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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 심정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러냐고요? 이야기하자면 길지만, 대답해 드리죠. 관심 있으면 지금부터 제가 털어놓는 이야기를 잘 들어보세요.
1년 전, 저는 미국 만화영화(애니매이션)의 팬들이 모여서 만든 인터넷 카페에 회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요 4~5년 동안 미국 만화영화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에(그리고 어떤 사람이 그 카페를 소개해 줘서)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했죠.
그리고 거기서 10대 중반이고, 중학생인 여성 회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저에게 이것 저것을 물어봤고, 나중에는 제게 직접 편지를 보내고 싶다면서 본명과 주소를 물어보더군요. 저는 별 생각없이 다 가르쳐주었죠.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제게 편지를 보내주었어요. 저는 그 편지를 꼼꼼하게 읽고 답장을 보냈답니다. 그녀가 보낸 편지는 모두 세 통이었고, 저는 다섯 통의 답장을 보냈죠.
그런데 마지막 답장을 보낸 뒤, 그녀가 한동안 답장을 안 보냈어요. 저는 '바쁜가? 아니면 다른 일이 있나?'라고 생각하면서 편지 쓰는 일을 멈추었고, 그 뒤 몇 달 동안은 그 일을 깨끗이 잊고 있었답니다.
그러다가 오늘, 문제의 그 카페에 들러 별 생각 없이 대화방에 들어갔는데, 천만 뜻밖에도 그녀가 대화방에 들어왔지 뭡니까? 반가워서 인사를 했죠. 그랬더니 제가 (편지에 대해) 묻기도 전에 먼저 이야기를 꺼내더라고요.
알고 보니 그녀의 아버님이 편지지에 쓰인 제 이름(남자이름이니까요)을 읽고, 그녀에게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이 녀석 누구야?"라고 따져 물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녀가 사정을 설명하고, 제가 편지로 부친 제 그림(그림이라기보다, 낙서에 가까운 수준입니다)들을 보여 드렸답니다. 그러니까 그 분이 누그러졌다네요. 거기까지 듣고 "그럼 그것 때문에 답장을 못 보낸 건가요?"라고 물어보니까,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냥 '귀찮아서' 답장을 안 한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도 우리 어머니가 님이 보낸 편지에 쓰여진 이름(여자 이름이니까요)을 보고 "도대체 얘랑 무슨 관계야? 얘가 왜 너한테 편지를 보내?"라고 따져 묻기에, 정직하게 "어떤 관계도 아니예요. 그냥 같은 인터넷 카페의 회원일 뿐이예요."라고 대답했다는 걸 말해 줬죠.
거기까진 괜찮았죠.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다른 사람'으로 돌변했습니다. 제가 말을 꺼낼 때마다 "듣기 싫다."고 말하기 시작한 거예요. 제가 "앞으로 답장을 했으면 좋겠느냐, 안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어보아도 "그런 말은 듣기 싫다."고 하고, "미안합니다."라고 말해도 "그런 말도 듣기 싫다."고 하고, "그럼 도대체 나더러 어쩌란 말이냐?"라고 물어보아도 "듣기 싫다."고 하더군요. "답장을 할 건지 안 할 건지 선택해 달라."고 말해도 "그런 말도 싫다. 말하지 마라!"고 하고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왜 그러냐고 물었죠. 하는 말이 정말 '걸작' 이더군요. 기억나는 대로 옮겨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사람은요, 그 사람의 말투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있어요. 얼굴은 못 봐도요. 그런데 당신은 너무나 무표정해요. 표정이 없다고요. 말투에 그게 다 드러나요. 그게 싫어요. 그러니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그 대답을 들은 순간, 뒷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내가 그런 인간으로 보였다니, '감정도 없고, 표정도 없고, 차갑고, 딱딱하고, 인정머리 없고, 메마른 인간'이라는 낙인이 찍히다니! 그럴 바에는 나한테 편지는 왜 보낸 거야? 내 주소랑 본명은 왜 물어봤고?' ..... 뭐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한 마디도 할 수 없더군요. 더 있다가는 이성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나갈게요."라는 한 마디만 하고 대화방을 나와버렸죠.
그 말을 들은 뒤 2~30분 동안은 독한 술을 들이키고 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너무 괴로워서요. 물론 술은 안 마셨답니다), 지금은 기분이 좀 가라앉기는 했지만 아직도 화가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녀에게서 받은 편지를 모조리 폐휴지함에 던져 넣고 싶은 심정이예요. 일이 그렇게 된 겁니다.
여러분, 제가 무표정한가요? 정말로 감정도 없고, 따뜻하지도 않고, 딱딱하고, 차갑고, 메마른 인간으로 보이시나요? 이게 그녀의 잘못인가요, 아니면 제 잘못인가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잘 모르겠습니다. 전 그녀에게 어떤 나쁜 말도 쓰지 않았고, 그녀를 깔보지도 않았고, 그녀의 질문에 하나하나 꼼꼼하게 답해주었는데 이제 와서 무표정한 인간으로 보인다는 말을 듣다니!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만약 그녀의 평가가 옳다고 생각하신다면(또는 저한테 충고하고 싶으신 게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글에 댓글을 달아주세요.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 때문에 웃음을 잃어버린 돌베개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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