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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베개  | 분류 : 잡 담 | 2023·01·06 23:16 | HIT : 83 | VOTE : 2 |
1. 조현병 환자로 살면서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게(그리고 그러면서 만화를 사랑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걸 자주 깨닫습니다(얼마 전에야 안 사실입니다만, 저는 10대 소년일 때부터 학교 교사에게 "병원의 정신과에 가서 치료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심을 살 정도로 정신 상태가 안 좋았다네요. 그런데 정작 정신과 치료는 열 네 해 전인 서른 한 살 때부터야 받기 시작했으니, 늦어도 너무 늦은 게 아닌가 합니다).

그 '환자'가 작가 지망생이 되어서 만화를 그리려고 애쓰지만, 잘 안 되는 것도 비극이라면 비극이죠(쓴웃음).

제가 구상하는 장편 만화(예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죠?)는 학원 강사에게서 "도대체 당신이 이 작품을 가지고 뭘 말하려고 하는지 모르겠고, 어디에서 재미를 찾아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악평을 받았고(솔직히, 그 말을 들었을 때 죽고 싶었습니다), 제가 그린 그림들은 강사들에게 "다시 그려라! 잘못되었다!"는 평가를 들어야 했으며, 작가로 데뷔하는 날은 공부를 시작한 지 아홉 해 째인 지금도 오지 않았으니...'도대체 내가 가치가 있는 사람이기는 한 걸까?' 하는 의문이 들고, 살고 싶다는 생각도 사라집니다.

그래도 포기는 할 수 없어서(이대로 그만두는 것도 억울해서) 버티면서 노력하기는 합니다만, 현실 앞에서 우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이런 속마음을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고(비록 병원의 신경정신과에서 50분 정도 상담하면서 치료받긴 합니다만, 얼마 전부터는 그 일조차도 '다람쥐 쳇바퀴를 도는 일'처럼 지겨워지기 시작해서요), 제가 울면서 이야기한다고 해서 누가 들어주는 것도 아니라서요.

'비록 지금은 이렇게 우울하지만, 이 곳처럼 "믿을 수 있는 곳"에 가서 정직하게 털어놓고, 글을 다 쓰고 나서 하룻밤 자고 나면 다시 나아지겠지.'하고 생각할 뿐입니다.

정신장애인(요즘은 '정신병 환자'대신 이 말을 써야 한다네요)인 제가 과연 작가가 될 자격이 있는 건지, 그리고 이 병이 나을 수는 있는 건지, 제가 사회인으로서 일반인(병원에서 '정상인' 대신 이런 말을 쓰라고 합디다)들과 뒤섞여서 잘 살아갈 수는 있는 건지, 그런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다 보면, 몸에서 힘이 축 빠집니다.

그 때 어떡하냐고요? "그러나 우리는 살아가야 하지요(미스르[영어 이름이 '이집트'인 나라의 바른 이름]의 소설가인 '나기브 마푸즈' 선생의 소설 [미라마르]에 나오는 말)."나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유용주 시인의 수필집 이름이자 글 이름)."를 떠올리며 마음을 추슬러요. 그것 말고도 다른 방법들도 쓰고요. 그뿐입니다. 그저 '오늘 죽지 말고 내일 죽자. 죽는 건 딱 하루만, 딱 한 번만 미루자.'고 마음 속으로 다짐하며 잠들 뿐이고요(죽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힘은 주더군요).

김혜린 선생님의 만화들이나, 다른 훌륭한 작가님들의 만화를 - 또는 소설을 - 여러 번 읽다 보면, 이 '난관'을 뚫고 나갈 '힘'이 생기거나 일종의 '해답'을 얻을 지도 모른다고 믿고 한 발짝 한 발짝씩 걸어가려고 해요. 어쨌건 아직은 삶도,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도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2. 예전에도 느꼈던 것입니다만, 요즘 와서는 툭하면 '나 같은 남자를 어떤 여자가 사랑해 줄까?'하는 의문이 들어 여러모로 괴롭습니다. 나이도, 재정 상태도, 가정 환경도, 얼굴도, 무엇 하나 내세울 게 없는 저 같은 남자는 '실패작'인 것 같아요(요 몇 해 동안, 우리 부모님이 싸우면서 가정 불화를 일으키시는 걸 보고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죠). 제 또래 여성들(또는 저보다 몇 살 더 많거나 더 적은 여성들)이 저를 경멸하는 눈길로 쏘아보거나, 저를 '벌레'로 여기는 것 같아 괴롭습니다.  열아홉 해 동안 홀로 지내다 보니, 희망이 점점 사라져 가요.

