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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전, 게시판에「▩넉 달 만이네요.」라는 글에서 올리브 기름을 하루에 한 잔씩 마시고 있다는 걸 말씀드렸었죠? 그런데 이제 그 습관을 바꾸기로 했어요. 새로운 식도락(食道樂)을 즐기기로 한 거죠. 어제 빵을 사서 올리브 기름에 찍어먹어봤는데, - 기름을 한꺼번에 삼킬 때 느끼는 느끼함과는 달리 - 아주 맛있었거든요! 그래서 이제부터는 기름을 마시지 않고, 대신 기름에 빵을 찍어먹기로 한 거예요(실제로, 올리브 기름이 많이 나는 나라에서는 빵에 올리브 기름을 발라먹기도 한다네요). 여러분도 한번 시도해 보세요(물론 기름의 양은 간장 종지에 담길 정도로만 하시면 됩니다).
*추신인 척 하는....또다른 본문(本文) :
오늘, 전해 줄 물건(채식뷔페에서 산 ‘콩고기’로 만든 고추장 볶음 통조림 한 개랑, 통밀/잡곡으로 만들고 방부제나 설탕을 안 넣은 식빵 한 봉지)이 있어서 ‘팔레스타인 평화 연대’(이하 ‘평화연대’)의 사무실에 갔는데, 가는 도중에 갑자기 딸기를 사 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근처의 가게에서 딸기를 한 팩 샀습니다. 그 다음 사무실까지 올라와 보니 마침 제 지인(知人. 아는 사람)이 낯선 분들(그 중 한 명은 안경 낀 백인 남자였고, 한 명은 나이가 들어보이는 한국 여자였어요. 나중에 지인에게 물어서 안 거지만 그들은 독일인 남자와 한국인 여자였고 어떤 인권단체의 회원이었다네요. 남자 쪽이 우리말을 잘 하더라고요)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잘 됐네. 이 딸기를 물에 씻어서 접시에 담아오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지인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사무실의 부엌으로 갔죠.
그런데 부엌으로 가려고 중간에 있는 또 다른 방에 들어간 순간, ‘그녀’(제가 좋아하는 여인을 아시죠? 바로 그 여인 말이예요)가 컴퓨터 앞에 앉아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너무 기뻐서 말이 안 나왔어요. 기쁨을 감추고 그녀에게 간단히 인사한 뒤 부엌으로 갔죠.
부엌에서 딸기를 물에 씻은 뒤 반은 납작한 접시에, 나머지 절반은 대접처럼 생긴 그릇에 담고 꼭지를 뗐어요. 그런 다음 그녀에게 접시에 담긴 걸 먹으라며 내밀었고 대접에 담긴 딸기는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사람들에게 주었죠. (반半 농담으로 “딸기를 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 왔는데, 정말로 이렇게 필요할 줄은 몰랐네요. 우린 텔레파시가 통하나 봐요.”라고 말했답니다)
그녀가 맛있게 먹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아서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되었어요(그렇다고 해서 사람이 음식을 먹는데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는 건 아닙니다. 단지 제가 사무실의 부엌에서 설거지를 마치고 나서 나와보니 접시에 담겨있던 딸기의 양이 줄어들어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딸기를 먹었다는 걸 안 거죠). 제가 그녀와 가까워진 기분이었답니다.
그 뒤 저는 제가 필요한 자료를 찾아서 연습장에 (자료의 글귀를) 베껴 적었고, 그녀는 컴퓨터로 문서를 만들면서 그 문서를 ‘열심히, 부지런히’ 인쇄했죠.
그러다 보니 지인과 낯선 사람들의 ‘면담’이 끝나서, 그 낯선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한 뒤 지인에게 제가 오늘 사무실을 찾아온 까닭을 간단히 설명하고, 음식들(콩고기 통조림과 잡곡 식빵)을 건네주었어요(그러니까 웃으면서 “고맙다”고 하더군요. 사실 전 그분이 제 선물을 받아주시는 게 고마운데 말이죠). 그런 다음 - 제가 ‘제가 사온 딸기가 맛있었습니까’라고 묻자 - “아주 맛있었다. 고맙다.”고 했어요. 전 제가 도울 수 있어서 오히려 제가 고맙다고 대답하고 입을 다물었죠.
더 이상 있으면 분위기만 어색해질 것 같기에 “다음에 모일 때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라고 말하고 나가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문득, 그녀의 생일을 묻지 않았다는 게 생각나서 그녀에게 넌저시 “그런데 저보다 일찍 태어났다고 하셨잖아요. 아닌가요?”라고 물어봤죠. 그러니까 그녀가 “에? 아닌데....”라고 대답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전 (1979년) 5월 25일에 태어났어요.”라고 말해주니까 그녀가 다시 “전 (1979년) 11월에 태어났어요.”라고 말합디다. 전 그녀가 언제 태어났는지 알게 되어 기뻤지만 그걸 내색하지 않고 다시 “예전에 저한테 ‘내가 먼저 태어났으니, 내가 누나다.’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물었어요. 그러니까 그녀는 제게 “아, 맞다. 그런 적이 있었지. 하지만 그건 농담이었는데요.”라고 말했죠. 그래서 ‘오늘은 이걸로 됐어. 이만 물러나자.’라고 마음먹고 그녀에게 “그럼 다음에 뵈요.”라고 인사한 뒤 사무실을 나왔어요.
