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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1년 만에 글을 올립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기를 빕니다.
오늘, 서울시청 별관에 가서 강의(저는 얼마 전 서울시청에 속한 기관인 ‘서울 일자리 플러스 센터’에 회원으로 들어가서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공공기관이라서 비교적 믿을 만하고, - 광고에 따르면 - 취직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니 혼자서 끙끙 앓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죠. 1주일 전 - 10월 20일 - 에도 센터가 개최하는 취업 관련 강의를 들었고, 이번에는 아예 ‘비전 - 업(Vision - Up)'이라는 이름으로 취업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해서 그저께부터 오늘까지 사흘간 열리는 강의에 참석했어요)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강사가 강의를 시작하기 전, 갑자기 저를 비롯한 수강자들(구직자들)에게 “자, 여러분. 온 힘을 다해 20초 동안 손뼉을 치세요!”라고 하더라고요.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이 그 말대로 했죠.
저는 예순 네 번 손뼉을 쳤고, 강사가 “시간 다 됐습니다!”라고 말한 뒤 빨갛게 달아오른 손바닥을 보며 한숨을 쉬었어요. ‘도대체 왜 이러지?’라고 생각하는데, 곧 궁금증이 풀리더군요. 강사가 “자, 다 치셨죠? 숫자를 말씀해 보세요. 몇 번 치셨나요?”라고 했으니까요. 저는 별 생각없이 숫자를 그대로 말했고, 다른 분들도 그렇게 하셨죠. 강사는 “그 숫자가 여러분의 ‘예상 수명’이예요. 그러니까 여러분은 그 숫자만큼만 사실 수 있는 거예요.”라고 말했답니다.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예상 수명이라고? 지금으로부터 64년을 더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내가 64세까지만 살고 죽는단 말이야?’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차마 입을 열어 물어볼 용기가 없었습니다(참고로 전 담배를 안 피우고, 술은 2년 전에 끊다시피 했고, 식이요법을 실시하고, 규칙적으로 가벼운 운동을 합니다). 대신 다른 수강자가 “이게 믿을 수 있는 방법인가요?”라고 물어보았고, 강사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네, 정확한 방법이예요.”라고 하더군요. (나중에 강사에게 다시 한 번 더 물어보았더니 '예상 수명'이 맞다고 해서, 미련을 버렸습니다)
처음에는 ‘그래도 난 오래 살 줄 알았는데, 겨우 31년밖에 못 산다고?’라고 생각했지만(제가 지금 서른 세 살이니, 64세까지 살 수 있다면 남은 시간은 31년 정도죠), 곧 마음을 비우고 담담하게 대처할 수 있었어요. ‘상황이 그렇다면 받아들여야겠구나. 남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해야겠어.’라고 생각했죠. 4년 2개월 후면 꼬스따ri까(코스타리카)로 떠날 테니까, (2개월은 올해에 해당하니 빼고 4년만 계산하면) 31 - 4 = 27년이 되니, 제 계획대로 밀고 나갈 경우 남은 시간은 27년이죠. ‘27년 동안 내 뜻대로 살고, 건강하게 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살면 그것도 나쁜 삶은 아니야.’라는 결론을 내렸답니다. 마음을 아주 빠르게 - 그리고 자연스럽게 - 비운 거죠.
문제는 그렇게 결정하고 나니, ‘그렇다면 이민한 뒤 그 나라에서 혼자 살아야 해, 아니면 내 짝을 만나서 결혼해야 해?’라는 새로운 문제가 떠올랐다는 거였어요. 27년이라는 세월을 혼자 버틸 것인가, 아니면 그 기간만이라도 서로 사랑하며 살 것인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죠. 그래도 혼자 사는 것보다는 누군가를 찾는 게 낫다고 판단했어요. ‘실패하더라도 부딪치자. 깨진 만큼 뭔가를 얻겠지.’라고요.
그렇게 결정하고 나자, ‘죽기 전에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과연 내 삶이 후회없이 살았다고 말할 정도로 올바른 것이었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해야겠다는 게 확실해졌어요. 저는 그 문제를 막연하게 생각했지, 구체적인 계획을 짜서 대비하지 못했거든요. 이제부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답’을 찾지 못했답니다. 일이 그렇게 된 거예요.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 놀라거나 불쾌해 하지 않으시기를 빌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지금은 그런 ‘선고’도 ‘다 이유가 있는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래 산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니니까요. 제가 즐겁게 살 수 있을 만큼만 살고 조용히 세상을 떠나는 것(자연사)도 나쁜 건 아니라고, 그러니 슬퍼하지 말자고 다짐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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