말할 것도 없는 이야기지만, 머리(이성)로는 그게 '확대 해석'이고 '착각'이고 '지레짐작'이라는 걸 뻔히 아는데, 감성으로는 그게 진짜인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자신에게 '이 문제는 미리 결론부터 내려놓고 마주하지 말자. 만약 나쁜 결론을 내리고 마주하면, 그 나쁜 결론이 현실이 되어버려.'/'이 일은 판단하는 걸 미뤄. 만약 지금처럼 상황이 안 좋을 때 이 일에 대한 판단을 하면, 마음이 거칠어지고 안 좋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거야.'하고 (마음 속으로) 말하지만, 솔직히 견디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게다가 언론이나 게시판에서는 연애나 사랑이나 양성[兩性]관계에 대해 안 좋은 정보가 자주 나오고, 우연히라도 그걸 접하면, 흔들리게 되지요).

그래도 김혜린 선생님이 제게 가르쳐주신 것, 그러니까 '사람'과 '삶'은 하나임을 믿고, 이를 악물고 견뎌보고 싶습니다. 어느 카자흐스탄 시인이 말했듯이, '어려움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고', '그 뒤에는 반드시 꽃피는 봄이 온다네.'는 진리니까요.

아마 산마로와 아라는, 해조와 무타는, 이런 저를 응원하고 격려해 줄 겁니다. 전 그렇게 생각해요. 이 '겨울'이 끝나면, 꼭 다시 일어서서 현실세계에서 사랑을 찾는 일을 다시 시작할게요. "쓰러지고, 쓰러지고, 또 쓰러져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서 새로운 사랑에 성공할 때까지 꾸준히 도전하겠습니다.

3. 코로나 때문에 지금(!)도 영화관이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지 못하고 집과 학원만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보고 싶은 영화들도 있고, 박물관 전시회도 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요.

제가 이미 한 번 코로나에 걸렸기 때문에, 만약 한 번 더 걸리면 그 땐 수명이 확실하게 줄어든다는(그리고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걸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증상이 없어서 더 알아차리기 힘들고, 더 위험한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도 퍼지기 시작했다니, 자신을 집 안에 '가둘' 수밖에 없는 처지죠(저는 학원에 가려고 나가거나, 병원의 신경정신과에 가거나, 운동하려고 우리 동네를 혼자서 걷는 걸 빼고는, 웬만하면 밖에 나가지 않고, 사람들과 만나지도 않으려고 합니다). 가끔은,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거야?' 하는 험악한 의문이 들기도 해요.

이 병이 언제 쯤이면 사라질지도 알 수 없으니, 더욱 답답합니다. 이제 중세 말 유럽 사람들이 흑사병('페스트') 때문에 얼마나 괴로웠을지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되네요. 제가 전염병 때문에 죽을 뻔하다가 살아나고, 그 병을 경계하느라 여전히 갇혀 지내다 보니 그렇다는 말이에요.

과연 이 일이 '머나먼 과거'가 되고, 제가 병을 신경 쓰지 않고 집 밖을 돌아다닐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할지, "그것은 질문이라기보다는 절망에 가깝"습니다. 여러분도 코로나에 안 걸리게 조심하세요. 저처럼 걸리지 마시고, 건강을 지키시기를 빕니다.

4. 지난해 말에 우리 조카들(우리 동생의 딸들)을 위해 꽃 그림을 꼼꼼하게 그려주다가, 제수씨로부터 "그림을 잘 그리신다. 혹시 세밀화를 그리는 일은 해 볼 생각이 없느냐?"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그 말이 솔깃하게 들리더군요. 부업으로 그 일을 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해야겠습니다. 아니면 대안학교의 교사로 일하는 자격증을 따거나요(기왕이면 그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싶군요. 제 전공을 살려서요). [한 때는 공립학교 - 그러니까 중고등학교 - 의 교사가 되는 것도 고려했습니다만, 언론이나 학원에서 - 요즘 공립학교 중/고등학생들이 교사에게 얼마나 잔인하게 구는지를 전해주는 정보를 접하고 난 다음에는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정글 같고 감옥 같고 전쟁터 같은 그곳에서 제 속이 썩어들어가느니, 차라리 다른 곳에서 가르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어요]