그래서 얘기가 끝났냐고요? 아직 안 끝났어요! -_- 아쉬운 마음을 품은 채 집으로 돌아가려고 지하철을 탔는데,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던 도중 갑자기(!) 잊고 있던 약속이 생각났지 뭡니까? 무슨 약속인가 하면 제가 몸 담고 있는 채식(菜食) 카페의 운영자에게 올리브 기름으로 만든 비누(제가「▩내가 아끼는 것들」이라는 글에서 소개해 드린 적이 있죠?)를 한 개 사다 주겠다는 약속이었어요. 사실 평화연대의 사무실에 온 까닭도 그것이었는데 그녀에게 한눈 팔고 있는 사이 그만 다 잊고 만 거죠(끙!).
큰일났다고 생각하면서 열차를 바꿔 탄 다음, 다시 평화연대의 사무실로 가는 열차를 탔어요. 제발 늦지 않았기를 빌면서 헉헉거리며 지하철 역의 계단을 뛰어올라갔죠.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사무실까지 가 봤더니, 다행히도(!) 아직 불이 켜져 있더군요. 그래서 앞뒤 가릴 것 없이 문을 덜컥 열고 들어갔죠.
들어가보니 그녀가 사무실에 앉아서 피켓을 만들고 있었어요. 그녀에게 다시 인사한 다음 “깜박 잊어버린 게 있어서 다시 왔다.”고 말하고 “놀라게 해서 미안합니다.”라고 덧붙였죠. 그랬더니 그녀가 웃으면서 “안 놀랐는데요. 괜찮아요.”라고 하더라고요(그것만으로도 어딥니까). 다시 기분이 좋아졌지만 머뭇거릴 시간이 없기에 사무실에 놓여있는 비누들 가운데 하나를 집어들고 다시 제 지인이 작업하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죠.
저는 지인에게 사정을 설명한 뒤 돈을 내고 비누를 샀어요. 그 다음 나와보니 사무실 밖에 비가 줄기차게(!) 내리더군요. 그녀가 밖을 내다보면서 “비가 참 많이 오네.”라고 말하길래, 저도 걱정이 돼서 “혹시 우산 가져오셨어요?”라고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그녀가 하는 말이 “아뇨. 안 가져왔어요. 나중에 비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에) 돌아가죠 뭐.”..더군요. 속으로는 걱정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우선 돌아가고 봐야 했기 때문에 작별인사만 하고 재빨리 밖으로 나왔죠(저는 우산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집으로 돌아올 때 많이 후회했답니다. 왜냐고요? 그녀에게 제 우산을 빌려 줄 수도 있었는데 그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지하철)을 탄 다음에야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게다가 그런 생각이 떠올랐을 때에는 이미 열차가 (우리 동네의 바로 옆 동네인) 둔촌동까지 온 뒤여서 되돌아가는 게 불가능했어요. 그래서 속으로 제 스스로를 ‘이 미련한 놈아, 이 둔한 놈아. 넌 구제불능이야. 구제불능이라고!’라고 책망했답니다. 여러분. 이 미련한 놈을 - 주저하지 말고 - 꾸짖어 주세요.
- ‘아직 내 마음 속에 봄이 오려면 멀었어’라고 생각하지만, 결코 희망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는.....돌베개
*또다른 추신 : 오늘,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에 갔습니다. 제가 점찍어두고 있던 책을 사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줄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서였습니다(그녀도 저처럼 책을 좋아하거든요. 물론 제 3세계의 문제나 세계화 같은 ‘심각한’ 주제를 다룬 책을요). 그런데 아무리 뒤져봐도(그리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녀에게 줄 마땅한 선물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실망한 채 제 책만 사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교보문고에 있는 음반 가게를 스쳐 지나가던 순간! ‘가만, CD를 선물하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가게로 뛰어들어가 ‘해외 음악’ 코너를 찾은 뒤 거기서 그녀에게 줄 만한 음반이 있는지를 찾아보았습니다. 결과는....대만족이었습니다. 그녀가 좋아할 만한 음반을 몇 개 찾았으니까요. 비록 오늘은 돈이 모자라서 음반을 못 샀지만, 나중에 교보문고를 다시 찾을 때에는 꼭 사서 포장하겠다고 다짐했어요.
*또다른 추신 2 : 어제, 그녀의 전화번호를 우연히(!) 알아냈답니다. 그녀가 속해있는 시민단체인 ‘경계를 넘어’에 그녀의 글이 떴는데, 만약 모임에 참석할 생각이 있으면 자기한테 연락하라면서 자신의 전화번호(휴대폰 번호)를 적어놨거든요. 물론 저는 주저하지 않고 ‘참석하겠다’는 댓글을 썼고 그녀의 전화번호는 지금 제 수첩에 고스란히 적혀 있습니다.
*또다른 추신 3 : 이제 생일이 언제인지를 알았고 연락처까지 확보했으니, 다가오는 그녀의 생일에, 용기를 내 선물과 편지를 줄 생각입니다(지난 화이트 데이 때 그랬던 것처럼요). 만약 이런 제 생각에 찬성하신다면, 주저하지 말고 저를 응원해 주세요.
*또다른 추신 4 : 그녀에게 줄 생일 선물로 - 만약 CD를 못 산다면 - 이국(異國)의 멋진 공예품을 사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아프리카나 중남미, 동남아시아, 서(西) 아시아(:‘중동’)의 공예품을 수입해서 파는 가게를 아는 분이 계신다면 저한테 그 가게의 위치와 이름을 가르쳐 주세요. 그럼 그 은혜는 안 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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