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만이라는 인사는(너무 염치없으므로) 접어두고. ^^;;;;;;
제 홈에 올린 글이라 말끝이 짧은 것을(더불어 중간에 들어있는 욕설도(__) )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냥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이해해주시면 감사~ ^^
----------------------------
화려한 휴가를 보려고 예매까지 했었지만, 취소하고 결국 보러 가지 않았다.
이유는.....?
영화관까지 나가야 한다는 귀차니즘도 충분히 작용했지만 ㅋㅋ
영화를 보면서 가슴아파서 눈물흘리게 될 상황을 겪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5.18은 그렇지 않았다고! 를 속으로 외치게 될 것이 뻔한 안타까움을 느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나는 광주의 딸이다.
라고 이야기 하면 내가 뭐 대단한 민주투사라도 되는 양 들리겠지만,
설사 드러나게 무슨 짓을 하지 않더라도
내가 자란 광주란 토양이 나를 저절로 "삐딱이" 혹은 "주변인" 혹은 "비주류" "좌파" 등으로 자라게 만들더라는 이야기이다.(물론 아닌 사람도 있을테지만 ^^)
5.18을 나는 9살때 겪었다.
어린아이 주제에 겪었다고 하면 웃기지만, 나로 나름대로 5.18을 겪었다고 생각한다.
당시의 우리집은 도청에서 걸어서 2분거리인 도청 바로 뒷편 조선대 정문앞사거리에 있었다. 지금도 광주에 내려가면 어디인지 찾을 수 있을만큼 변한 것이 거의 없는 그 거리.
어린 내가 기억하는 5.18은 마치 무성영화의 화면 같다.
두터운 겨울 솜이불을 뒤집어 쓰고 불도 켜지 못한 채 한 가족이 집안에 웅크리고 있고, 창문 밖에서는 총알이 날아가며 만드는 섬광들이 번쩍번쩍 지나갔다.(그 총소리의 충격때문에 소리는 사라지고 화면만 남은 기억이 된 것 같기도 하다 )
군인들에게 쫓긴 시위대의 청년 한명이 담을 넘어 들어왔고 우리 부모님은 그를 숨겨주었는데, 무언가 대화가 오고갔겠지만 기억은 나지 않는다.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져 우리는 고모네로 피난(?)을 갔는데, 피난을 가면서 본 도로에는 돌덩어리만 굴러다니고, 아마도 최루탄 가루일 흰먼지들이 깔려있었다. 사람도 차도 아무것도 없는 을씨년스런 풍경.
경전철 건널목을 군인들이 지키고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초등학교2학년이었고, 2학년 답게 군인을 보고 맨 처음 떠올린 생각이
"와아~ 책에 나오는 국군 아저씨다!!" 였다. ^^
그런데 잠시 후..
"휴전선에 있어야 할 군인이 왜 여기에 있나?" 하는 의문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그건 내 생각이 아니라 주변의 어른들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휴전선을 지켜야 할 군인이 왜 무고한 시민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가?!
그 군인이 들고 있던 총을 내게 겨누었는지 아닌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꽤 오래 넋놓고 구경(?) 하다가 엄마 손에 이끌려 황급히 도망갔던 건 기억이 난다...
당시 광주시민들은 군인들이 틀림없이 모두들 무슨 약에 취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두환이 그 새끼가 전부다 약을 먹여서 내려보낸 거라고. 제정신이라면 이런 일을 할 수 없는 거라고.
그때 광주시민들이 대항했던 건, 군인들이 아니라 전두환이 그새끼였다.
전두환이그새끼.
5.18 이후로 죽,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는 동안 최소한 내주변에서는 전두환대통령각하가 아니라, "전두환이그새끼"가 그의 공식적인 호칭이었다......
흠...
광주사람들은 광주사람들대로 아파서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의 사람들은 몰라서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그런 것을, 영화로 만들다니... 제대로 만들어졌을까... 의구심을 갖는다.
영화란 상업적인 것이라... 흥행이라는 목적에 충실한 것이므로 다분히 극적으로 재구성될 수 밖에 없는 매체라고 십분 인정을 하더라도...
화려한 휴가는 왠지 보고 싶지가 않다.
예고편 끄트머리쯤의 여주인공의 가두방송이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
실제로 들었던, 내가 기억하는 가두방송의 그 여자는 영화 속의 그여자처럼 울부짖지 않았었다!
80년 광주, 그 가두방송의 여성의 목소리는 결연했고, 떨리지도 부르짖지도 않는 의연한 목소리로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했었다.
영화 속의 그녀는 왜, 겁에 질린듯, 두려움에 떠는 듯이 울부짖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게 싫다. 내 기억속의 목소리가 영화속의 목소리로 왜곡되어 기억되게 될까봐 두렵다. 그래서 영화를 볼 수가 없다.
5.18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영화에 비친 그대로가 실제의 5.18이라고 기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게 두렵다.
가장 무서운 것이 망각이라지만, 망각보다 더 두려운 것은 왜곡된 채로 기억되는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