전 역시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를 가르치고, 누군가에게서 배우고, 글을 쓰고, 이야기를 만드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인 모양입니다. 요즘은 두 가지/세 가지 일을 하면서 먹고 사는 것도 당연한 시대니, 만약은 대비해야겠어요.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5. 지지난 해에 '자영 아씨' 님에게 말씀드린, 이 누리집('홈페이지'/'사이트')에 올릴 것을 약속한 또 다른 <인월> 감상문을 아직 다 쓰지 못했습니다. 누굴 탓하겠습니까? 제 게으름과 미루는 버릇과 '한 눈 파는 버릇'과 약한 마음을 탓해야지. 그래서 지금이라도 다시 펜을 들고 감상문의 나머지 부분을 다 써서 올리려고 합니다. 파라반 누님, 그리고 회원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글을 쓰다 보니, 이제 잘 시간이 다 되었네요. 오늘은 이만 하겠습니다. 다른 소식은 다음에 전해드릴게요.

- 요즘 (한국을 비롯한) 세상이 돌아가는 걸 보면, 꼭 후기신라(남북국시대) 말기 같고, 동한(후한) 말[장각과 황건군(軍)이 들고 일어나기 직전] 같고, 로마 제국 말기 같아서 '난 말세를 살고 있거나, 아니면 난세를 사는 게 틀림없어.'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김혜린 선생님의 팬 돌베개가 올림







  
유리핀 혹시 "진실탐사그룹셜록"이라는 언론사를 아시나요?
사회면을 많이 본다면 제법 유명한 기자가 대표임을 아실겁니다.
작은 언론사라 포털 등에는 잘 나오지 않지만 의미있는 탐사보도를 하는 곳이라 후원하고 있는데 문자나 카톡으로 기사를 보내주기에 놓치지 않고 보는 편이죠.
작년 여름부터 꽤 오랫동안 조현병에 관련된 기사를 연재했어요.
주보배 기자가 쓴 프로젝트 기사인데 '여름은 오지 않았다'와 '당신곁의 1%' 한번 찾아보세요.
그리고 저도 조심하고 또 조심했지만 지난 7월에 결국 가족에 의해 코로나에 걸렸어요.
주변에 2번 걸린 사람도 제법 있는데 2번째는 약하게 넘어가더라고요. 사람마다 다르고 돌베개님의 상황은 본인이 더 잘 아시겠지만 세상과 단절하고 사는 것도 건강을 잃어가는 거죠.

23·01·08 15:31 삭제

돌베개 유리핀 님, 좋은 언론사와 기사를 알려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기사를 찾아서 읽어볼게요. 지금 제 글을 다시 읽어보니, 제가 지나칠 정도로 안 좋은 감정을 털어놓아 부끄러운데, 이렇게 조언을 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어떻게든 나아서 일반인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23·01·12 21:46 삭제

돌베개 유리핀 님이 코로나에 걸리신 걸 어떻게 위로해 드려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제가 너무 제 생각만 하고, 다른 사람들도 병 때문에 힘든 건 마찬가지라는 걸 잊고 있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이제부터는 이곳에서도 말을 조심할게요. 너무 우울한 이야기는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다른 분들이 저 때문에 기분을 망치시면 안 되니까요).

이제부터는 세상과 자신을 "단절"하지 않고, 어떻게든 연결하려고 할게요. 쉽지 않겠지만, 작은 것부터 노력하고, 실천하겠습니다.

23·01·12 21:50 삭제

유리핀 코로나에 걸렸을 때 제 자신의 건강에 대해 딱히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다만 직업상 아이들을 상대하다보니 저때문에 감염될까 걱정되어 조심하고 또 조심했었지 제 건강에 대한 염려는 하지 않았어요.
열은 났지만 몸살도 없고 해서 다행히 수월하게 넘어갔었지요.
주변에는 고생한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저희 가족은 모두들 무사히 회복했네요.
부모님이 제일 수월하게 넘어갔죠. 열도 안 나고 몸살도 없이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코로나에 걸린 것에 대한 위로는 안해주셔도 됩니다..^^*
새해에는 모두가 코로나에 대한 걱정은 덜 하는 해가 되길 바랍니다.

23·01·15 23:15 삭제

돌베개 유리핀 님, 방금 전에 님이 소개해 주신 언론사('진실 탐사 그룹 셜록')의 누리집으로 들어가서 추천하신 기사들(<여름은 오지 않았다> 시리즈와 <당신 곁의 1%>)을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가슴을 칼로 후벼파는 것처럼 아팠는데, 시리즈의 중간을 넘어가면서 서서히 마음이 가라앉고, 그 다음에는 먹먹한 슬픔이 밀려오더라고요. 님께서 왜 환자인 제게 그 기사들을 추천하셨는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게 좋은 기사들을 추천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23·04·26 21:46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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