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자 적으려고 우리 집 컴퓨터에 달린 키보드 자판을 두드립니다.
1. 지난해와 올해에 가장 재미있게 보았던 한국산 만화영화는 <2012 머털도사>(이하 <머털도사>)와 <뉴 아기공룡 둘리>와 <바이클론즈>입니다(원래는 이 명단에 <아이 엠 몽니>도 집어넣으려고 했지만, ‘과연 이 만화영화가 여주인공의 정체성 - 제주 특별자치도 출신 잠녀[해녀]라는 정체성 -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어서 명단에 넣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점만 아니라면 추천했을 텐데, 너무 아쉽습니다).
<머털도사>는 <뉴 아기공룡 둘리>보다 더 많이 바뀐 내용으로 찾아왔고, 음악도 노래도 그림도 특수효과도 모두 새로워서 감탄하면서 봤어요. 머털이가 탈을 쓰고 ‘탈 도사’라는 가명으로 돌아다니면서 문제를 푼다는 설정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설정이었고, ‘사비’나 ‘해우’라는 새로운 인물들이 머털이를 도와주는 동료로 나온 것도 예상을 못 했죠. 중간에 나오는, ‘도사가 될 자격이 있는지 알아보는, 지혜를 겨루는 시합’도 참신했고요. 특히, 엔딩 노래(<바람 부는 어느 날>)가 너무 아름답더군요 :
http://www.youtube.com/watch?v=lO2ocL_3Kn4
그리고 <뉴 아기공룡 둘리>는 아시는 분이 많으니, 이 글에서 굳이 그 작품을 자세히 소개하지는 않겠습니다. 대신 제가 푹 빠진 만화영화인 <바이클론즈>를 소개할게요.
지난해에 학원 강사님이 소개해 주셔서 별 생각 없이 찾아서 본 만화영화인데, 정말 재미있더군요. 열한 살짜리인 남자 주인공이 착하지 않고, 속물이고, 뺀질뺀질하다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아주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 애가 우주에서 온 외계인(하지만 생긴 거나 말하는 건 지구인과 똑같습니다) 악당들과 싸우는데, 이 악당들이 참 개성 있고 매력적이에요. 먹을 것만 밝히는 멍청한 악당, 허세나 부리고 지구인들(더 정확히는 한국 시민들) 앞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설교를 늘어놓다가 두들겨 맞는 악당, ‘고용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윗사람들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상황을 잘 판단하며 머리가 잘 돌아가고 공감이 가는 말도 하는 악당이 나오거든요. 전 그 악당들에게 푹 빠져서 이 작품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 작품은 주인공들이 집세를 내지 못해 집주인에게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든지, 전기세를 내지 못해 전기가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든지, 주인공이 자신을 도와주겠다는 (악당이 아닌) 외계인에게 “나쁜 외계인에게 맞서서 지구를 지키면 뭘 줘요? 돈 줄 거예요?”라고 퉁명스럽게 묻는다든지, 악당들이 우주에 있는 본부에 연락을 하는데, 그 본부가 일종의 관청이라서 본부 직원이 악당들에게 “물어보신 문제는 우리 공무원들의 관리 영역이 아니고, 우리 관할도 아닙니다. 다른 부서에 가서 물어보세요.”라고 대답한다든지(영락없는 관료주의에 대한 풍자입니다!), 악당들이 보낸 괴물이 하필이면 집세를 독촉하는 잔인한 집주인의 집을 공격해서, 주인공이 막기는커녕 속 시원하다고 여기며 낄낄거린다던지(그러다가 자기 동생의 반박에 부딪쳐서 할 수 없이 도와주기는 합니다만), 주인공의 형이 아르바이트를 나가서 피곤한 나머지 지구를 지키는 일에 차질이 생긴다던지 하는 너무나 현실적인 요소들이 들어있더라고요. 어른이 보아도 유치하지 않은 내용이었죠.
최근엔 <바이클론즈> 4기도 나왔던데, 한번 봐야겠다고 다짐합니다(언젠가는 저도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만약 이런 작품이 계속 나온다면, 한국 만화영화에도 희망을 걸 수 있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보니 한숨이 나오네요. 그래도 포기하지는 말아야죠(끙!).
