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까지 제 글을 꾸준히 읽으신 분이라면)눈치를 채셨겠지만, 6년 전부터 채식을 포기하고 다시 고기와 생선을 먹기 시작했습니다(지금 - 올해 - 은 생선은 안 먹음). 옛 애인(이자 첫사랑)과 함께 시작했던 채식인데, 8년 전 그와 헤어진 뒤(사실은 일방적으로 차였음) 집안 식구들에게 채식을 한다는 이유로 공격당하기 시작했고 결국 2년 동안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다시 육식을 하기 시작했죠. 그 땐 너무나 억울하고, ‘내가 왜 이걸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났는데, 지금은 … 네,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에 너무 집착하는 사람으로 바뀌어서 버려서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6년 전, 식구들은 제가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하자 아주 좋아하면서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고 골고루 먹고 그럴 거지?”라고 말하고, 제가 채식을 해서 뼈가 망가지고 칼슘이 빠졌다고 주장하더군요. 제가 살을 빼려고 채식을 했다고 주장하며(사실 그랬던 - 채식했던 - 까닭은 개를 키우며 개고기 먹는 것을 비난했던 옛 애인의 마음을 사려고 했던 건데 말이죠. ‘모든 고기와 생선을 골고루 안 먹으면 못해도 개고기와 관련된 시비는 피할 수 있겠지.’라고 판단했거든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덧붙이자면 그때나 지금이나 전 개고기는 안 먹습니다) “너무 무리해서 네 몸이 이 지경이 된 거다.”라고 말해 제 속을 박박 긁었습니다.
이제는 반대로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과 유제품을 좋아하고 푸성귀나 과일이나 곡식은 안 좋아하니, 이대로 가다가는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나 각종 병에 시달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버릇을 고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2. 몸무게가 5kg 빠졌습니다. 몇 달 전까지는 몸무게가 90kg이어서 영 기분이 안 좋았는데, 지난주에 목욕탕에서 다시 재니 몸무게가 85kg으로 줄어들었더군요. 너무 기뻐서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 5kg은 더 빼려고 합니다. 물론 근육도 키우고요. 식이요법과 운동이 효과를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제가 꾸준히 마시는 블랙커피(공정무역으로 만든 유기농 커피)와 홍차(설탕과 우유를 타지 않고 그냥 뜨거운 물에 우리기만 함)와 녹차와 마테차(지방을 녹여서 밖으로 내보내는 효과가 있음)에 “천 번의 감사를(알프 슈끄란!)!”
3. 11일 전(올해 11월 21일)부터 제 블로그(다음넷에 블로그가 있음)에 소설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치료하시는(그러니까 저랑 상담하고 춤을 추면서 제 정신을 치료하는 일을 맡으신) 강사님께 제가 “언젠가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그렇다면 지금 당장 (그 일을) 시작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셔서 1주일에 한 편씩 (소설을) 올리기 시작했죠. 물론 그것을 인쇄해서 1주일에 한 번씩 갖다 드리고요.
소설 이름은「인간화 과정(人間化 過程)」이고 남자 주인공이 나오며 1인칭 시점(주인공과 화자가 같음)을 유지합니다. 이게 단행본으로 묶여서 출판사에서 출판되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아직 2회까지밖에 못 올려서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어떤 소설인지 궁금하시다면, 이 글에 “보고 싶다.”는 댓글을 달아주세요. 그러면 블로그 주소를 따로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팬 소설’ - 그러니까 ‘팬 픽션’ - 은 예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이 소설처럼 ‘순수한 창작물’은 처음 시도하는 거라서 더 떨리네요)
4. 홀몸(‘혼자인 몸’이라는 뜻인 순우리말. ‘솔로’는 왠지 마음에 안 드는 말이라서 … 그렇다고 ‘독신’이라는 말을 쓰자니 저한테 그 말이 안 맞는 것 같고요)으로 지낸지 8년이다 보니, 이제는 ‘다시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도 품지 못하겠습니다. 최근에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되찾았지만, 저만 바뀌었을 뿐 주위 환경이나 저를 상대하는(또는 상대할) 사람들이 바뀐 건 아니니 절망스럽기는 마찬가지죠.
