실 수 있어요?"라고 말했고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녀의 일(박물관에 온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기 위해 탁자와 기타 무거운 것들을 갖다 두었는데, 그걸 제자리에 돌려놓는 일)을 도와주니까, 그녀가 제게 "이 은혜를 어떻게 갚죠?"라고 말했고, 전 무심결에 "신세를 갚고 싶으시다면 나중에 제게 밥 한 끼 사주세요."라고 웃으면서 대답했답니다. 그러니까 그녀가 웃으면서 "좋아요. 그럴게요. 고맙습니다."라고 했어요.
오늘은 그렇게 말하고 헤어졌는데, 지금도 그녀의 말이 제 머릿속을 맴돌아서 좀 싱숭생숭 합니다. 그녀가 정말로 저와 함께 식사를 할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밥 먹으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어떤 식당에 갈 것인지, 그리고 정식으로 데이트 신청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결정하지 못해서 머릿속이 좀 어지러워요. 그녀가 저한테 호감을 품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고요.
만약 이 글을 읽으셨다면, '벽창호'를 구해 주는 셈 치고 저한테 충고나 조언 좀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 시원한 밤공기를 즐기며 자판을 두드리는 돌베개 드림
*추신 :『광야』3권은 도대체 언제 나오는 겁니까? 기다리다가 목 빠지겠어요.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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