2. 몇 달 전, 신문 기사를 읽다가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인데, 된장이나 고추장이 발효하면 알코올(술 안에 들어가는 그 알코올이 맞습니다)이 우러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요즘은 떡이나 고추장을 만들 때에도 그 안에 꼭 설탕을 넣는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난 고추장을 좋아하는데, 어떡하지? 알코올을 넣었으니 피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며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알코올이 취할 만큼 - 또는 술 냄새가 날 만큼 - 많이 나오는 건 아니고, 아주 조금 나온다고 해서, 결국은 된장과 고추장을 계속 먹기로 했어요. 물론 예전처럼 자주 먹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고추장에 설탕이 들어간다는 사실(저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어요. 고추장은 그냥 매울 뿐이라고 생각했죠)을 안 뒤부터, 저는 고추장을 넣은 요리를 만들 때 설탕은 안 집어넣기로 마음먹었죠(그 다짐을 계속 실천하고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 알코올과 설탕을 멀리하고 있는데, 발효식품들이, 아니 더 정확히는 요즘 한국에서 만들고 있는 발효식품들이 이런 식으로 제 뒤통수를 치니, 정말이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네요(쓴웃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위험 요소’를 피하려고 합니다.
3. 아흐레 전(10월 24일), 단골 서점에서 오지혜 작가의 만화인『푸른 유리』를 샀습니다. 책 표지에 “입소문”으로 재미가 입증되었다는 광고 글귀가 박힌 띠지가 둘러져 있기에,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기에 그렇지?’라는 의문이 들어서 1권과 2권을 샀죠.
그런데 포장지를 찢고 책을 펼쳐보니 제가 혼자서 연구하고 공부한 고대사와는 다른 내용이라서 흥미를 잃어버렸어요. ‘괜히 샀어!’라고 투덜거리면서 집으로 돌아갔죠.
그러다가 사흘 뒤 네이버에서 ‘만화 푸른 유리’라는 말로 정보를 뒤져보았더니, 이 만화를 읽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고, 감상문 몇 편을 골라서 읽어보니 대부분 이 작품을 칭찬하는 내용이었어요. 그래서 다시 호기심이 생겼죠. ‘어떤 내용인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보고 나서 평가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선입견을 버리고 다시 한 번 읽어보기로 한 거죠.
설령 이 작품이 ‘다큐멘터리’나 ‘역사책’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 작품 안에서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하면 반드시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이 만화가『코믹진 윙크』에 실린다니, 그 잡지도 사서 읽을 겁니다.
『푸른 유리』가『바람의 나라』와『불의 검』의 뒤를 잇는 만화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4. 몇 달 전에야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만화를 뒤져보다가 - 그리고 TV에서 만화영화를 보다가 - 깨달은 사실인데요, ‘남성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남성을 위한 만화인 건 아니고, 여성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여성을 위한 만화인 건 아니다. 젊고 잘 생긴 남성이 많이 나오는 만화를 여성들이 좋아할 수 있고,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자주 나오는 만화를 남성들이 좋아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남성과 여성이 어떤 위치인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가는 것이지, 다른 것이 아니다.’ 라는 사실이에요.
예전에 만화를 볼 때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인데, 만화를 여러 번 보고, 그 내용을 주의 깊게 살피니 저절로 알게 되더군요. 저는 아직도 배울 것이 많고, 깨달아야 할 것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되새깁니다. 앞으로 만화를 보면서 무엇을 더 깨닫게 될지는 모르는 일입니다만, 그래도 모르던 것을 알게 되는 ‘즐거움’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에, 저는 즐거운 마음으로 만화를 보며 책장을 넘길 것입니다.
5. 요즘은 제 지갑에서 돈을 꺼내서 쓸 때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을 되뇝니다. 분명히 한 번 돈을 쓸 때는 1500원 짜리 작은 빵이나 1000원짜리 과일 젤리를 샀는데, 몇 번 돈을 쓰고 난 뒤,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하루에 쓴 돈이 모두 얼만지(영수증을 바탕으로) 따져보면 12,000원이나 15,000원을 훌쩍 넘어가니까요. 저는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을 ‘내가 쓴 작은 돈들을 모으면 아주 큰돈이 된다.’는 말로 바꾸고 싶습니다(반 농담 반 진담입니다).
돈 쓸 곳은 많고, “돈 달라.”는 곳은 많은데, 제가 쓸 수 있는 생활비는 한 달에 25만원밖에 안 되니, 한숨만 푹푹 쉬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부디 저보다는 상황이 낫기를 빕니다.
- ‘나에게는 희망이라는 것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라고 생각하며, ‘그래도 포기할 순 없어. 바닷물에 들어있는 소금은 바닷물의 0.03%지만, 그 정도 소금만 있어도 바닷물이 썩지 않고 유지되잖아? 나도 내 마음 속에 희망이 “0.03%”는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내 정신을 단단히 붙들어 매야지.’라고 다짐하는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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