저는 ‘남자로서 매력을 풍기는 얼굴’이 아니고(그러니까 못생겼고), 나이가 많고, 뚱뚱하고(‘가벼운 비만’임),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실업자인데 이런 남자를 어떤 여성이 사랑해줄 지 모르겠네요. 이대로 세월만 보내는 건 아닌지. 신문기사를 보니까 혼자 살다가 죽은 지 몇 달, 또는 5년(!)만에 발견되어 장례도 제대로 못 치르고 시신이 썩어버린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던데 저도 그렇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죽었을 때 곧장 장례식을 치를 수 있게 나랑 같은 집에서 살다가 내 죽음을 확인해 줄 사람을 구하는 광고라도 올려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처량하기 그지없어요.
원래 이런 사실을 털어놓을 때는 화가 나고 눈물이 나오고 울고 싶어야 할 텐데, 이상하게도 글을 쓰는 동안 담담하기 그지없으니, 아마 여러 번 절망해서(그리고 너무 절망해서) 이제는 더 이상 화낼 힘도 없는 모양입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그걸 모르겠어요. 요즘은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습니다.
5. 4년 전부터 들기 시작한 생각입니다만, 이 땅을 떠나 먼 나라로 이민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처음에는 코스타리카로 갈까 생각했습니다만, 그곳에서 한국인 남성이 추한 짓을 저질렀다는 말을 듣고 마음을 바꿔 이제는 벨리즈로 가려고 합니다.
그곳에 가서 아지즈 네신 선생님이나 라픽 샤미 선생님처럼 뛰어난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 문제는 벨리즈는 커녕 한국 땅도 못 벗어나고 있는 제 ‘현실’이지요. 그곳에 살면서 그 나라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그 나라 여성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게 마음대로 안 되어서 우울합니다.
어떨 때는 ‘이성애자로서, 남성으로서, 황인종으로서, 한국인으로서 다른 나라의 여성을 사랑하고 그 여성과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나쁜 꿈”이고 “나쁜 짓”일까? 그 여성의 나라로 건너가서 그 여성과 함께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것”일까? 나는 어쩌면 이런 꿈 자체를 꾸지 말아야 하는 건 아닐까? 애초에 나는 자격이 없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제 몸과 마음이 허술한 돌탑처럼 와르르 무너지는 걸 느끼지요.
'내게 기회만 주어지면 정말 잘 할 수 있는데, 나는 내 동족(한국인 남성들)과는 달리 무책임한 짓은 하지 않을 텐데, 나는 오만하게 굴지 않고 어떤 나쁜 짓도 하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슬픔을 곱씹습니다만 그래도 이 현실은 바뀌지 않으니 절망스러울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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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제 근황인데요, 부디 다음 해에는 즐거운 소식만 전할 수 있기를 - 그리고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기를 - 빌며 글을 매듭짓겠습니다. 여러분, 딱 한 달 밖에 안 남은 올해를 탈 없이 보내세요.
- 밤마다 ‘술기운을 빌어 잠을 청하게 되면, 끝장이다.’(『불의 검』에 나오는 가라한 아사의 생각)라고 생각하며, 이 땅을 넘보는 - 그리고 나와 내 동족의 분노를 부추기는 - 힘센 나라들에게는 ‘그래, 마음껏 싸움을 걸어 오너라. 내 피를 더 끓게 하라! 내 목을 더 타게 해! 너희 교만하고 천박한 심장에 아무르의 검날을 꽂아 주마!’(가라한 아사의 생각)라고 되뇌고, ‘누가 나의 두려움을 알랴? 누가 나의 이 속절없는 허망함을 알랴? 나는 … 참 원하는 것들은 어느 하나 갖지 못한 채, 추하고 서글픈 다툼질 속에서 죽이고 또 죽이다 … 마침내 그리 홀로 썩어갈 지도 모른다 ….(가라한 아사의 생각)’라고 생각하는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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