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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쉰 휴일날 밤에는 왠지 잠이오지 않습니다..
(왠지 라니.. 단지 낮잠을 많이 잤기 때문인것을 -.-;;)
아주 오랜만에 대학시절 읽고 또 읽었던
옛 시집들을 꺼내 읽었습니다..
그 속에는
잊어서는 안 될 기억들,
외면해서는 안 되는 아픔들,
본질과,
해방에의 추구
그리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우리 서로서로...
그 詩들 중,
예전에 특히 좋아했던 한 편을 소개하고 싶어졌습니다.
바닥에서도 아름답게 - 곽재구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날은 올 수 있을까
미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채
그리워진 서로의 마음 위에
물먹은 풀꽃 한 송이
방싯 꽂아줄 수 있을까
칡꽃이 지는 섬진강 어디거나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한강변 어디거나
흩어져 사는 사람들의 모래알이 아름다워
뜨거워진 마음으로 이 땅 위에
사랑의 입술을 찍을 날들을
햇살을 햇살이라고 말하며
희망을 희망이라고 속삭이며
마음의 정겨움도 무시로 나누어
다시 사랑의 언어로 서로의 가슴에 뜬
무지개 꽃무지를 볼 수 있을까
미쟁이 토수 배관공 약장수
간호원 선생님 회사원 박사 안내양
술꾼 의사 토끼 나팔꽃 지명수배자의 아내
창녀 포졸 대통령이 함께 뽀뽀를 하며
서로 삿대질을 하며
야 임마 너 너무 아름다워
너 너무 사랑스러워 박치기를 하며
한 송이의 꽃으로 무지개로 종소리로
우리 눈 뜨고 보는 하늘에 피어날 수 있을까
저는 사실 요즘
사실은, 거의 믿지 않고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사람이 진정으로 사람답게,
서로 사랑하며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걸 말이죠.
린님의 작품에는 늘,
완전한 악역이란 거의 존재치 않고(굳이 이야기하자면 잉게마르 버그만, 그리고 사사무.. 정도?)
모든 생명들은
이른봄 풀꽃들처럼 씩씩하고 장한 존재들이지요..
그들이 서로 미워하는 것은
단지 세상의 아픔과 부조리 때문이며
무엇보다도 사랑의 마음을 갖고있기 때문.. 이라고..
그런데 저는 이제 믿어지지 않는 거였습니다..
린님의 작품 속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 인물들은
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이지 않고,,,
이상을 꿈꾸던 시간을 막 지나쳐온 나에게 이제
현실의 인간들은, 나를 포함하여
그다지 사악하지도, 그다지 선하지도 않은
그다지 열정도 고집도 없는,
조그만 이익에 움직이는 존재에 불과하다.
따라서 변화는 더욱 힘들다..
그래서 오늘 이 시를 다시 만난 순간
왠지 너무나도 많이, 길게 지나쳐온 시간들을 절감하면서
나의 닳고닳은 정신을 예전으로 되돌릴 것인가,
아니면
지나온 시간만큼의 익숙해짐으로
익숙해진 만큼의 교활함과
그리고 '포기'... 들을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였습니다.
아직 판단은 서지 않지만,
그 아름다운
가슴 떨리는 아름다움을
그래도 역시 품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인간으로 살기 위해..^^
한새벽의 넋두리가 길어졌군요..
읽어주신 열분들께 감사하는 의미에서
시한편 더^^
아라크 2권 엔딩부분의
"우주가 지구라면
모래알보다도 작은 것이 인간
모래알에 어떤 생채기가 있는지
신이라고 어찌 알 수 있으랴......"
이 부분을 비롯해서
린님의 정서와 일정부분 통하는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숲으로 간다 -- 백무산
높은 산에 올라 구름 아래 마을을 보면
사람과 마을들이 저리 하찮다
그러나 산을 처음 올라본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결론에 고개 끄덕이지 않는다
저것이 저리 하찮은 게 아니라
천지가 저리도 크다
우리가 살다 가는 곳이 티끌보다 작고 짧으나
그것도 한 세상 천지의 조각도 천지
마음의 넓은 자리에 올라서 보면
삶이나 역사나 인간의 능력이 저리 하찮다
그러나 처음 내려다본 사람이 아니라면
영원의 조각도 영원이라는 것을 알리라
다만 티끌만큼 작은 세상에 사는 내가
산 위에 사는 나에게 나날이 들키며 산다
그 일도 지겨워
나는 숲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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